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감상 영화글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창립작인 '천공의 성 라퓨타'입니다. 1984년작인 '바람계곡의 나우시카'가 톱크래프트에서 제작되었으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제작에 참여하였던 스탭들이 거의 고스란히 스튜디오 지브리의 창립 멤버로 참가하였기에 사람들에게 바람계곡의 나우시카가 스튜디오 지브리의 창립작으로 느껴지지만 공식적으론 분명 천공의 성 라퓨타가 스튜디오 지브리의 첫번째 극장용 애니메이션입니다.
천공의 성 라퓨타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와 달리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철학이나 메세지보다는 오락성이 강화되어 흥행에 주력한 느낌이 많이 드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이것은 회사 창립작인 만큼 차후 회사의 재정적인 안정을 위해서도 흥행이 보다 더 중요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물론 천공의 성 라퓨타가 오락성이 강하다는 평도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와 비교해서이지 라퓨타라는 애니메이션만 놓고 보면 하야오 감독의 철학이 반영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애니메이션의 설정만 놓고 보면 수년 후에 TV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가이낙스의 작품인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와 굉장히 유사한데 애초에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가 NHK와 하야오 감독이 제작을 추진하다가 이 프로젝트가 엎어지면서 NHK 내부에 남아있던 프로젝트 기안이 남아있는 가운데 이런 설정하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천공의 성 라퓨타를 제작하였기 때문입니다.
NHK 내부에 남아 있던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는 결국 수년 후에 가이낙스의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연출하에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라는 TV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게 되구요.
다시 돌아가서 천공의 성 라퓨타는 이렇게 흥행에 많은 관심을 갖고 오락성을 강화했음에도 천공의 성 라퓨타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와 비슷한 수준의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이 수준의 흥행도 나쁜 수준은 아니었지만 오락성에 집중했던 것을 감안하면 흥행 규모가 기대했던 것보단 부족했죠. 작품성이나 완성도, 재미 모두 뛰어났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아직 하야오 감독의 명성이나 스튜디오 지브리의 명성이 대중들에게 확고하지 못한 때문이었습니다.
이후 수년간 스튜디오 지브리는 굉장히 다작을 합니다. 아직 재정적인 안정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 이유였고 1989년에 마녀배달부 키키의 대성공이 있은 이후에야 스튜디오 지브리는 재정적인 안정을 가지고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것과는 별개로 지금 보아도 천공의 성 라퓨타는 완성도나 작품성, 재미라는 모든 면에서 훌륭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이 대성공은 아니었지만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 이어서 연이어 성공을 거두면서 하야오의 명성은 더욱 상승일로를 달리게 되지요.
아쉬운 점은 10대였던 어릴 때 이 애니메이션을 보지 못하고 20대에 올라선 후에야 보았다는 것입니다. 아직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시절에 보았다면 더 좋았을 작품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