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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영화 29.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ksw0080 | 추천 (0) | 조회 (393)

2015-12-13 08:40

 추억의 영화 29번째 감상글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사실상의 첫 작품인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입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1984년작인데 실제로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이 아니라 스튜디오 지브리의 전신격인 회사인 톱크래프트에서 제작하였습니다. 원래 톱크래프트는 해외 합작 애니메이션의 작화를 담당하던 업체였는데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라는 극장용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하였고 톱크래프트 내부 인력만으론 제작이 불가능해서 외부 프리랜서 인력들도 엄청나게 참여하였습니다. 그리고 바람계곡의 나우시카가 흥행에서 성공하면서 나우시카 제작에 참여했던 인력들이 대부분 스튜디오 지브리 창립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죠.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당시 애니메이션 업계에선 어느 정도 재능은 인정받고 있었지만 대중들에겐 무명에 가까운 존재였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명성이 시작되게 된 작품인데요. 원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라는 애니메이션의 시작은 일본의 '아니메쥬'라는 애니메이션 잡지가 1978년에 창립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당시 '아니메쥬'의 1대 편집장은 편집장의 아들이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적극적으로 잡지 창간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애니메이션에 전혀 문외한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평소 알고 지내던 스즈키 도시오를 불러서 애니메이션 담당 코너 직원으로 앉히고 같이 잡지 제작에 나섰는데 스즈키 도시오도 애니메이션에 문외한이었던지라 당시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여고생 3명을 불러서 기획회의를 같이 하면서 아니메쥬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때 여고생들이 과거의 애니메이션 태양의 왕자 호루스라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추천했었고 이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던 다카하다 이사오와 미야자키 하야오에게 전화를 걸고 취재를 했던 것이 스즈키 도시오였던 것이죠.
 
 스즈키 도시오는 이렇게 미야자키 하야오와 인연이 만들어지게 되고 애니메이션 잡지 아니메쥬는 잡지 창간호부터 매진되는 등 큰 인기를 끌게 되고 애니메이션 담당 직원이었던 스즈키 도시오는 아니메주 안에서 강력한 권한을 가지게 됩니다. 한편 스즈크 도시오는 미야자키 하야오와의 만남에서 하야오를 존경하게 되는데 당시 하야오가 업계에서 빛을 보지 못하는 것을 어떻게든 돕기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마련하려고 노력하였다고 합니다.
 
 지금 보면 의아하겠지만 당시 하야오는 미래소년 코난과 루팡 3세-칼리오스트로의 성을 내놓았음에도 업계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두 작품 모두 완성도나 내용면에서 매우 훌륭하여 오랜 세월이 지난 현재까지 엄청난 평가를 받는 것과 달리 당시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는 건담의 대성공 등 말 그대로 전투로봇물의 전성 시대여서 일본 내의 흥행이나 인기는 그저 그런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이러다보니 하야오는 제대로 된 차기작 제작을 못하던 상황이었구요. 애니메이션 잡지 아니메쥬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된 스즈키 도시오와 미야자키 하야오는 애니메이션 제작 프로젝트를 1~2년간 여러개 추진하지만 모두 어그러지고 스즈키 도시오는 원작이 있는 극장용 애니메이션 제작이 제작비를 협찬할 스폰서들의 설득에 보다 쉽다는 판단하에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할 원작을 미리 아니메쥬에 연재하자고 하야오에게 제안하여 1982년부터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아니메쥬에서 먼저 Comic(만화)로 연재됩니다.
 
 그리고 아니메쥬의 편집장인 오가타 히데오(스즈키 도시오의 상사)가 도쿠마 쇼텐 사장을 설득하고 대형 광고 기획사인 하쿠호도를 끌어들여 양사가 제작비를 분담해서 투자하여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제작이 시작되게 됩니다. 광고 기획사인 하쿠호도가 참여한 것은 당시 하야오의 동생이 하쿠호도의 직원으로 재직중이었던 인맥의 도움이 컸다고 합니다.
 
 실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제작을 맡은 톱크래프트의 내부 인력만으론 제작을 감당하기 힘들어서 미야자키 하야오의 과거 토에이 시절 동료들도 참여하고 이것도 부족해서 아니메쥬의 지원으로 하야오와 별다른 인연이 없던 업계 인력들도 꽤 참여하였습니다. 그래도 인력 부족 문제가 존재했기에 심지어 가진 실력은 준수했지만 별다른 경력도 없는 안노 히데아키 같은 아마추어도 하야오가 실력만 확인한 후 바로 제작에 참여시킬 정도였다고 합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음악도 당시로선 거의 무명이었던 히사이시 조에게 미야자키 하야오가 맡겼는데 하야오와 스튜디오 지브리가 성공 가도를 달리게 되면서 히사이시 조도 하야오와 마찬가지로 거장으로 그 명성이 발전하게 되지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아니메쥬에 연재하던 만화 중에서도 1권 내용만을 애니메이션화했는데 애니메이션에선 그냥 자연과 인간이 화합할 수 있다는 정도로 끝을 맺으나 이후에도 만화는 계속 하야오가 연재하여 7권으로 완결됩니다. 애니메이션은 단지 서장 정도의 분량이었던 것인데 나우시카라는 작품을 완벽히 이해하려면 만화책을 모두 읽어보면 좋을 것 같더군요. 애니메이션에 미처 넣지 못한 내용과 이후 전개가 쇼킹합니다. 애니메이션 결말이 너무 실제 현실을 무시하고 과도하게 낙관적인 결말이라는 것에서 벗어나서 만화책은 그 내용의 깊이가 엄청나더군요.
 
 어찌되었든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관객 91만명을 동원하는 흥행 성공을 거두면서 스튜디오 지브리의 창립으로 이어지게 되고 본격적으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명성은 상승가도를 달리기 시작하게 됩니다. 하지만 지브리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회사여도 어찌되었든 회사였기에 회사 경영을 할 사람이 필요해서 하야오는 자신을 이렇게 끌고 온 스즈키 도시오에게 책임을 지라고 강권해서 결국 스즈키 도시오는 아니메쥬를 그만두고 스튜디오 지브리에 참여해서 경영을 맡게 됩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스튜디오 지브리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첫번째 작품이라는 면에서 분명 큰 의미가 있는 작품으로 감상할 필요가 있는 애니메이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