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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날의 꿈, 하얀 정글.
tyburn | 추천 (0) | 조회 (514)

2011-07-02 08:03

원래 화질이나 소리를 신경써서 디지털 4K로 씨너쓰 이수가 음향 시설이 좋다고 해서 그런 걸 고려해보려고 했는데,
좋은 자리로 예매하려고 알아보다 보니, 서울애니메이션쎈터라는 곳이 눈에 띄었습니다.

게다가 서울애니메이션쎈터에서 소중한 날의 꿈을 제작 지원도 했더군요.
관람료가 우리나라의 열악한 애니메이션 상황에 도움이 될까해서 여기서 보기로 했습니다.
대기업들 배불려 주는 것보다 비영리협회나 작은 독립영화관들에서 보는 게 저는 좋습니다.
게다가 상영끝나고 감독들과의 대화도 있었고,
뜻하지 않은 횡재로 영화에 쓰인 밑그림도 소장용으로 받고, 이랑과 철수 모형 추첨 기회까지!

영화가 흥미로운 사건이 있고 그 사건이 마무리되면서 결말이 뚜렷한 그런 영화는 아닙니다.
아무래도 하루하루가 괴로워서 잊고 싶어서 가벼운 영화를 찾는 분이 보기에는 재미있는 영화는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세세한 부분에 공을 들인 점이 있어서, 그런 것들을 알고 보면 깨알같은 재미가 쏟아질 겁니다.
저도 한 번 봤는데 이걸로는 충분하지가 않아요. 더 봐야죠. DVD나 블루레이가 나오면 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뽀통령 보는 나이의 아이들이 보기엔 알아듣고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

저는 영화 안에서 어머니와 아버지를 보았습니다.
어머니는 참 제게는 존경스러운 분입니다. 가난한 농가에서 여섯 오누이의 첫째 딸로 태어나 중학교, 고등학교도 가난으로 가지도 못 하시고 공장에서 공순이로 일하면서 동생들 뒷바라지 하면서 검정고시를 봐야하셨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이랑이 교복을 입은 모습을 보니 어머니의 젊었을 때 흑백사진이 떠오르더군요.
어머니는 이랑처럼 달리기 소녀는 아니었고 문학 소녀였습니다. 하지만 자식들때문에 꿈을 접으셨죠.
아버지는 달리기 소년이었고, 공고를 졸업하고 읍내에서 유일하게 전파사를 했다셨습니다.
아버지도 자식이 없었다면 꿈이 있으셨을 텐데, 어머니와 아버지 꿈을 지금이라도 한번 시작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기는 하지만, 그래도 노력하면서 힘들게 살아온 것은 맞으니까요.
아버지도 고집을 조금 굽혀서 화해가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어머니, 아버지와 비교하면 저는 참 나약합니다.
지금도 딱 그래요. 졸업도 아직 못 하고 나이를 꽤 먹어서 미래에 대한 불안과 우울함 등이 있는 때입니다.
영화를 보고 힘을 얻었으니 열심히 노력을 해야지요.

이건 누설인데요. 영화의 마지막에 이랑이 하는 말은 철수의 삼촌에게 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감독이 말한 바로는 제작 초기에 정은임 아나운써에게서 응원을 받았는데, 그녀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답니다.



다 보고 나서 감독들과의 대화를 했습니다.
왼쪽부터 조범진(아치와 씨팍), 민경조(오디션), 김문생(원더풀 데이즈), 이성강(마리 이야기, 천년여우 여우비), 안재훈(소중한 날의 꿈), 윤영기(마법 천자문) 감독입니다.
감독들과의 대화에서 제가 관객 처음으로 질문을 했는데요. 누설이 될 수 있겠네요; 간단하게 엔딩 크레ㅤㄷㅣㅌ 올라가고 마지막에 삼촌이 수화를 합니다. 그 뜻을 물었는데, 이랑의 마지막 말과 비슷한 메씨지라고 하네요. 첫날 감독과의 대화에서도 물어봤다더군요;
그리고 여러가지 얘기가 나왔는데 전부 요약해서 적어드릴 수는 없고 기억나는 것 몇 개 적어보겠습니다.
목소리 연기로 박신혜, 송창의 씨가 나온 것은 아시겠지만, 차범근, 손석희, 박혜진 씨도 언뜻 나옵니다. 영화를 보실 분들은 찾아보시기를.
애니엔 혜진과 관련된 인물이 많은데요. 이 애니를 감독한 안재훈, 한혜진 감독은 부부라합니다. 부부가 함께 애니를 만들다니 참 좋네요.
그리고 송혜진(인어공주, 아내가 결혼했다) 씨는 작가인데, 안재훈 감독이 애니 관련 일을 하는 사람 밖에서 씨나리오를 손볼 사람을 찾다가,
송혜진 씨의 단편 영화 "안다고 말하지 마라"를 보고 감명을 받아서 일에 끌어들였다고 하네요.

