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전국시대, 끊이지 않는 전란이 만들어낸 "노부시"의 횡포에 백성들이 떨고있던 그때..
주민들은 황폐한 땅에서 어렵게 수확한 식량으로 한해 한해를 넘기는 빈촌에 살고 있다. 이 빈촌엔 보리 수확이 끝날 무렵이면 어김없이 산적들이 찾아와 모든 식량을 모조리 약탈해 간다. 싸워도 애원해도 소용이 없었다.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던 촌장의 결단으로 사무라이들을 모집하는데, 이들은 풍부한 전쟁 경험을 가진 감병위를 포함한 7명이었다. 감병위의 지휘하에 마을은 방위태세를 갖추고 전투훈련도 시작한다.이윽고 산적들의 공격이 시작되어 치열한 사투가 벌어지고 산적들은 전멸한다. 하지만 마을사람들 다수와 7명 중 4명의 사무라이도 목숨을 잃는다.
마을엔 평화가 찾아오고 주민들은 벼농사에 여념이 없다. 노동요를 부르는 백성들을 보면서 감병위는 이렇게 말한다. "또.. 살아남았구나.. 이번도 또, 진 싸움이였구나.. 이긴 것은 저 농부들이다. 우리들이 아니야""
영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구로자와 아키라"와 "7인의 사무라이" 정도는 들어봤을 것이다. 그만큼 그의 영화들은 이들에게 칭송받고 다양한 방식으로 후대 감독들은 구로자와의 영화들을 가져오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라쇼몽"을 더욱 좋아하기는 하지만, 대중성과 예술성, 그리고 유명도등 종합적인 판단을 하자면 "7인의 사무라이"가 더욱 알려졌을 것이다.
3시간짜리 영화이기 때문에 조금은 천천히 진행되어서 지루하게 느껴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액션 장면이 만족스럽게 느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영화를 판단할 필요는 없다. "7인의 사무라이"는 구로자와 감독이 자신의 영화인생에서 계속 다루고 있는 모든 것들이 망라되어 있는 작품이고, 다양한 의미들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방식으로 보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산적, 농부, 사무라이라는 삼각구도 속에서 계급적 갈등, 휴머니즘, 인간성, 서부극, 구로자와 감독이 특히나 좋아했던 셰익스피어와 도스토예프스키 등등 이후에도 계속 자신이 얘기하는 것들의 원형들을 볼 수 있을 것이고 우리들은 이 작품을 통해서 각자 어떠한 의미를 깨달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 위해서는 우선은 작품을 봐야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만약 당신이 흑백영화를 싫어하거나 고전영화의 지루함에 관심조차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3시간만 투자해서 작품을 보라고 권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