한석규, 심은하 주연의 텔미 썸딩.
영화 개봉당시에 봤었고, 그 후에 티비였는지 비디오로 빌려봤는지 우연찮게 또 한번 봤습니다.
며칠전,
예전에 느꼈던 찝찝함을 조금은 덜어보고자 "제대로 샅샅이 파헤쳐보자"는 심정으로 영화를 다시 봤습니다.
영화는 다시봐도 찝찝하더군요.
감독은 분명 애매모하게 만들 의도를 가지고 있었겠지만, 지나친 생략때문인지 저 자신의 이해력 부족때문인지....
영화는 매우 찝찝합니다. ㅡㅡ 그렇다고 재미없다는 건 아닙니다.
우선, 제가 생각하는 찝찝함의 원인이 무엇인지 말해보도록 하겟습니다.
(영화방에 텔미섬딩으로 두개의 글이 있는 것 같은데 둘다 읽어보고 몰랐던 부분도 알게됐습니다. ^^)
(다량의 스포가 있으니 안보신 분들은 뒤로가기 클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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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파악한 스토리는 이겁니다.
범인은 심은하와 염정아. 주범이 심은하이고 종범이 염정아겠죠.
어린시절 화가인 아버지로부터 성적 학대를 받아온 심은하와 그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염정아.
둘은 남자들을 살해했죠.
마지막에 한석규가 얻은....
심은하가 범인임을 알게되는 힌트는 죽은 아이의 소매단추.
소매 단추를 심은하가 꺼내는 것을 비디오로 보고 확인해보니 피해남성들을 절단했던 범행장소 "702호"는 심은하와 염정아 둘의 장소였구요.
심은하와 한석규가 함께 있을때 오형사(장항선)가 702호에서 죽었는데 그때 오형사를 죽인건 염정아겠죠.
그러니 둘다 702호를 공유했다는 얘기겠고, 누가 어떻게 범행에 가담했든지 공범인거죠.
그런데, 그 후에 염정아가 심은하에게 이런 대사를 합니다.
"넌 자살할 애가 아니야."
(심은하와 염정아가 어린시절 이후에도 계속 만나고 있었던건지, 염정아가 한석규에게 진술한 내용대로 둘다 성인이 된 이후에 우연찮게 자신의 병원으로 실려온 심은하를 보고 다시 만나게 된건지는 확실치 않네요.)
어쨋든 중요한건 그 이후에 염정아가 심은하와 범행을 하게 되는 것인데....
염정아가 생각해보니... 자신이 심은하에게 이용당했다는 생각을 했다는 의미 아닐까요?
"넌 자살할 애가 아니야"에서,
자살을 시도해서 병원에 왔지만 알고보니 자신에게 접근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의미??
특히 남성의 사체들은 해부학적 지식이 있는 자의 소행인데, 아마도 심은하는 염정아가 시체를 절단하는데 필요했던게 아닐런지...
[그렇다면 오형사가 죽기 직전 CD 플레이어에 숨겨놓은 즉석사진은 무슨 뜻일까...]
이 의문이 계속 들었었습니다.
살해당한 세명의 남성과 심은하, 염정아가 함께 찍은사진.
이건 영화방의 다른 분이 쓰신 글에서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스토리가 생각지 못한 방향이었다는 것도 알게됐습니다.
처음에 생각했던 것은,
아버지로부터 어린시절 성적학대를 받아온 심은하를 측은하게 여긴 염정아가 둘이서 남자에 대한 환멸에서 심은하 주변 남자들을 살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영화 초반에도 살해 피해자들이 심은하의 남자들이라는 것 말고는 공통점이 없어서 수사하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죠.
하지만 오형사가 발견한 즉석사진에서 다섯명이 함께 있습니다.
그것도 심은하 아버지의 별장에서...
결국, 다섯이 함께 아버지를 죽였다는 추론도 가능해보입니다.
그리고 심은하와 염정아는 공범인 남자들을 죽이기 시작하죠.
염정아는 심은하가 남자로부터 상처받은 영혼이고, 자신은 그런 친구를 돕고 싶었고... 그래서 남자들을 살해했었는데.
심은하는 자신을 범행에 끌어들이기 위해 자살"쇼"를 하면서 자신을 포섭했다는 것을 알게 된게 아닐까요.
(제 추측입니다.)
그럼에도 남는 의문들이 있습니다.
1. 영화 후반부 염정아가 욕실에 일부러 피를 뿌리는 건 무슨 의미인가요?
경찰이 염정아를 범인으로 몰면서 염정아 집에 들이닥쳐 루미놀반응을 보고서 염정아를 뒤쫓죠.
그런데 그땐 이미 염정아가 심은하를 의심하기 시작한 때란 말이죠.
자신만 혼자 의심받을 상황을 일부러 만든다?? 이게 도통 이해가 안가더란 말입니다.
2. 영화 마지막에 염정아는 왜 심은하를 만나려 했는가.
도대체 뭐하려고 만나려고 했을까요?
심은하까지 죽이려고? 친구한테 이용당했다는 생각에 죽이려고 한건지.. ㅡㅡ;;;
3. 심은하는 원래 한석규를 마지막 살해의 완성(머리부분 ㅡㅡ)으로 봤지요.
그래서 한석규 차에 다음 살해대상임을 알리는 퍼포먼스(다른 살해당한 남자 머리 갖다두기;;)도 하구요.
같이 파리로 떠나자면서 어항을 준 것도 살해된 남자들 모두에게 했던 행동이라는데... (이것도 다른 분 글을 읽고 알았습니다.) 수긍하시나요?ㅎㅎ
이것 말고도 찜찜한 내용들이 참 많은데 다 쓰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글도 너무 길어져서 제 자신도 제 글에 짜증이 날 정도네요.^^;;;;
영화가 어떻게 보면 생각할 꺼리를 많이 준다는 면도 있겠지만,
이렇게 스토리가 좀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애매모호 하면 보는 사람은 참 답답하다는 걸 다시한번 느끼게 됩니다.
이제 두번다시 텔미썸딩 볼일은 없겠네요ㅋ
장문의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