그리고 기억에 남던 얘기는 우리나라 애니 제작에 관한 얘기였습니다.
저도 관심이 가는 주제죠.
제작에 10년은 보통으로 잡아먹으니까요. 참 안타깝습니다.
조범진 감독이 "차를 만들려고 하는데 길이 없다. 그래서 길도 닦으면서 차도 만들어야했다"고 한 말이 떠오릅니다.
그래도 이제는 길이 어느 정도 만들어졌으니, 앞으로는 나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민경조 감독도 제작비에 관해서 여러번 얘기를 했는데, 제작비를 구하려고 애니를 만들다말고 다른 거 해서 제작비 구하고, 자신의 사비도 꽤나 들였다고 하더군요.
다른 영화들은 홍보비로 20억씩은 쓰는데, 소중한 날의 꿈은 1억 썼다고 하더군요.(근데 뒤에 가면 더한 내용이 나옵니다ㅠㅁ ㅠ)
이런 상황이니 10년이 걸려도 이상할 게 없네요. 씁쓸합니다.

여러 감독분들이 다음 작품을 일하고 계시던데, 김문생 감독은 베르나르 베르베르 원작의 개미를 하고 있다합니다.
기대를 하겠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또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많지요.

문화 복지 관련해서,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관련 종사자나 학생들, 관객에 대한 정부 지원이 어떠하냐고 질문을 던지려고 했는데, 시간이 다 됐다고 질문을 안 받아서 어쩔 수 없이 제 숙제로 남았습니다.
제가 잘 찾아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마지막에 이랑과 철수 모형을 추첨하더군요. 2개 추첨인데 감독들을 빼면 취재하는 사람 포함해도 한 스무 사람밖에 안 돼 보여서 확률이 엄청 높았습니다.만 저는 안 되더군요ㅋㅋㅋ
10%는 넘었을 듯해요. 그렇지만 사람이 좀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원래 7시 10분 쯤 나서려고 했는데 있다보니 늦어버렸습니다;
그래서 하얀 정글은 늦어서 거의 끝부분만 보겠거니 했지만 그냥 감독과의 대화라도 보고 뒷풀이 비용이라도 내주자고 갔습니다.
갔더니 상영이 다 끝났는지 스크린에는 바탕화면이 떠있고, 뒷풀이는 어떻게 되어가는 건지 혼자 갔는데 아무런 안내가 없어서 그냥 스크린 바로 앞 빈 자리에 앉았습니다.
다들 모르는 사람이고 일단 눈치보고 누가 말을 안 걸어오나, 내가 걸어볼까 하고 영화 벽보 겸 전단지를 집어와서 읽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약간 있었는데 죄송하다고 영화 다시 시작하겠다고 하더군요;
원래 옥상에서 상영하기로 했는데, 비가 와서 실내로 바꾸면서 돌발 상황이 일어났나봅니다.
저도 장소가 바뀌어서 찾느라고 또 약간 헤맸죠;
다행인지 뒷부분 반 정도를 보게됐습니다.
앞부분은 다시 기회를 찾아서 봐야죠.

