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일찍 퇴근한 기념으로 타자를 두드립니다..
악마를 보았다를 보고 왔습니다. 2010년 하반기의 기대작이었죠. 감독이 워낙 걸출했던 데다가, 배우도
이병헌과 최민식.. 이병헌은 그저 그런 배우였지만 아이리스를 통해서 연기력을 입증했고, 최민식은
진한 작품을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배우였죠. 게다가 8월 초로 잡혀 있던 시사회가 제한 불가 상영 판정이
나면서 MB 정권에 밉보인 것 아니냐는 소문과 함께.. 영화는 개봉하기 전부터 사람들에게 알려집니다.
그리고 막상 시사회를 하자 "이런 영화는 영화면이 아니라 사회면에 실려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기자들의
토로가 이어질 정도로 잔혹함에 대한 이야기들이 사람들 사이에 소문처럼 퍼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직접 본 결과.. 영화는 그렇게 잔인하지 않습니다. 잔인하기로 친다면 오래 전에 히트했던 <추격자>가
더 잔인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이 영화보다 잔인하게 죽이고 괴롭히는 영화는 많습니다. 단적인 예를 들어
슬래셔 무비만 하더라도 훨씬 더 잔혹하게 사람들을 죽입니다. 이 영화가 잔혹하게 느껴지는 것은 죽이는 행위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고 카메라 앵글이 그것을 정확하게 비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감독이 "내가 웃는게 아니야"라고
자조를 하면서 들어냈던 분량은 최민식의 친구가 고급 주택에 습격해서 그 주인을 토막살인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좀 아쉽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이 정도 표현의 자유는 허용되야하지 않나 싶은데..
영화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집중력 있게 끌고 가고, 김지운 감독 특유의 유머도 여기 저기에 살아 있지만
그것 뿐입니다. 그냥 집중만 할 수 있을 뿐, 재미라든가, 긴장이라든가.. 그런 것을 느끼기 힘듭니다.
최민식의 불꽃 연기도 이제 관객에게 감동을 주기에는 식상해져버린 건가? 하는 씁쓸함이 들더군요.
그래도 김지운 감독의 새 영화가 나오면 극장으로 달려가서 볼 겁니다. 다양성이야말로 문화의 밑바탕이고,
김지운 감독은 그런 대우를 받을만한 감독이니까요.
개인적 평점
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