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이조1때도 그렇지만 "이 영화는 팝콘 무비다"라고 미리 전제하고 가서 보면 그럴싸하게 느껴집니다.
스토리의 치밀함 연출의 정교함을 들여다볼 영화가 아니라 그냥 속시원하게 때려주고 부수어주는 영화라는 얘기죠.
저도 뭐 이병헌 나오니까 한번 봐줄까 정도의 느낌으로 봤는데, 기대이상이었습니다.
지아이조1편때는 "미이라"등을 감독한 스티븐 소머즈라서 그런지 원래 사람들이 그리고 있던 지아이조의 이미지를 그려내지 못하고, 다분히 둥글둥글한 상상력(주로 무기쪽으로)에 초점을 맞춘 영화라 많이 아쉬웠었습니다. 아무래도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시리즈 등으로 히어로물에 대한 관객의 기대치가 높아진 것도 영향을 있지 않나 합니다. 단순히 악당을 통쾌하게 쳐부수는 영웅을 다루는 것이 아닌, 원작자가 생각한 히어로에 대한 철학적인 의미와 사회적인 기대치 안에서 개인적인 번민과 갈등에 빠져있는 인간적인 모습을 다루는 컨셉이 그간 7,8년간 큰 호응을 이루어 왔으니까요.
수십년간 사랑을 받아온 지아이조 시리즈라면... 저야 뭐 어릴때 애니메이션 잠깐 본 것 밖에 생각이 안나지만... 충분히 이야기 구성을 끌어올리고 캐릭터를 다변화 시켜서 수많은 이야기거리를 만들고 공감가능한 사상이나 철학을 스무스하게 스며드게 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1편은 할리우드 자본이 투입되어 세련된 것 외에는 "아이들을 위해 아이들의 시각으로 만들었다"라고 당당히 얘기하고 쫄딱망한 심형래 감독의 "D-War"가 생각났었습니다. 단편적인 인물에, 단순한 플롯에, 볼거리에만 돈을 쏟아부은 그런 영화들이요.
이번에 지아이조2에서 존추 감독이 무슨 생각으로 연출을 맡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캐릭터성도 떨어지고 플롯의 정교함도 떨어지는 1편의 실패 (전세계 흥행은 똔똔이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마 이런저런 루트로 돈은 좀 됐을 겁니다. 거대자본이 투입된 팝콘영화니까요. IMDB 평점 5.7이면 그럭저럭 평점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분명 제작자의 기대치에는 훨씬 못미쳤을 것이므로 실패라고 생각합니다)를 거울삼아 플롯보다는 우선 캐릭터라도 잡자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히어로물의 선과 악의 경계가 분명하고 아무리 악인이 악인으로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악인이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고, 절대 선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갈등과 고통이 뒤따른다라고 하는 놀란의 히어로물을 통해 큰 반향을 얻고 있는 히어로물의 캐릭터의 기본 컨셉을 어찌되었건 차용하려고 한 모습들이 눈에 띕니다.
팝콘으로 가득찬 1편에서 혼자 정극연기해서 튀었던 이병헌의 연기가 그래서 2편에서는 좀 더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고, 이병헌 외에는 명확하게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무엇인가 개인사가 있을 것 같은 캐릭터의 배경을 곳곳에 배치함으로써, 캐릭터들을 통해 영화의 몰입감을 높이려고 한 흔적들도 보이구요.
히어로물의 특성상 악인을 무찔러야만 하는 스토리의 빈약함은 어쩔 수 없거니와, 그 스토리의 빈약함을 그나마 채워줄 수 있는 부분들이 두세번 꼬아주는 반전과, 캐릭터의 입체감, 거침없이 몰아치는 액션 속에서의 강약 조절... 정도로 생각되고, 이런 부분들을 극히 조화롭게 풀어간 영화가 "다크나이트"라고 생각되는데요... 지아이조2에서의 반전은 너무나 예측가능해서 수십년전의 애니메이션의 그것의 향수조차 불러일으키지 못했고, 스톰 쉐도우 외에 다른 캐릭터의 입체감은 해당 배우가 가진 무게감에 의존하는 바가 컸으며, 액션은 좀 휘몰아치기만 할뿐 관객을 여유있게 포용하면서 쉴때 쉬면서 간다라는 느낌이 약했습니다.
당연히 어디서든 본 적 없던 절벽에서의 닌자 격투신, 수십년전에도 항상 회자되었던 스톰쉐도우와 스네이크아이즈의 격돌신들은 기억에도 남고 절묘하게 신경써서 잘 만들었구나 하는 느낌은 받았습니다.
드웨인존스의 힘의 액션, 브루스윌리스의 총격액션, 나머지 요원들도 그들나름의 특징을 가진 액션 연기를 선보이던데, 역시 "캐릭터성"을 입체감있게 부과하면서 어쩔 수 없이 해당 배우의 "존재감"에 기대었구나하는 측면도 엿보았구요.
1편보다 스케일이 작아진 무기라던가 하는 부분은 오히려 지아이조와 코브라 부대가 좀 더 현실적인 부대의 모습으로 변화해서 더 좋았습니다. 시대는 현시대인데, 두 부대의 무기가 너무 50년 후 미래 무기라서 상당한 거부감이 느껴졌었거든요.
대신에 가장 큰 문제인데...
"지아이조" 부대의 존재 의미를 1편과 2편을 통틀어서 잘 모르겠다는 데에 가장 큰 영화상 오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1편의 실수에 힘입어 2편 초반부에 전세계 어려운 미션들을 수행하는 지아이조 부대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정치적으로 민감하면서 최고 수준의 정예 요원들이 필요한 미션"에 적합한 부대라는 이미지를 주려고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부대원들이 모이고 새로운 얼굴들이 참여하는 것이 신선하거나 가슴 떨리는 느낌이 전혀 없더군요.
하다못해 X맨 시리즈의 초능력자들이 선과 악의 진영에서 각자의 능력에 따라 특별한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더라면 더 나았을 것 같습니다.
나쁘지 않게 봤습니다만.. 쓰다보니 비판글이 되어 버리네요 ㅎ
진짜 아무생각없이 콜라랑 팝콘만 먹기에는 심심하고, 오랜만에 이병헌 영어 연기도 보고싶다...라고 하시면 보고 나셔도 괜찮은 느낌으로 남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