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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난 주 초에 시사회에서 먼저 이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강형철 감독은 전작인 <과속스캔들>이 830만이라는 흥행 스코어를 기록했었기 때문에
관객들은 그의 신작에서 전작만한 재미에 대한 기대치가 있었을 것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의 "재미"에 대해 충분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1. <써니>는 "매우"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재미있습니다.
확실히 웃겨줍니다.
영화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빵빵 터트려줍니다.
특히 198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분들이라면 그 깨알같은 재미를 만끽하실 수 있습니다.
즉, 이 영화는 아는 만큼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설령 80년대를 모르는 세대라도 충분히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관객 각자의 추억에 따라서 감동까지 느끼시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가끔 "예고편이 다.." 라는 영화들이 있습니다만.. (예를 들어 <라스트 갓파더>같은..)
이 영화는 그와 반대입니다.
<써니> 예고편을 보고 "흠.. 그냥 저냥.." 하고 생각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강형철 감독은 영화는 몰라도 "예고편은 세상에서 가장 심심하게 만드는 감독"이거나
만약 다른 사람이 예고편을 만들었다면 그 사람은 이 영화의 안티가 틀림없습니다.
그러니 이 영화의 예고편은 믿지 마세요 ㅋㅋ
"재미"라는 부분에 별점을 주자면 저는 10점 만점에 9점을 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시사회 때 관객반응을 보면 10점 만점을 주는 분들도 많을 영화입니다)
물론 이 영화가 모든 면에서 완벽한 영화는 아닙니다.
좀 상투적이고 부족한듯한 시나리오 등 이런 저런 아쉬운 부분도 많지만..
그럼에도 이 정도로 "재미"와 "완성도"를 두루 겸비한 상업영화는
흔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연속해서 좋은 결과를 낸 강형철 감독에게 신뢰가 듭니다!
2. <써니>는 심은경의, 심은경에 의한, 심은경을 위한 영화!!
<써니>는 공식적으로 극중에서 7공주 서클인 "써니"의 멤버들인 7명의 친구들의
아역과 성인역을 연기한 13명의 배우가 공동주연입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보면 "나미"의 아역을 맡은 심은경이 원 톱인 영화입니다.
아직 17살의 여고생이지만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천재 아역으로 유명하던
그녀답게 능수능란하고 관록있는(?) 연기로 관객들을 휘어잡습니다.
예고편에 잠깐 나오는 "씨부랄.." 그건 뭐 빙산의 일각입니다.
영화를 보시면 압니다..
이렇게 심은경이 원 톱으로서 영화의 중심을 꽉 잡아주고..
"춘화"의 아역인 강소라와 "나미"의 성인역인 유호정이
옆에서 든든하게 보조해줍니다.
이 3명을 중심으로 나머지 "조연급 주연(?)"들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이루어냅니다.
다만, 성인역 배우들은 각자 드라마나 영화, 뮤지컬 등에서 관록이 있는 사람들이라
웬만큼은 하지만 특별히 연기를 잘한다고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사실 성인 역들은 유호정을 제외하면 출연 분량들도 비교적 적고
그 내용도 어린시절 파트를 보조해주는 장면이 많아 "잘해야 본전"이었던 것 같고요..
그 반면에 "메인 스토리"라고 할 수 있는 어린시절을 연기한 아역배우들은
그야말로 연기가 "생동감"이 넘치고 "빤짝빤짝" 빛이 납니다!
특히 <써니>의 최대의 수확이라면 신인급 배우들의 재발견 또는 발굴입니다.
그중 강소라의 경우 그동안 여러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인지도가 낮았었는데
요번 영화로 정말 확실하게 뜰 거 같습니다.
어린 춘화는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이고, 이를 완성한 강소라 역시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진희"의 아역을 맡은 박진주도 주목할만합니다.
신인으로 이 영화가 데뷔작이라는데.. 외모 때문에 주연급으로 크기 힘들겠지만
개성파 배우로 성장할 쓸만한 재목을 하나 발굴한 것 같습니다.
3. 그리고 이 영화 <써니>는 판타지다!
<써니>는 크게 2개의 파트로 나뉘어있는 영화입니다.
1980년대 중반의 10대 시절..
