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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 보고..
arteaus | 추천 (1) | 조회 (690)

2011-05-06 22:56

방금 토르 보고 왔습니다. 뭐, 기대가 컸던 것도 있지만 좀 아쉽게 느껴지네요.

개인적으로 저는 영화를 보다보면 "아, 어떻게 이런 걸 생각해냈지?"라는 생각이 드는 영화와 "내가 만들었다면 이 부분은 이렇게 했을 텐데..."란 아쉬움이 남는 영화로 나뉘어집니다.

토르는 후자인데, 원작의 토르가 갖는 매력적인 설정(신이지만 지구에 떨어진 히어로)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시간 배분으로 볼 때 아무래도 마블 측에서 뭔가 착각을 한 것 같은데 아이언맨1은 초능력도 뭣도 없는 무기제조업자인 토니 스타크가 "아이언맨"이 되는 과정을 보여줬기에 "아이언맨"으로서 활약하는 부분이 적더라도 오히려 흥미롭게 감상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토르는 이미 강력한 힘을 지닌 "신"이 힘을 잃고 다시 힘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것인데, 초반에 이미 강력한 토르의 모습을 충분히 보여줘서 후반부 이야기에 집중을 하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뭣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왜 존재하는지 알 수 없었던 게 딱 두 개 있는데,

하나는 디스트로이어고 둘째는 시프를 비롯한 토르의 동료들(...)

디스트로이어는 전체적으로 중세 서사시풍의 아스가르드에서 혼자 SF분위기를 갖고 있어 보는 내내 거슬렸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디자인이 딱히 멋진 것도 아니고, "지구가 멈추는 날"의 로봇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다크 나이트"를 보면 알겠지만, 슈퍼 히어로 영화라고 히어로만 열라게 강하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빌런"에게도 그에 걸맞는 매력이 있어야 되는데 디스트로이어는 매력도 뭣도 없고, 좀 심하게 말하자면 중간에 나오는 "스타크의 신무기인가?"라는 이 한 마디를 위해서 마블 쪽에서 억지로 집어넣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런 주제에 비중있는 악역도 아니고, 토르가 묠니르를 들자 5분만에 털리는 역활이라 스토리상으로도 혼자 붕 떠 있는 느낌이라서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였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그런 디스트로이어한테 한 방에 발린 토르의 동료들(...) 비프로스트를 탈 때는 뭔가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뉴멕시코의 시골마을에서 중세풍의 커스튬을 입고 다닌다는 것부터가 왠지 촌스러운 느낌이 들더니 디스트로이어한테 쪽도 못쓰고 발리더군요.

실제로 끝나고 생각해보니 영화 전체에서 이 동료들을 제외하더라도, 스토리상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나마 디스트로이어는 묠니르 각성의 촉진제 역활이라도 했지만 이 녀석들은 그야말로 잉여 오브 잉여였습니다.

그래도 마음에 들었던 것은 주인공의 캐스팅. 사실 별 생각이 없었는데 토르를 보게 된 이유는 포스터에 얼굴을 떡 하니 내밀고 계시던 토르님 때문이었습니다. 생긴 게 정말로 제가 상상하던 토르의 이미지 그대로였습니다. 키도 훤칠하시고(190센티미터가 넘는다나 뭐라나) 몸매도 쩔고 금발... 주인공 캐스팅 때문에 다른 부분을 대충 만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물론 토르를 제작하는 이유 자체가 사실 어벤저스에 등장 멤버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려주겠다는 의도가 강한 것 같기에 사실 영화 자체에 스토리에 중시하기보다는 각각 히어로들의 캐릭터를 명확하게 알려주려 했던 것 같습니다. 뭐 단순히 그러한 의도였다면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서 성공이긴 합니다. 호쾌하고 정 많고 다혈질의 영웅 토르만큼은 확실하게 각인되었으니까 말이죠. 이러다가 어벤저스 망하면 마블 코믹스가 통째로 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외에 신 주제에 스케일이 작게 논다던가, 하는 점도 좀 아쉬웠습니다만... 그런 부분은 넘어가고.

여튼 이런 저런 단점이 많은 토르를 재밌게 보시기 위해서는 마블버스와 북유럽 신화에 대한 기반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둘 다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저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볼만했습니다. 비프로스트를 웜홀 생성기로 표현한 점이라던가, 각각의 세계를 행성으로, 아사 신족을 단순한 외계인으로 표현한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사실 로키와 토르를 형제로 표현했을 때는 약간 의아했는데, 로키가 사실 우드가르트 로키(로피)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습니다. 원전 신화에서 로키는 본래 거인족입니다.

헤임달이 흑인으로 나왔을 때는 약간 걱정했는데(신화에서 헤임달은 "최고로 하얀 신"입니다) 무뚝뚝한 문지기란 역활로 보자면 흑인인 게 의외로 잘 어울리네요.

그 외에 중간 중간에 "브루스 배너"라던가, "토니 스타크"라던가 익숙한 이름들이 많이 들립니다. 솔직히 이런 요소를 억지로 끼워넣었다는 생각이 강하기도 합니다만...//..

엔딩 크레딧 이후 특별 영상에 로키가 살짝 등장하던데,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로키가 가장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꽤 기뻤습니다.

뭐, 토르 자체만 보자면 그냥 그런 이류 킬링 타임 영화이기에 그닥 추천하지 않습니다만, 어벤져스를 볼 예정이시라면 볼 수 밖에 없는 영화이네요. 엑스맨이랑 캡틴 아메리카도 곧 영화화하고 스파이더맨 리부트도 진행중이라는 것 같고... 마블이 정신이 없습니다. 저로선 기쁩니다만 이렇게 동시에 프로젝트를 진행해도 되는 건지... 개인적으로 억지로 어벤져스 떡밥을 끼워넣는 일만 조금 자제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인크레더블 헐크 정도가 딱 적당했던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