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만화를 애니로 만든 이 작품을 다 보기 위해선 50여편을 보아야 한다.
원저자는 1973년부터인가 이 만화를 그렸다고 하니 만화로 소개된 30권짜리 외에도 아직 내가 모르는 많은 일화가
있을 수 있다.
원작인 만화와 비교해 보면 주인공의 캐릭터가 훨씬 더 상정하기 불가능한 초인에 가깝다.
비교할 수 없는 초절정의 저격 실력은 그렇다 치더라도 어떤 위기나 어떤 위험 속에서도 그 자신의 침착함과 냉정함을
잃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 만화 속에서는 느끼기 힘든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창조적인 저격 방법(사각이 완전히 가려진 상태에서 두 건물 사이로 비행기가 지나갈 때를 노려 저격을 한다)도 생각해 내며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마치 퀴즈를 푸는 듯한 즐거움도
준다.
이러한 설정 탓인지 고르고의 목소리를 담당한 성우의 목소리는 한없이 무겁고 낮다. 마치 그래야 한다는 듯이 아무 고저도 없고 차갑기만 한 그의 목소리는 듣는 것 만으로도 진정한 프로페셔널을 느끼게 한다.
아련한 기억인데 사실 고르고13의 어린 시절이 어떠했는지를 말해주는 만화를 본 기억이 난다. 지금은 만화방에서도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는데 고르고의 부모와 함께 갇혀 있다가 포위를 풀어내고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으로 그 위기를 탈출해 나온다는 것이었는데 10대 초반의 아이가 그런 해결 방안을 생각해 냈다는 것을 경찰 관계자가 나중에 상상하고 나서야 그 침착함과 냉정함에 진저리를 친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다시 한 번 보고 싶은데 도대체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 아쉽다.
이 작가의 또 다른 작품으로 대재난 후의 일본에서 살아남은 소년이 필사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일련의 과정을 그린 것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지금의 일본 대지진을 예견한 것 같아 섬뜩하기 까지 하다.
애니를 본 후 다시 이전에 본 만화 원작을 찾게 되었는데 연차적으로 만화가 앞선 탓인지 애니에서는 볼 수 없는 고르고의 인간적인 면모와 감정이 곳곳에서 드러나는 것을 확인하고 한참 웃었다.
역시 인간은 인간에게 끌리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