영화를 보면서, 민영화를 안 한 지금도 상태가 이 꼬라지인데, 민영화를 하면 정말 생지옥이 되겠구나 했습니다.
이리저리 맞물려있는 것들이라서 쉽게 물러서지 않을 텐데, 힘드네요.
영화에서 봤던 것 가운데 이런 얘기들이 떠오릅니다.
골수 이식하는데 1억을 달라고 했다. 근데 내가 구할 수 있는 돈이 4~5천만원이었다.
게다가 골수 이식하고 죽으면 가족들이 살 수가 없다.
그래서 목숨을 포기하는 마음으로 골수 이식을 포기했는데, 운 좋게도 항암 치료로 완치가 됐다.
그런데 병원에서 비급여를 임의로 더 많이 받았다. 거의 두 배 넘게. 진료비의 반 이상을 부당하게 받아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진료비 확인 신청을 내자, 병원에서 취하하라고 점점 협박을 했다.
그러다가 담당 교수까지도(자기 직장이 걸려있으니;) 사실상 협박을 했다.
치료 안 받아도 괜찮겠냐고.
어떤 병원에서는 아들도 여기 다니고 가족들도 다니는데 병원 안 다니려고 그러느냐고, 진료비 확인 신청 취하하라고.

우리나라의 복지의 사각에 있는 아파도 복지 혜택을 못 받고 참으면서 살아가는 분들의 얘기도 나오고.
민영화를 하려는 대형 병원과 자본과 정부의 속셈과 시도들 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자세히는 못 적겠네요;
큰 위험을 무릅쓰고 증언을 해준 분들과 감독의 용기에 정말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허락을 안 받았는데 이렇게 사진을 올려도 될지 모르겠네요;
뒷풀이 덕분에 오랜만에 보리술 한 잔 마셨네요.

 

그리고나서 감독과의 대화를 하는데 여기는 아까 소중한 날의 꿈보다 더 열악한 사정입니다.
소중한 날의 꿈은 영화관에서 상영이라도 하는데,
하얀 정글은 영화관 상영을 못 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웠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영화인데.
홍보비 1억은커녕 영화관 상영잡는데 몇 천만원도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감독의 사비로 다 할 수는 없죠.
안 그래도 돈깨나 들어갔을 터인데.

송윤희 감독이 인디 플러그http://www.indieplug.net라는 독립 영화 다운로드 싸이트가 있다고 소개해주더군요.
여기서 아마 다운로드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래 110분 정도였다고 하던데 최종본은 뺄 것은 빼고 꼭 넣을 것은 다시 넣어서 좀 줄였다고 합니다.
오늘 본 것은 최종본은 아니었는데, 최종본이 나오면 인디 플러그에서도 보게 될 지 모르겠네요.

앞 부분 거의 반을 못 봤지만 질문을 했습니다. 하얀 정글 공식 게시판에 내과의가 조직 검사 관련해서 사실 관계를 묻는 글을 올렸는데, SiCKO의 경우에도 전반적인 영화의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구체적인 사실을 속인 것이 있다. 하얀 정글에도 구체적인 사실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느냐 뭐 이런 질문입니다.
감독분이 SiCKO에서 예를 하나 들면, 쿠바에 배타고 간 병원은 굉장히 좋은 병원이었는데, 사실 쿠바는 의료 시설이 굉장히 낙후돼있어서 자원이 없다.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그리고 조직 검사의 경우는 내시경으로 보고도 애매한 경우는 조직 검사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보통은 내시경과 조직 검사를 무조건 동시에 해버린다. 애매한 경우에 조직 검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적으로 조직 검사를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런 부분도 의료계의 곪아터진 부분의 단면이라고 하더군요.

한의사 두 분이서, 환자들이 대형 병원만을 찾는 세태에서 규제는 일시적일뿐이다, 환자들의 태도가 바뀌는 것도 중요하지 않느냐는 질문, 무상 의료를 하게 되면 중국처럼 전체적으로 질이 낮아지지 않겠느냐 그것을 막는 쪽으로 가야한다는 질문을 던졌는데,
감독분은 첫번째 질문의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손전화가 울려서 죄송합니다라고 했는데, 두번째 질문한 분이 착각해서 답변이 끝났는 줄 알고 질문을 해서, 첫번째 답변이 어떻게 된지는 모르겠네요;
어쨌든 단계적으로 하나씩 실현해나가야한다는 점을 말했고, 중국이나 쿠바처럼 하자는 것이 아니라 스웨덴처럼 제대로 된 무상 의료를 해야한다는 답변을 했습니다.

다른 질문과 답변들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나네요.

감독분 안양 사신다는데 늦은 시간까지 있어주셔서 참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하얀 정글 앞부분을 빨리 봐야겠습니다.










덧.
소장용으로 받은 밑그림과 싸던 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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