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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우강호
perions | 추천 (4) | 조회 (731)

2010-10-21 16:38

시작부터 화면 위로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배경설명과 등장인물에 넋을 잃을 즈음, 영화는 능청스럽게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평온해 보이는 마을로 이동 한 후, 한결 여유있는 행보를 보이는 동시에 훗날 이곳이 어떤 상황에 맞닥뜨리게 될지를 암시하는 치밀함을 잃지 않죠. 흩어졌던 사람들이 각자의 사연을 안은채 한 곳에 모이고, 결국 비좁아진 마을 구석엔 시체들이 하나 둘 쌓여가기 시작합니다. 오직 조용히 밤하늘을 밝히는 달 한 점과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돌다리만이 이들을 위로할 뿐입니다. 

흥미로운건 오랜 기간을 두고 다시 모인 이들의 이야기가 서두의 그것과 매우 흡사한 방향으로 반복-확장되는 점에 있었습니다. 몇몇 상황이 뒤바뀌긴 했지만 큰 목표는 변함이 없고, 개개인의 진면목이 본격적으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인연과 운명이라는 통속적인 소재를 끌여들였음을 숨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흐르고, 이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보다 편안하게 각각의 캐릭터들에 집중하도록 도와줍니다. 이들의 극 중 퍼포먼스가 이 작품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 아니었나 싶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