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고갈에 시달리던 헐리웃이 2000년대에 들어서 엑스맨 시리즈와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연이은 성공에 힘입어 수퍼 히어로 영화들을 우후죽순처럼 만들어내기 시작했죠.80년대 4편까지 나왔던 슈퍼맨 시리즈 역시 예외가 아니라 엑스맨 1,2편을 통해 흥행과 비평 두 부분에서 모두 호평을 받고 성공을 거둔 브라이언 싱어가 감독으로 영입됩니다.브라이언 싱어는 엑스맨 3을 포기하면서까지 슈퍼맨 프로젝트에 합류하여 새로운 슈퍼맨 영화를 제작하죠.
그렇게 해서 슈퍼맨 리턴즈가 2006년에 개봉을 하는데 영화 자체가 좀 어정쩡했습니다.새로운 리부트도 아니었고 슈퍼맨5도 아니었으니까요.아마도 3,4편이 망작 취급을 받는지라 슈퍼맨2를 새롭게 계승하는 영화를 만들었는데 흥행에는 그럭저럭 성공했지만 평도 그닥이었죠.더군다나 마블코믹스가 영화사를 직접 차려 어벤저스 기획을 통해 잘 나가는 상황이었는지라 마블의 라이벌 회사인 DC코믹스를 보유한 워너브러더스 영화사는 어벤저스에 대항하는 저스티스 리그의 영화화를 추진하지만 그린랜턴마저 처참하게 망하죠.물론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 3부작이 대박을 쳤지만 말이죠.
그래서 워너브러더스는 슈퍼맨의 새로운 리부트를 추진합니다.우선 다크나이트3부작을 통해 배트맨을 새롭게 부활시켰던 크리스토퍼 놀란을 제작자로 참여시키고 왓치맨,300,새벽의 저주등을 만든 잭 스나이더를 감독으로 영입하죠.놀란의 스토리텔링과 잭 스나이더의 영상미가 결합되길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첨부터 맨 오브 스틸이 슈퍼맨 시리즈의 다크나이트같은 작품이 될 것이라고 보진 않았습니다.배트맨이야 인간적인 면이 어울리는 히어로겠지만 원작의 슈퍼맨은 그야말로 신과 같은 완전무결한 영웅이니까요.배트맨같은 고뇌는 어울리지 않죠.
하여튼 영화는 슈퍼맨이 어떤 존재인지를 쭉 소개하면서 희망이라는 주제를 계속 강조를 합니다.다 좋은데 영화 스토리적으로 그런 부분을 잘 풀어내질 못하고 관객들한테 "슈퍼맨은 이런 존재야"라고 알기를 강요하는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슈퍼맨의 친아버지인 조엘 역을 맡은 러셀 크로와 지구의 양아버지인 조나단 켄트 역을 맡은 케빈 코스트너의 연기를 훌륭했습니다.존재감도 확실하고 관록이 묻어나더군요.슈퍼맨에 어울리는 배우인지를 놓고 논란이 맡았던 주연 헨리 카빌도 크리스토퍼 리브와 비교한다면야 부족해보이겠지만 이번 영화의 주연으로선 괜찮았다고 봅니다.
스토리는 아쉬운데 액션씬이나 영상미는 끝내주더군요.막판에 약간 늘어지는듯한 느낌도 있었지만 크립톤 행성의 묘사도 정말 좋았고 슈퍼맨과 동족인 크립토니안들과의 대결도 멋있었습니다.슈퍼맨과 조드 장군의 대결보단 영화 중반부에 슈퍼맨이 조드 장군의 부하 둘과 1:2 핸디캡 매치를 벌이던 액션씬이 더 멋있더군요.드래곤볼의 실사판인듯한 느낌도 났구요.그리고 여담이지만 이번 영화에서만큼은 히로인인 로이스 레인보다 조드 장군의 오른팔인 피오라가 더 매력적으로 나오는듯한 느낌입니다.
적어도 보고난 후 티켓값이나 시간이 아까워지는 영화는 아닙니다.다크나이트같은 블록버스터의 명작까지는 아니겠지만 그럭저럭 잘 만들어낸 것 같네요.
아 글고 후속작이나 저스티스 리그 관련한 떡밥도 있습니다.슈퍼맨의 숙적인 렉스 루터는 이번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습니다만 렉스콥이라는 루터가 소유한 회사의 건물이 잠깐 나옵니다.그외에도 렉스 루터가 관련된 장면들이 몇장면 나오기 때문에 후속작의 메인 빌런으로 렉스 루터가 등장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죠.그리고 배트맨 브루스 웨인이 소유한 기업인 웨인 엔터프라이즈사의 로고가 박힌 인공위성이 등장하던데 역시 저스티스 리그와 관련된 떡밥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참고로 저스티스 리그의 영화화가 결정될 경우 놀란이 제작을 주도할 것이라는 루머도 돌고 있습니다만 어떤식으로든 배트맨은 새롭게 리부트될겁니다.보다 만화 원작에 가까운 방향으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