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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고지전을 봤습니다.
caesarnis1 | 추천 (8) | 조회 (689)

2011-10-01 12:45

군대훈련중에서 가장 힘든 훈련이 무엇이냐 물어보면 대부분의 군필자들이 유격훈련을 들것입니다.
유격훈련이 힘든 이유는 pt체조라는 체력강화를 목적으로 사지육신을 피곤케만드는 반복운동때문입니다. 그 외에 여러코스를 돌아다니면서 하는 장애물코스는 어찌보면 재미가 있을수 있습니다.
저는 군대훈련중에서 정말 힘들었던것이 각개전투아니였나 싶습니다. 이른바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서 하는 훈련이지요.
제일 마지막에는 돌격이라고 해서 착검하고 폐타이어를 찌르는것으로 끝납니다만 이것을 계속 돌아가면서 경사진 산비탈를 포복과 달리기로 수도 없이 반복하다보면 정말 입에서 단내가 풀풀 풍길정도로 힘든 훈련이었습니다.
 
이 영화 고지전도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서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한국전쟁 휴전직전의 동부전선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지만 기존의 영화와 확연히 다른것은 한국전쟁을 보는 역사적 시각입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이 영화의 역사의식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방첩대 장교인 강중위는 빨갱이는 무조건 처치하면서 친일파는 왜 그냥 살려줘야하는나며 넋두리를 늘어놓는 실수(?)로 동부전선 최전방에 적진과 내통중인 사건을 처리하라며 쫓기듯이 보내집니다.
방첩대 장교인 강은표중위(이하 강중위)의 나이는 30살이 조금 못되어 보이더군요. 그럼 영화속 시간적 배경이 53년이니까 아마 24,25년생일것입니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서 교육도  그렇게 받아왔을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속에서 또 한명의 주인공인 수혁과는 대학동기라고 했으니까 추측해보자면 지주집안의 도련님으로 일본이나 경성에서 대학까지 다닌 인물일것입니다.
그리고 십대후반에 해방이 되었을것이니까 한마디로 이 강중위의 정치적 성향은 지주집안의 성격상 친일파집안과 겹칠수 있고 젊은나이에 징용과는 상관없이 엘리트코스를 다닐수 있어서 독립운동쪽 성향과 겹칠수 있는 가장 중간자적인 인물일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해방후 궁지에 몰린 친일파들이 이승만 정권후 다시 득세해서 가장 활발하게 활개치고 다니던 한국전쟁때의 상황에 그런 넋두리를 늘어놓을 수 있었을것입니다. 
 
 수혁도 비슷하지만 지주집안은 아닌것 같고 그냥 공부를 굉장히 잘한 모범생정도의 학생이었다고 생각되어집니다. 이런 학생들은 세상돌아가는것에 무신경해서 독립이니 친일이니 이런것은 안드로메다의 이야기정도로 생각하여진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본인의 관십이외의 일은 별로 생각을 안하고 있다가 해방과 한국전쟁을 맞이하였을 것입니다.
 
한편 북한군 장교로 나오는 현정윤은 나이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보입니다. 이 인물(이하 정윤)은 개전초기에 북한군 선봉부대로 내려와서 강중위와 수혁을 포항에선가 (기억이 잘 안납니다.)포로로 잡을때 강중위를 풀어주면서 호기있게 이렇게 말합니다. "니네들이 왜 전쟁에 지는줄 알아 . 그것은 전쟁을 왜 하는지 모르게 때문이다"라는 말을 합니다.
중요 포인트죠. 그렇습니다. 이 인물은 왜 전쟁을 하는지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정윤은 이북사투리를 쓰고 있습니다. 함경도쪽인것 같은데 잘은 모르겠고, 하여튼 일제 강점기에 그쪽분들이 많이들 독립운동을 하려고 만주로 건넜더랬습니다. 정윤도 그런 인물이었던 것입니다.
만주에서 독립군에 가담했다가 일본이 만주를 점령하자 정윤이 속해있던 광복군은 당시 중국쪽으로 편입해서 도움을 받는데 그것이 중국공산당 모택동쪽으로 편입되는것입니다.
 
말하자면 기반이 없어지면 소멸되는 독립군이니까 일종의 give & take성으로 너희들을 우리가 도와줄테니 중국통일이 되면 너희들이 우리나라 해방하는데 도움을 달라 이런식이었습니다. 정윤이하 조선의 독립군들은 중국 공산당의 대장정을 같이하면서 물심양면 도움을 줍니다. 그런데 비극은 45년에 자주적 독립이 아닌 외세에 의하여 독립이 되어버린데 있었습니다.
그리고 김일성이를 앞잡이로 내세운 소련에 의해서 북한은 군정체제로 돌입해버린것입니다. 조국해방이 되었으니 모택동팔로군에 소속되어 있었던 정말 실전으로 다져진 정예부대는 조선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고 북한으로 넘어간것입니다.
 
그리고 김일성이는 이러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밀고 내려온것입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들어온 정윤이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조선의 독립은 통일을 하는데에 있다라고 설득하여 전쟁이 일어난것입니다.
이제 정윤이의 그때의 입장은 아실겁니다. 나는 전쟁을 하는 이유를 알고 있다라구요.
 
그리고 이 세사람은  다시 만납니다. 사실상 전쟁은 고착상태에서 끝냈어도 무방한 2년동안 소위 땅따먹기식 생존의 사각링에 올려진채 애록고지라는 곳에서 일진일퇴하면서 소일거리로 서로 편지와 음식물을 주고받는 이상한 관계로 말입니다.
서로를 알면서도 죽여야 내가 사는 그런 생지옥과도 같은 곳에서 이제 이념이나 신념은 아무런 필요도 없습니다.
살기위해서는 죽여야합니다. 그것이 적군이든 아군이든 말입니다.
이제 전쟁의 룰이 변했습니다. 그것도 완전히 말입니다. 이 전쟁의 룰은 오로지 생존입니다.
그리고 공방전이 길어질수록 두려움에 쌓입니다. 이번 전투에서 내가 죽지는 않을까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수혁은 죽으면서 그렇게 말을 합니다. " 내가 죽어서 지옥에 가야한다고 생각하지만 난 이미 지옥에 있었다" 라구요.
정전협정이 조인되고 마지막 전투에서 강중위는 정윤이를 만납니다.
신념으로 뭉쳐진 정윤이는 전쟁중에 그것이 완전히 싸그리 상처를 받아버린 상태에서 자포자기인 심정이었습니다.
강중위는 정윤이를 다시 만나서 이렇게 묻습니다. " 전쟁을 하는 이유가 뭐였냐"구요
자조섞인 눈빛으로 강중위를 보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 예전에는 확실히 알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게 무엇인지 생각이 안난다."
 
감독이 말하고 싶은것은 아마 전쟁의 동기가 무엇이고 그 동기가 선이었던 악이었던 일어나면 안되는것이라고
말하고 싶었을까요.
 
저는 한국영화의 한계를 여기에서 느꼈지만 그래도 이제 이런 영화도 한편 나오는구나 내심 기쁘긴했습니다.
쓰다보니 길었졌습니다만 졸필임에도 끝까지 읽어주셨다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