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올리는 감상 영화는 신세기 에반게리온 시리즈의 첫번째 극장판이었던 데스 & 리버스입니다. 왜 이 영화 감상글을 올리냐 하면 제가 올리는 영화 감상글은 모두 극장에서 본 영화로 한정되는데 유일하게 감상글을 지금까지 않올렸던 영화가 '신세기 에반게리온 - 데스 & 리버스'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본 것은 아니고요. 제가 대학에 들어간 해가 1998년이었는데 이 시기에 신세기 에반게리온 - 데스 & 리버스는 한국에서 정식 상영되지 않은 영화였으니까요. 하지만 당시 아직 인터넷이 보편화되지 못한 시기여서 국내에서 일본 애니메이션들을 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 덕택에 대학들의 애니메이션 동호회에서 축제 기간에 일본 애니메이션 상영회를 대학 강당을 빌려서 상영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구요.
그렇게 서울 시내의 어느 대학에서 애니메이션 동호회가 강당에서 무비 시어터로 상영했던 신세기 에반게리온 - 데스 & 리버스를 관람했습니다. 이미 15년도 더 전 일이네요. 그래도 내용 자체는 그 후에 군대 갔다와서 다시 보았기 때문에 잊어버리지는 않았네요.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일본의 오리지널 TV애니메이션으로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품이었죠. 드래곤볼이 이미 그 전부터 엄청난 붐을 만들었지만 드래곤 볼 자체는 만화 원작으로 성공해서 확장해 간 작품이지만 원작 없이 오리지널 작품으로선 세계적인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일본 TV애니메이션으로선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선구작으로 칩니다.
일본 국내적으로 한정하면 우주전함 야마토가 일으킨 제1차 애니메이션 붐, 기동전사 건담이 일으킨 제2차 애니메이션 붐에 이어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제3차 애니메이션 붐을 일으키며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규모를 유지시켜주는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지만 우주전함 야마토와 기동전사 건담이 일으킨 애니메이션 붐이 일본에 치우친 붐이엇다면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인터넷의 대중화와 맞물리면서 전세계로 그 영향이 실시간적으로 뻣어나간 최초의 일본 애니메이션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또한 일본의 심야 애니메이션 시간대를 거의 최초로 개척한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기억되기도 하죠. 당시에는 일본 애니메이션은 거의 심야 시간대가 아닌 프라임 시간대로 방영되어야 해서 내용적으로 성인 취향의 작품의 경우에는 방영에 여러 제약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 제약을 심야 방영으로 돌파하게 되죠. 이후부터 심의가 약한 심야 방영이 애니메이션 방영의 대세로 떠오르게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의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 부족한 자본 투자로 발생한 열악한 제작비 예산 문제를 제작 위원회 방식을 도입하여 해결했는데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대성공으로 이 제작 위원회 방식이 대세가 되는 단초가 되기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찌되었든 일본 애니메이션은 이렇게 신세기 에반게리온 전과 후로 확연히 나뉘게 되지요.
신세기 에반게리온 - 데스 & 리버스는 신세기 에반게리온 TV시리즈 25편과 26편이 예산이 없어서 내용 전개 없이 끝내버린 것에 대한 엄청난 비판을 극복하기 위해 TV시리즈 25편과 26편을 다시 만들어서 극장에서 상영한 첫번째 작품입니다.
정확히는 TV판 1~24화을 재편집한 전반부와 TV판 25화를 다시 제작한 후반부를 합쳐 신세기 에반게리온 - 데스 & 리버스로 상영하고 다시 다시 제작판 TV판 25화에 해당하는 'Air'편과 TV판 26화를 다시 제작한 '진심을, 너에게'편을 합쳐 신세기 에반게리온 -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으로 상영합니다.
제가 대학의 애니메이션 동호회의 상영회에서 본 것이 바로 신세기 에반게리온 - 데스 & 리버스였던 것이죠. 진짜 감상글보다 서론이 너무 기네요. 죄송합니다.
어찌되었든 영화 내용 감상의 본론으로 넘어간다면 TV판 1~24화를 재편집한 전반부는 내용 이해가 좀 혼란스럽습니다. 제가 이미 TV판 1~24화까지 모두 시청한 이후에 신세기 에반게리온 - 데스 & 리버스를 보았기에 내용 이해에 문제가 없었을 뿐 그냥 영화를 보았으면 영화 이해가 힘들었을 겁니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인 'Air'인데요. 확실히 저퀼리티인 TV판과 비교해보면 예산이 넉넉해진 극장판답게 퀼리티가 놀랍더군요. TV판 1~24화를 본지 얼마 않되서 보았던 탓에 더 퀼리티 차이를 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영화 내용 자체는 2000년의 세컨드 임팩트 이후 15년이 지나서 2015년에 제3동경 신도시를 사도가 습격해 오고 이 사도를 모두 격퇴한 이후 인류보완계획을 둘러싼 제레와 네르프 대표인 이카리 겐도의 대립이 정면대결로 비화되면서 제레가 움직인 자위대와 전투가 격화되고 부활한 아스카가 조종하는 에반게리온 2호기의 분투로 네르프를 점령하려던 자위대는 후퇴하게 됩니다.
그리고 제레는 에반게리온 양산기를 투입하는 장면에서 영화가 끝나게 됩니다. 중요한 클라이맥스에 끊어버리는 것을 보고 분노가 치솟더군요. 무엇보다 군대에 갈 예정이어서 '신세기 에반게리온 -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을 앞으로 2년간 볼수 없을 상황이었거든요.
하지만 신세기 에반게리온 - 데스 & 리버스는 신세기 에반게리온 TV시리즈를 보고 생긴 기대감을 더욱 증폭한 나름 나쁘지 않은 영화였기도 했네요. 사실 이런 옛날 영화를 굳이 감상글을 올리는 이유는 감상글을 올릴 영화가 떨어져서이기도 하고 유일하게 아직 감상글을 올리지 않은 극장에서 본 영화였기 때문입니다. 이제 새 영화를 영화관에 가서 감상해야 감상글을 올릴 일이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