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영화관에서 본 132번째 영화가 "터미네이터:미래 전쟁의 시작"이네요.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제임스 카메론이 감독한 1편과 2편의 대성공에 힘입어 3편이 만들어지고 이어서 새로운 3부작의 첫번째 작품으로 나온 것이 이 "터미네이터:미래 전쟁의 시작"입니다. 원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터미네이터 2"로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끝낼 생각이었는데요. 실제로 "터미네이터 2"의 감독판 DVD는 실제 영화관에서 상영된 버전에 에필로그가 있지요.
스카이넷이 일으킨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늙은 사라 코너가 상원 의원이 된 아들 존 코너와 손녀가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장면을 보면서 미래가 바뀌어 인류가 구원받았다는 독백으로 터미네이터 2 감독판 DVD는 끝납니다. 원래 제임스 카메론이 의도한 엔딩 장면인데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반대로 영화관에서 상영된 버전은 열린 결말로 끝을 맺게 됩니다. 아마 속편을 염두해두기 위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생각한 엔딩을 반대했던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이후 "트루 라이즈"와 "타이타닉"을 감독하면서 엄청난 시간을 잡아먹어 "터미네이터 3"의 제작 준비는 지지부진했고 결정적으로 "타이타닉"의 대성공으로 제임스 카메론은 이미 자신은 종료되었다고 느낀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재개할 의사가 없었고 결국 다른 감독이 "터미네이터 3"를 만들게 됩니다. 기존에 나왔던 배우 중에 유일하게 아놀드 슈왈제네거만 터미네이터로 출연하고 "터미네이터 3"에선 "터미네이터 2"의 사건으로 인하여 미래가 변했음에도 결국 스카이넷은 살아남아서 좀 늦기는 했지만 핵전쟁을 일으키게 됩니다.
존 코너는 터미네이터의 도움으로 안전하게 방공호로 피난하여 핵전쟁 이후의 스카이넷과의 전쟁의 지휘를 맡을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면서 "터미네이터 3"는 끝나게 되는데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연출하지 않은 "터미네이터 3"는 사실상 1과 2에 비한다면 졸작에 가까웠습니다. 사실상 이미 제임스 카메론이 끝낸 이야기를 억지로 만든 속편인 탓에 그럭저럭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작품에 가까운 영화였는데요.
그래서 이후 나오게 된 이 "터미네이터:미래 전쟁의 시작"은 "터미네이터 3"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크리스천 베일을 주인공 존 코너 역에 케스팅하고 또다른 주인공인 마커스 역에 샘 워싱턴을 캐스팅하면서 출연 배우를 일신하고 맥지 감독이 제임스 카메론과 많은 토의를 거쳐 스토리를 새로 짰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터미네이터:미래 전쟁의 시작"도 실패를 면하지는 못했습니다.
핵전쟁이 일어난 지구에서 벌어지는 저항군과 기계 군단의 전쟁은 과거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선 굉장히 짧게 묘사되었는데 이 전쟁이 주가 된다는 것에 꽤 흥미롭기는 했지만 결국 스토리가 이미 알려진 내용이라서 감독의 연출력이 굉장히 중요했는데 영화 클라이맥스에서의 스토리는 결국 1과 2에서의 스토리 반복이 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1과 2의 대성공의 주박을 벗어나지 못한 영화가 되어버리더군요.
물론 실제 감독이 염두해 둔 스토리는 아주 충격적인 결말을 보여주는 반전 스토리였다고 하는데 반전 내용이 사전에 알려지는 바람에 너무 반전이 충격적이어서 결국 구태의연한 스토리로 회귀했다고 하는데 어쩌면 그때 처음 맥지 감독이 생각했던 충격적인 반전 결말이 나왔다면 얼마나 논쟁이 심했을까 생각해보면 지금 결말이 더 좋았는지도 모르지요.
어찌되었든 이 영화의 사실상 실패로 새로운 터미네이터 3부작의 시작이라는 거창한 발표도 공수표가 되는 것 같고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2로 끝냈어야 좋았을 것 같습니다. 이미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사실상 마무리 지은 이야기를 자꾸 끄집어내어 속편을 만들려는 것이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명성만 깍아내리는 것 같은데 역시 돈 보고 만드는 속편은 실패하는 것이 당연할 것일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