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전으로 돌아온 지존보.
하지만 자하라는 여신선을 만나게 되는데,
신선이다 보니 도력(?)이 높은데다 성격이 깡패입니다.
수렴동의 이름을 바꾸고 자신의 본거지로 삼는데
그 산에 있는 존재들ㅡ 주인공까지 포함해서 자기 꺼라고 우깁니다.
그래서 주인공 발에 자기 꺼라는 표식, 점 세 개를 남기고 월광보합 마저 빼앗아 갑니다.
(완전 무개념녀...)
주인공은 미래로 돌아가 백정정을 구하기 위해서는 월광보합이 반드시 필요했고
다시 돌려받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지만 이 무개념녀가 쉽게 돌려줄리 만무합니다.
사실 이 신선의 몸에는 두 자매가 살고 있는데, 부처님을 위한 등불을 켜기 위한 심지ㅡ 역할 이었습니다.
하지만 신선보다 원앙이 좋다고 사랑하는 임을 찾아 결혼한다고 깽판치고 뛰쳐나온 무개념 중의 무개념.
(영화 초반에 그런 자하를 잡기 위해 쫓아온 서유기의 인물들과 싸워서 이깁니다.)
하여간 주인공은 두 자매ㅡ 자하, 청하 둘에게 시달립니다.
그런데!
자하에게는 자청보검이라는 검이 있었는데,
이 검을 검집에서 뽑는 사람에게 결혼할 꺼라는 말을 공공연히 해왔죠.
이걸 지존보가 뽑습니다.
그리고 상당히 어이 없지만, 그 모습을 본 자하가 지존보에게 반합니다.
자하는 주성치에게 고백하고 지존보 역시 월광보합을 돌려받을 생각에 그 고백을 받아들인다는 거짓말을 하지만
키스를 해달라는 자하를 밀쳐내면서 거짓말이 들통납니다.
자하는 결국 지존보의 몸 속으로 들어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 "정직한 지존보의 심장"에게 진실을 묻습니다.
(그 사이 지존보는 보리노조ㅡ 이 영화 감독과 재회를 하죠.)
그렇게 둘은 헤어지게 됩니다.
그 후 지존보는 500년 전의 우마왕을 만나게 되는데,
우마왕은 지존보를 당시의 손오공, 자신의 의제라 착각합니다.
지존보는 당시 손오공이 약혼했던 우마왕의 여동생과 결혼식을 올릴 상황에 몰리게 되고
그 장소에서 우마왕과 결혼을 약속하는 자하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 여자... 지존보에게 차였다고 막 나감)
지존보는 그 상황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또 다시 자하에게 거짓말을 하게 되는데ㅡ
여기서 사랑유통기한만년이라는 희대의 명드립을 날립니다.
자하는 거짓에 속아 우마왕이 차지한 월광보합을 훔쳐서 지존보와 달아날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당시 손오공은 우마왕의 부인과 내연관계(...)였고
일이 꼬이고 꼬여 우마왕-자하-지존보-우마왕부인, 우마왕동생과의 치정싸움이 일어나게 되고
여기서 도망친 지존보는 500년 전의 백정정과 재회하게 됩니다.
지존보는 상황을 설명하고 500년 전의 백정정과 혼인을 약속하지만
어느 새 지존보의 마음에는 자하가 들어 있었고, 그것을 알게 된 백정정은
자하가 지존보의 "심장"에 무언가를 남겨놓았다는 말을 하고 떠납니다.
그리고 역시 부록처럼 만나게 된 500년 전의 춘삼십랑에 의해 영화감독은 죽임을 당하고
지존보 역시 죽음의 위기에 처합니다.
지존보는 자신의 심장을 보고 싶다고 아주 빠르게 가슴을 베어달라 부탁하고
춘삼십랑은 지존보를 죽입니다. 그렇게 지존보는 죽습니다.
지존보가 자신의 심장에서 본 것은 자하의 눈물이었고
깨달음을 얻은 지존보는 속세와의 인연을 끊는 조건으로 진정한 제천대성 손오공의 힘을 되찾습니다.
여기서 사랑유통기한만년 드립을 다시 한번 날려주시는데, 거짓이 진심이 된 게 역시 아니러니 합니다.
손오공이 된 지존보는 우마왕에게 가서 우마왕을 압도하지만 자하는 우마왕의 창에 찔리고 맙니다.
자하가 예언하기를 자신의 낭군은 영웅 중의 영웅이고 오색구름을 타고 자신을 구할 것이다ㅡ하고
(언니에게 미친년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다 맞아 떨어졌지만 자신이 구해진다는 것만이 틀렸죠. ㅠㅠ
자하는 멀어져가고 지존보는 손을 놓지 않으려 했지만 금고아가 조여서 결국 손을 놓칩니다.
그리고 월광보합으로 삼장과 함께 피신을 하게 되는데,
잠에서 깬 듯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모든 것이 바뀐 듯한 500년 후의 세상이 되어 있습니다.
(노자의 나비 이야기가 떠오르죠. 손오공이 지존보의 꿈을 꾼 것이가, 지존보가 손오공의 꿈을 꾸는 것인가.)
여기서 다시 한 번 영화 감독을 만나 500년 전에 자기 때문에 죽었던 빚을 갚고(너무 간단하게!)
다시 당삼장과 불경을 얻기 위해 떠나는데,
자하와 지존보를 꼭 닮은 남녀를 보게 됩니다.
손오공은 자신의 도술로 둘을 엮어 주고
쓸쓸한 뒷모습을 남기고 사막 저편으로 사라져 갑니다.
*
주성치 영화 중에서 가장 대중적이라 생각하고요.
자하와의 사랑 이야기가 가슴을 절절하게 울리죠.
자하역을 맡은 주인은 더 할 나위 없이 매력적으로 나옵니다.
주성치 역시 단순한 개그맨 아니라 당당한 연기자란 걸 보여주고요.
아련하고 또 안타까워서, 당시 중학생이었던 제가 밤잠을 다 설칠 정도였습니다.
어른이 되서 다시 봐도 후회가 없던, 정말 명작 중의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월광보합이라는 이름으로 리메이크 된 같은 감독의 영화가 아쉬울 뿐이고
주성치와 주인이 실제로도 엮였다가 헤어졌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그게 재미나기도 하고 그렇죠.
타임패러독스로 생각할 꺼리도 많고 소소한 이야기도 살짝살짝 비틀어 주는 맛이 있고
패러디 역시 원작을 능가할 정도로 훌륭합니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 정말 신경써서 만든 영화인 것 같습니다.
주성치의 밑도 끝도 없는 개그영화도 좋아하는 편이지만
언젠다 다시 한 번 서유기 같은 영화에도 출연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서유쌍기의 리메이크라면 더더욱 환영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