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감독의 시를 봤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오아시스를 빼고는 모두 봤더군요.
영화 보는 사람을 참으로 불편하게 만드는 훌륭한 감독입니다.
시도 역시 보는 사람을 꽤나 불편하게 합니다.
하지만 시가 죽어가는 시대에 시를 좋아하게되는 할머니를 통해
시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오히려 왜 시가 죽어가는 지를 알려주는 듯 합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중간에 뭔가 이빨이 빠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빠진 이빨을 나름 맞춘 것 같아 글을 적어봅니다.
영화 후반부에 윤정희씨가 시모임에서 항상 음담패설을 늘어놓는 낙향한 경찰관에게
시는 아름다운 것이기 때문에 시를 좋아한다면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 것인데 왜 말 끝마다 음담패설을 하냐고 한 소리합니다.
그런데 그 경찰관은 경찰의 부정부패를 내부 고발해서 낙향한 것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버르장머리 없어 보이는 젊은 시인이 갑작스레 등장했다 그냥 대사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퇴장하죠.
제 생각엔 그 젊은 시인이 윤정희에게 시는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게 아니라 진실을 노래해야 한다고 얘기한 듯 합니다.
그냥 제 생각에요.
그래서 윤정희는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결국 진실한 것이고 그래서 진실을 직시하고 바로 노래하는 것이 결국 시를 쓰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된 듯 합니다.
그 깨달음의 결과, 진실의 노래인 시와 사랑하는 손자에 대한 고발, 그리고 아마도...
시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진실을 말해야 한다. 그리고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아름다운 사람이다...
제게는 이런 영화로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