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로 올리는 감상글로 이번에는 한국영화인 '튜브'를 선택했는데요. 이 영화는 당시 나오던 한국형 블록버스터 중에는 굉장히 잘 만든 축에 듭니다. 근데 시기적으로 만들어진 때가 좋지 못했습니다. 당시 튜브 엔터테인먼트가 배급 시장에서 메이저로 올라서기 위해 과감하게 블록버스터 제작을 무려 4편을 동시에 진행하였는데 이 때문에 제작비 조달에 문제가 생겨 제작 기간이 늘어졌습니다.
게다가 당시 한국 영화 붐이 터지면서 너도나도 블록버스터 제작에 뛰어들면서 이 영화가 개봉하기 1~2년 전부터 연달아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만들어지고 개봉했는데 노하우 없이 제작된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이 투입된 막대한 제작비로 제법 때깔은 좋았지만 내용적으로 재미가 없는 경우가 잦는 등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폭락하게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주연 배우인 김석훈이 제작기간이 길어지는 이 작품에 오래 매여있느라 드라마나 영화 모두 출연이 뜸해지면서 인기도 좀 하락한 것도 영향이 없지는 않았고요.
결국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치곤 잘만든 블록버스터 영화였음에도 이 영화는 흥행에선 사실상 실패하게 되었습니다. 큰 적자는 모면한 수준이었지만 그나마 잘 만들어진 튜브도 실패하면서 이후 한국형 블록버스터는 단순히 좋은 액션 영화만이 아닌 애국 코드와 신파 코드가 들어간 전쟁 영화나 남북 영화의 비중이 크게 됩니다.
하지만 지금 보아도 튜브는 블록버스터 영화로선 분명 나쁘지 않습니다. 당시 7광구나 해운대, 타워 같은 영화들이 받은 배급 몰아주기 지원이 있었다면 이렇게 묻혀버리지는 않았을 영화였다는 생각이 드네요. 영화 내용은 국가에 버려진 특수 요원들이 그 보복으로 지하철 테러를 획책하고 저지른다는 것인데 악역이기는 하지만 박상민의 카리스마가 대단합니다.
이 영화를 제작한 튜브 엔터테인먼트가 제때에 제작비를 조달해서 6개월에서 1년 정도 빠르게 개봉했다면 흥행 성적이 좀 더 좋았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운 영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