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억의 한국 드라마 감상글은 2002년에 SBS에서 방영한 '대망'입니다. 드라마 방영 전부터 엄청난 호화 캐스팅으로 화제가 된 드라마였는데요. 장혁과 이요원, 손예진과 한재석이 주연으로 출연하였고 유선이 조연, 게다가 반짝 스타로 그치기는 했지만 조현재가 데뷔작으로서 조연으로 출연했고 여기에다 떠오르는 톱스타이던 조인성도 드라마 1화와 2화에만 굉장히 큰 비중으로 나오는 우정 출연을 했습니다. 여기에 주연들을 받치는 중장년 조연들로 박상원과 조민수, 견미리, 정성모가 출연하는 등 엄청난 호화 캐스팅에다가 이런 출연진 못지 않게 제작진도 아직 엄청나 명성이 남아있던 여명의 눈동자와 모래시계를 성공시켰던 김종학 PD와 송지나 작가 콤비였습니다.
김종학 PD와 송지나 작가는 여명의 눈동자를 MBC에서 성공시킨 후에 프리랜서가 되어 모래시계를 제작하여 SBS에서 방영하면서 초대박을 터트렸고 이런 성공을 바탕으로 당시 CJ의 투자를 받아 제이콤이라는 제작사를 설립하여 영화 제작에 뛰어들었으나 제이콤에서 제작한 영화 3편은 모두 흥행에서 실패하여 사업을 접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본업인 드라마 제작으로 돌아와서 김종학 프로덕션을 설립하였으나 호화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백야 3.98의 실패를 겪는 등 명성이 점점 하락하고 있던 상황에서 다시 한번 대작 드라마 제작에 도전하였던 것이죠. 그리고 대작 드라마답게 당시 떠오르던 청춘 스타들을 대거 주연으로 캐스팅하면서 드라마 시작 전에 시청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데 성공합니다.
남자 주인공을 맡은 장혁만 해도 드라마 학교 시즌 1으로 청춘 스타로 올라서면서 연이어 드라마 '햇빛속으로'의 히트로 스타로서의 위치를 강화하였고 흥행 자체는 미묘했던 영화 '화산고'에 출연한 후 이어서 초대박 드라마였던 '명랑 소녀 성공기'의 주연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었고 여자 주인공을 맡은 이요원은 대박 성공작은 없었지만 드라마 '푸른 안개',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드라마 '순정'에서 연기력을 인정받던 젊은 청춘 스타였습니다.
장혁과 대립하는 또다른 악역이면서 주연 배우 역할을 맡은 한재석은 이미 여러 히트 드라마의 주연으로 스타로서 공고한 위치를 다진 후였고 손예진도 데뷔작이었던 드라마 '맛있는 청혼'의 성공을 시작으로 좀 미묘한 인기이기는 했지만 드라마 '선희진희'와 영화 '연애소설'에 주연으로 출연한 후에 드라마 '대망'의 주연으로 합류한 것이었죠.
이런 청춘 스타로 도배된 주연진에 연기력이 이미 검증된 탄탄한 중년 배우들이 조연으로 이들을 받쳤고 여기에 역시 검증된 김종학 PD와 송지나 작가가 만든다는 점에서 방영 전부터 대박 드라마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실제 드라마의 뚜껑을 열자 퓨전 사극 드라마였던 이 드라마는 내용적으로 시청자들에게 흡입력이 부족했습니다.
분명 주연이나 조연 모두 발연기하는 연기자는 전혀 없었고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고 때때로 배우의 매력이 돋보이는 장면들이 등장했지만 전체적인 드라마의 완성도는 김종학 PD와 송지나 작가의 명성에 전혀 걸맞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그나마 신인이던 조현재가 이 드라마에서 비중에 비해 뛰어난 존재감을 표출하면서 이후 반짝 스타이기는 했지만 큰 인기를 끄는 단초가 되기는 했죠.
남녀 주연인 장혁과 이요원의 연기가 나쁘지 않았음에도 둘의 로맨스는 어딘가 시청자에게 공감을 사지 못했고 도리어 장혁과 손예진이 더 잘 시청자에게 어필하는 것 같았지만 드라마의 인기가 미묘한 수준에 머무르고 손예진의 극중 비중을 손예진 측이 생각하던 것보다 제작진이 줄여버리면서 손예진은 드라마 출연을 중도에 하차하고 다른 영화 출연을 선택합니다. 이 영화가 손예진의 스타로서의 위치를 공고하게 한 '클래식'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손예진의 이런 선택은 회심의 선택이었죠.
한편 손예진을 하차시키고 드라마 제작진은 주연이었던 장혁과 한재석의 갈등과 이 사이에 낀 이요원의 삼각 관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드라마를 전개했으나 이 내용의 흡입력이 여전히 부족하였고 결국 드라마는 투입된 예산을 생각해볼 경우 실패라고 볼수 있는 미묘한 수준의 시청률로 종영되게 됩니다.
애초에 조선의 가상의 왕의 통치하는 퓨전 사극 드라마로선 완성도가 부족했던 것이 실패의 요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드라마 OST만은 정말 좋더군요. 그래도 이요원과 손예진의 20대 초반의 미모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충분히 시청할만한 의의가 있다고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