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극장에서 본 83번째 영화가 킹 아더였습니다. 이 영화에 대해서는 정말 별로 할말이 없습니다. 이 영화는 아더왕 전설을 영화화한 것이지만 단순 전설의 영화화가 아니라 실제 역사에 있었다고 학자들이 추정하는 당시 게르만족의 영국 침략에 맞선 켈트족 아더왕에 대한 영화입니다. 당시 떠오르던 할리우드의 신성 키이라 나이틀리가 여주인공을 맡았는데요. 아마 기네비어 왕비 역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더왕 전설은 후대로 오면서 굉장히 윤색되었는데 실제 아더왕 같은 존재가 있었던 것은 역사학자들이 오랜 연구 끝에 사실이라고 합니다. 게르만족의 서로마 제국 침략이 본격화되자 로마 제국의 본토 방위를 위해 잉글랜드에 주둔하던 로마군들이 모두 철수하면서 잉글랜드는 무력의 공백기를 맞이합니다. 이렇게 되자 잉글랜드를 로마가 점령할 때 로마의 지배하에 들어가기를 거부하고 거친 스코틀랜드 산지로 도망갔던 켈트족 일파인 스코트족의 침략이 시작됩니다.
오랜 로마의 잉글랜드의 지배하에 켙트족들은 로마화되어 일명 갈로-로마인(갈리아인)들이 되어있었는데 당연히 로마의 오랜 평화에 젖어 전혀 전쟁을 할 줄 몰라서 용병으로 앵글로-색슨족 일부를 불러들이나 이들은 제대로된 방위 군사력이 없는 잉글랜드의 현실을 보고 대륙 본토의 부족민 전체에게 이 사실을 알려 앵글로-색슨족의 잉글랜드 침략이 시작됩니다. 그렇게 되자 비록 로마화되면서 오랜 평화에 젖어 허약해졌지만 잉글랜드의 갈로-로마인들은 한 왕 밑에 단결하여 앵글로-색슨족의 침략에 맞서게 되는데 이 갈로-로마인들을 단결시켜 앵글로-색슨족과 싸우게 한 왕이 아더왕입니다.
물론 학자들 간에도 의견이 분분한데 제대로된 문헌자료가 워낙 부족하여 아더왕이 한 명의 왕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아니면 계속 이어진 왕들의 업적이 뭉뚱그려져 한 명의 왕으로 전승된 것인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입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아더왕 아래에 갈로-로마인들은 단결하여 앵글로-색슨족의 침략에 대항하였고 수십년간 앵글로-색슨족의 잉글랜드 지배를 성공적으로 저지시켰다는 것이지요.
근데 워낙 문헌자료가 부족하다보니 영화는 실제 역사와 픽션을 뒤섞어버렸더군요. 아더왕이 로마인인지, 아니면 로마화된 갈로-로마인(갈리아인)인지는 문헌으로도 알 수 없으나 어찌되었든 로마군이 잉글랜드를 떠나기 전에 현지 잉글랜드의 유력자였을 것이니 영화상에서 아더왕을 로마인으로 묘사한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고 영화상에서 아더왕의 원탁의 기사는 로마 제국의 우크라이나 지역에 거주하던 기마 민족인 용병 기사들이었다고 하는데 당시 로마군이 전원 로마 제국 각지에서 차출된 용병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아더왕을 따라다니던 이들 기병이 영화에서 잘못 묘사된 것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재미가 없습니다. 실제 역사를 대규모 전쟁신과 함께 영화화했지만 영화 자체가 재미가 없는 터라 지루하더군요. 키이라 나이틀리가 켈트족 여족장으로 나오는데 이것은 실제 켈트족에서 여족장이 대규모 전쟁을 지휘한 사례도 있는 터라 잘못되었다고 할 수도 없지만 이것은 무려 수백년 전에 처음 로마 제국이 잉글랜드를 점령하던 시절이나 그렇고 켈트족들도 로마화되면서 여자들은 전장에 나가지 않게 된 것을 무시한 것입니다.
할리우드 스타로 막 떠오르던 영국 출신의 키이라 나이틀리가 보다 능동적으로 극에 참여하게 하여 극의 비중을 높이려고 한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이것도 역효과였습니다. 차라리 아더왕의 지휘하에 일치 단결한 켈트족들이 몰려드는 앵글로-색슨족 대군을 맞아 한번의 회전에서 대승을 거두는 쪽이 영화의 성공에선 더 좋았을 겁니다. 잉들랜드와 스코틀랜드를 분리시키는 장벽의 거대한 성문을 이용한 전술을 이런 대규모 전투에선 황당하더군요.
들어간 예산을 생각하면 훨씬 잘만든 전쟁영화가 될 수 있었는데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정말 재미없고 지루한 영화가 되었습니다. 그나마 역사대로 만든다고 했지만 정보부족을 이유로 과도한 상상력을 발휘한 것도 패착이었고요. 약간은 전형적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크게 전형적인 부분에서 벗어나게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 영화였습니다. 너무 독창적으로 영화를 만들려고 했던 것이 영화는 영화대로 재미가 없으면서 관객들이 영화에 몰입하기도 힘들었다고 생각되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