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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극장에서 본 영화 100. 왕의 남자
ksw0080 | 추천 (0) | 조회 (487)

2011-10-22 16:09

 제가 극장에서 본 100번째 영화는 놀랍게도 천만 관객 영화였던 왕의 남자네요. 사실 천만 관객 영화치곤 약간 속되게 말하면 때깔이 않나는 영화이긴 합니다. 사극인지라 제작비 자체는 좀 들어간 영화이지만 화면을 보면 세련된 면은 조금 부족해 보이지요. 이 영화는 화면빨보다는 내용으로 더 성공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천만 관객 동원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려면 단순한 영화 관객만 공략하는 것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아무리 영화를 자주 보는 관객이 재관람하더라도 한계가 있는데 대략 700만 관객 선이라고 하며 이 한계를 돌파하려면 평소에는 영화관으로 영화를 보러 잘 오지 않는 관객들까지 굳이 극장에 와서 영화를 보도록 어떤 요인이 있는 영화여야 한다고 하네요.
 
 왕의 남자는 내용 자체는 연산군 시대에 일부 광대들이 왕에 대한 극을 공연하다가 그 극의 내용으로 인하여 궁에 잡혀가게 되다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광대들이 연산군이 원하는 극을 공연하여 연산군을 만족시켜 대우를 받지만 결국 연산군은 점차 광기를 들어내고 이것이 중종 반정으로 전개되는 와중에 광기에 찬 연산군과 광대들간의 갈등이 주요 내용입니다.
 
 이렇게만 보면 천만 흥행이 이해가 안될 수 있지만 일단 젊은 여성과 소녀 계층에게는 이준기가 강하게 어필하였고 청년층에게는 감우성의 왕인 연산군에 갈등하는 연기가, 장년층 관객에게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연산군이 품은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와 이런 트라우마를 광대에게만 직접 보여주면서 대신들과 벌이는 갈등이 정치 드라마로서 어필하는 등 생각보다 각 계층에 모두 어필한 요소가 많은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는 말 그대로 배우들의 열연 덕택에 성공한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 원래 주인공 공길 역은 장혁이 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장혁이 병역 비리로 잡혀 들어간 후 현역으로 입대하면서 감우성이 대타로 출연하여 더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감우성은 어려운 외줄 타기 등 광대로서 필요한 다양한 기술을 익혀 완벽하게 광대로서 연기하였는데 이는 연산군 역을 맡은 정진영의 광기 어린 연기와 함께 조화를 이루어 이 영화의 완성도를 크게 높였습니다.
 
 이준기는 신인으로선 나쁘지 않은 연기를 보여준 탓에 크게 감우성과 정진영의 연기를 받쳐주어 영화의 완성도 유지에 공헌했고 조연들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연기를 보여주어 영화의 완성도로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또한 이 영화의 감독을 맡은 이준익 감독은 영화제작 겸 배급사인 씨네월드를 경영하면서 무려 60억이나 부채를 갖게 되었는데 그 중에 절반을 황산벌을 제작하여 갚고 왕의 남자 제작 전에 30억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왕의 남자로 천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드디어 이 부채들을 모두 갚고 드디어 빚더미를 탈출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아직 스타가 되기 전인 이준기라던가 연기파 배우인 감우성, 정진영이 주연을 맡은 왕의 남자는 스타가 출연하지 않았으면서도 영화의 완성도만으로 천만 관객이 가능하다는 것을 영화계에 깨닫게 만들어준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이 왕의 남자와 이후 괴물의 연속된 천만 관객 흥행은 엄청난 영화 투자 거품을 일으키면서 몇년 후에는 한국영화를 극심한 위기로 몰고 가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것은 정말 큰 아이러니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