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한국드라마 9번째는 SBS의 초창기 인기드라마였던 아스팔트 사나이입니다. SBS는 개국 이후에 빠르게 방송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당시 기준으로는 블록버스터 드라마를 연이어 제작하고 방송하여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는데요. 이 아스팔트 사나이도 그런 드라마 중에 하나입니다.
제가 기억하기로 당시 인기 만화가였던 허영만의 인기 만화 아스팔트 사나이를 드라마화한 것인데 드라마와 만화가 내용 자체는 완전히 똑같지 않고 드라마가 원작 만화에 있던 내용을 많이 각색하면서도 여러 설정이나 모티브를 잘 드라마에 녹여낸 편입니다.
이 드라마는 물량 공세도 당시 기준으론 어마어마했는데 현대자동차가 당시 스폰서로 나서서 드라마에 등장하는 차량을 어마어마하게 지원했습니다. 제 기억으로 현대자동차가 현금 및 현물 지원으로만 당시 40억원을 드라마에 스폰서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1990년대 중반 기준으론 엄청난 액수였죠.
심지어 드라마상에서 허준호가 악역인 자동차 회사 사장으로 나오는데 허준호가 생산직 직원 수천명을 모아놓고 연설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 장면에 나오는 수천명의 엑스트라는 현대 자동차 공장의 생산직 근로자가 모여서 조회하는 장면에 찍었던 것 같습니다. 메인 스폰서인 현대 자동차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나올 수 있었던 화면이었죠.
하지만 이런 드라마의 외적인 면 말고도 이 드라마는 엄청난 스타 캐스팅을 했는데 당시 최고의 청춘스타이던 이병헌과 톱스타 최진실이 주인공 커플로 나오고 여기에 조연급 주연으로 정우성이 야성미 넘치는 카레이서인 주인공의 남동생 역할이었고 여기에 조연으로 허준호, 김수미 조민수 등 잘 알려진 배우들이 나와서 극의 무게감을 잡아주었습니다.
물론 지금 보면 드라마의 완성도는 분명 문제가 있는데 특히 정우성이 미국으로 건너가서 카레이서로 성공하는 부분입니다. 정우성이 나스카 레이싱에 출전하여 성공한다는 것인데 그 내용은 누가 보아도 톰 크루즈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폭풍의 질주의 표절에 가까웠습니다. 심지어 몇몇 장면은 폭풍의 질주 장면을 그냥 갖다 쓴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 장면도 있었었요.
당시에는 아직 폭풍의 질주를 보기 전이라 몰랐는데 수년 후에 폭풍의 질주를 본 후엔 확연하게 알겠더군요. 지금처럼 인터넷으로 전세계가 연결된 시대가 아니니까 망정이지 말도 않되는 이야기죠. 그 후에 나오는 사막 레이스나 시베리아 횡단 레이스도 영상미는 대단했지만 내용 자체는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당시 기준으로 처음 보는 블록버스터 드라마였던 것도 사실이겠네요.
그리고 제가 기억하기로 이 드라마는 최진실이 결혼 전의 처녀 시절 거의 마지막으로 미모를 볼수 있던 드라마였던 것 같습니다. 상대역인 이병헌보다 1살 연상인데 사실 둘이 잘 어울립니다. 그래서 스캔들도 약간 있기도 했죠. 정우성은 막 고소영과 구미호라는 영화에 함께 출연해서 인기가 폭발하던 시기였는데 신인 시절인 만큼 연기력은 분명 부족하지만 정우성이 연기하는 캐릭터 자체가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야성적인 남자 카레이서였기에 신인 시절의 부족한 연기력이 그렇게 드라마상에서 튀지는 않습니다.
드라마 내내 정우성이 분노에 차 있는 캐릭터였는데 캐릭터의 성격 자체가 배우의 부족한 연기력을 커버한 것이죠. 그리고 사실 정우성이 워낙 간지가 났던 것도 있구요. OST도 박력있고 들을만한데 사실 지금 들으면 좀 촌스럽던군요. 그래도 그당시 과거가 연사되어서 저는 좋았습니다.
추천할만한 드라마는 아니지만 그래도 추억의 드라마인 것은 사실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