2010년 40대 초반의 현재..
하지만 이 25년 세월의 간격을 지닌 두 시대가 각각 단절되지 않고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교차로 넘나들며 관객을 이끌어갑니다.
그리고 감독은 영화에서 이 두가지 시대를 각각 판타지 VS 현실로 대비시킵니다.
이 영화는 1980년대의 일상 풍경을 재현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여 세트를 짓고
화면에 잠깐 스쳐지나가는 소품 하나 하나까지 고증에 신경을 써 재현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꽤 사실적인 80년대 학창시절을 보여준 <품행제로>와는 다르게
현재 중년들의 추억 속에 윤색된 "아름다웠던 그 시절"의 판타지를 구현합니다.
미래에 대한 꿈이 넘쳐나고..
그리운 친구들과의 우정과 수줍은 첫사랑이 있었던..
이제 누구의 아내나 엄마로만 불리워지고 이러저런 세파에 퇴색된 자신이 아닌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이었던 추억의 그 시절은..
비록 실제로 힘들고 어려웠을지라도 "추억"이란 필터로 윤색됩니다.
그래서 80년대의 특정한 문화적 상징들이나 트렌드를 극대화한
<써니>의 80년대는 (제가 기억하는) 실제 80년대의 서울보다 더 촌스럽고
아이들의 의상이나 거리의 색상은 실제보다 더 원색의 컬러로 넘쳐나며..
"시위대와 전경들의 충돌"같은 시대의 아픔(?)이나 정치적인 이슈 또한
그 시대의 트렌드로서 재치있는 연출 속에 "80년대 판타지"의 일부분으로 녹아듭니다.
(특히 팝송 "Touch By Touch"를 이용한 시위장면 연출은 주목할만합니다..)
이와 반대로 극중에서의 2010년 현재는 80년대에 대비하여 현실을 보여줍니다.
누구는 잘 살고.. 누구는 생활에 찌들리든..
그들 모두는 이제 빛을 잃은 존재들이고..
자기 인생의 주인공 자리에서 밀려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감독은 결국 현재와 앞으로의 미래 또한 판타지로 마무리짓습니다.
그리고 이 판타지는 "춘화"라는 인물을 통해 완성됩니다.
춘화는 어린시절에도 중년이 된 현재에도 판타지적인 캐릭터입니다.
또래 소녀들의 선망이 되는 (또는 레즈비언적인 애정의 대상이 되는)
"중성적인 캐릭터"를 지닌 이 소녀들의 리더는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끝까지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었고..
마지막까지 판타지적인 (아니 사기캐릭터적인) 면모를 보여주며..
결국 친구들에게 소녀시절의 약속을 지킵니다.
비록 이 비현실적인 결말을 놓고 사람에 따라 호오가 갈릴 수 있겠지만..
저는 감독이 기껏 관객을 웃기다가 마지막에 울리는 대신에..
끝까지 계속 웃는 결말을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게 본 장면은 바로 춘화의 장례식 장면입니다.
어찌보면 좀 생뚱맞고 비현실적인 이 장면을 보면서..
나도 훗날 죽었을 때 남겨진 사람들이 슬퍼하며 나를 떠나보내는 대신에
나를 추억하며 웃으며, 즐겁게 축제처럼 나를 보내줄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다시 결론을 정리하자면.. 이 영화 강추입니다!!
Ps 1
이 영화의 제목과 극중 7공주 서클의 명칭는 보니엠의 ‘Sunny’에서 따왔습니다.
하지만 정작 영화의 메인 테마곡인 ‘Sunny’보다는 영화의 또다른 삽입곡인
"Reality"와 "Touch By Touch"같은 노래가 눈(?)에 쏙 들어오더군요..
저는 영화에 이 노래들을 사용해서 사람을 웃길 수 있다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ㅋㅋㅋ
Ps 2
이 영화에는 뜻밖의 재미를 주는 카메오가 여럿 등장합니다.
이것도 미리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만..
목소리로만 출연하는 카메오가 있는가 하면..
사진으로만 등장하는 카메오도 있고..
아주 짧은 한 두 장면만 출연하면서도 "어!" 또는 "아!" 하는 탄성을 자아내는
정말 의외의 카메오들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