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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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7 22:12
이전에도 그의 작품들에서는 사회 풍자적 요소가 얼핏 모습을 비추었는데, 이번 모던 타임즈는 그야말로 극에 달했다.
산업화를 풍자한다는 자막과 함께 영화는 어느 한 공장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공장에서 일하는 찰리의 역할은 부품의 나사를 쪼는 일인데, 너무나 기계적이면서도 살인적인 작업 환경에 미쳐버린 찰리는 급기야 정신병원으로 실려 가기까지 한다.
이 부근에서 모던 타임즈의 명장면이라 할 수 있는 씬이 등장하는데, 공장기계 안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톱니바퀴의 나사들을 쪼는 데만 정신이 팔린 찰리의 모습은 산업화 시대의 근로자들이 얼마나 공장주들에게 착취당하였는지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한편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찰리는 우연히도 사회운동의 주동자로 몰리게 되고, 불쌍하게도 감옥에 갇히고 만다. 하지만 감옥에서 마약 소지자를 검거하는 공로를 세운 까닭에 그는 편안한 감옥 생활을 영위하게 된다. 덕분에 감옥이 바깥세상보다 낫다고 여기게 된 찰리는 특별히 감옥 소장에 의해서 가석방되지만, 현실에 적응 못하고 다시 감옥으로 가기 위해서 일부러 범죄까지 저지른다. 당시 미국 사회가 얼마나 각박하고 어려운 지 잘 알려주는 대목이었다.
찰리의 상대 여배우는 아버지를 잃은 불쌍한 고아를 코믹하게 연기한다. 미국의 고아 문제를 상징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나 배고파서 우발적으로 빵을 훔치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리얼했으니까. 게다가 판자로 지은 집을 가진 것만으로도 행복해하는 모습은 우습기 이전에 씁쓸함을 먼저 안겨준다.
이렇듯 영화 모던 타임즈는 장면 곳곳에서 미국의 현실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때문에 나는 영화를 보면서 끊임없이 작품 속의 찰리 채플린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째서 이런 블랙 코미디를 연기하는 것이냐고, 왜 굳이 보는 사람 의 마음이 찝찝하게 하게 시리 암울한 시대상을 연출한 것이냐고.
그 물음의 대답을 영화 속의 찰리는 아주 간결하게 행동으로 보여 주었다.
영화 마지막에서 모든 것을 잃은 떠돌이와 소녀가 희망을 찾아 새롭게 길을 나서듯이 아무리 현실이 어려워도 반드시 희망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