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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다크서티
perions | 추천 (4) | 조회 (482)

2013-04-10 19:36

실화 바탕의 영화라는 점, 첩보와 공작이 영화 내용의 대부분을 이룬다는 점

등등에서. 제로 다크 서티를 보며 바로 몇달 전에 개봉했던 아르고가 떠오르더군요.

단, 아르고는 보는 내내 몸에서부터 희미한 지루함을 느꼈던 데에 비해, 이 영화는

2시간 반이 넘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지가 않았습니다.

물론 볼거리 측면에서 볼 때, 제로 다크 서티가 조금은 더 낫긴 하겠고, 사운드는

여느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 뺨치는 수준이긴 하지만, 기실 이 영화는 방금도 말했듯이

분석과 신문을 통한, 집요한 빈 라덴 추적이 주를 이으며, 액션이라 할 만한 부분은

마지막 부분을 빼놓고는 상당히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그런 면에서는 같은

실화 바탕이래도, 나름 기상천외한 면이 있는, 아르고의 내용이 더 흥미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빈 라덴 사살이 가지는 의미가 몇십 년 전 일어난, 아르고의 사건보다 무게가 

막중한 법인데, 그것을 이 영화는 능숙하게 감당해내고 있습니다. 너무 무리하게 극화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일부러 다큐멘터리 느낌 낸답시고 건조하게 만들지도 않고,

외줄을 탄다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너무 자연스럽게 외줄을 탄다고 할까요.

실로 뚝심이 느껴지는 영화 같습니다. 실화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영화를

이끌어나간 감독도 그렇고, 영화 전체에 느껴지는 미국의 집념도 그렇고 말이죠.

이미 여러 사람들이 이 영화에 대해 평해온 것이지만, 이 영화는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영화입니다. 영화 전반에 윤리적으로 꺼림칙할 만한 내용이 많지만,

이 영화는 그것을 윤리적인 쟁점으로 부각시키려 하거나, 아니면 정당화하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하물며 리얼리즘 "티"를 내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전적으로 

관객에게 윤리적인 판단을 맡기지만, 그것을 떠넘긴다는 느낌도 들지 않죠.

(어쩌면 그 윤리적인 판단을 일으키는 자극 때문에 상당히 지루할 수 있었던 

전반부가 지루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이 영화가 일관적으로 유지하는 태도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방금 말한

집념입니다. 그 집념을 통해 관객까지도 휘어잡는 매력을 지닌 영화 같습니다.

그리고 이 감독의 전작 허트 로커에서도 총소리 사운드가 죽였기에 이번에도

기대했지만, 완전히 기대 이상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특히 헬기 사운드는 

감동일 정도입니다. 사운드만으로도 극장에서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한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