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온 타이탄을 보신 분들은 영화를 보는 중 알 수 없는 장면 하나를 만납니다.
주인공이 같이 여행을 떠날 사람들과 여행을 꾸리는 중
철로 된 것 같은 모형 올빼미를 들고 묻습니다.
"이건 뭔가요"
별 것도 아니란 반응을 보이며 대장이 한쪽으로 치워버립니다.
MGM에서 만든 같은 제목의 영화 "Clash Of The Titans(1981)"을 보신 분들이라면
그 올빼미를 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황금색 양철 올빼미...
주인공을 이끌고 모험에 나서서 길을 인도해 가고, 위기에서 주인공을 구하고
심지어 공주와의 사랑까지 성사시켜내는 그 양철
2010년의 타이탄에서는 버려집니다.
"그거 아무것도 아닐세." 대장의 말과 더불어...
올빼미는 일종의 오마주 같은 것이면서 동시에 비틀림이기도 합니다.
버린 올빼미
그 자리를 "이오"가 차지합니다.
신이 준 "레어 아이템"으로 무장한 주인공, 페르세우스
늙지 않는 운명의 여인 "이오"
자신의 목숨까지 바치며 페르세우스를 응원한 여인
그리고 제우스가 다시 살려낸 "이오"의 손을 잡는 엔딩
공주와 결혼하는 1981년의 타이탄과
생명을 다해 자신을 도운 "이오"가 있는 2010 타이탄
영화는 그 이오의 손을 페르세우스와 잡게 함으로써
사랑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그 운명적인 사랑을 관객에게 선물하려 한 것은 아닐까 싶더군요.
신화를 영화로 만드는 것은 쉽습니다.
기본 줄거리가 있다는 것 자체가 영화의 서사 구조를 단단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신화를 영화로 만드는 일은 그 이면 때문에 또다른 고민을 하게 합니다.
뻔한 스토리를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부담
여전히 공주는 이뻐야 하고(슈렉의 피오나도 이쁩니다. ^^)
영웅은 여전히 영웅다워야 하며
아바타로 더욱 차원 높아진 영화의 기술력(심지어 주인공 배우마저 같은데...)
그로 인해 관객의 기대가 한층 높아진 상태인데
그 나름의 난관을 뚫어야 하는 감독
원작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되, 자신의 독창성을 심어야 하는 고민
"이오"는 그 자리에서 올빼미를 대신해 주인공인 페르세우스를 생명으로 지킵니다.
20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와 비교될 운명에 처한 감독의 선택
그 "이오"를 관객들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듯합니다.
1981년 신으로 남아버린 인간이었던 페르세우스를
2010의 영화는 인간으로 남겠다고 선언하는 페르세우스로 남겨둡니다.
여기 인간의 땅
신이 사라져버린 시대, 인간이 그 몫을 다해야 한다는
나름의 작은 메시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신이 준 아이템에 의존해 살아갈 인간을 꿈꾸기보다
인간이 자신의 운명을 받아안고 그 안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신화가 끝난 시대
인간이 이끌어서 만들어내야 할 이야기들이
우리의 역사가 아닌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