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의 감상영화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1995년작인 '귀를 기울이면'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뒤를 이어 스튜디오 지브리를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받던 콘도 요시후미가 감독으로서 이 영화를 연출하였습니다. 요시후미는 이 영화를 훌륭하게 연출하여 스튜디오 지브리의 미래라는 평가를 굳혔으나 아쉽게도 과로 끝에 1998년 동맥파열로 급사하고 맙니다. 1997년 원령공주를 마지막으로 은퇴하려던 하야오 감독은 요시후미의 사망으로 은퇴를 번복하고 계속 지브리를 이끌게 되죠.
일단 그 이야기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때에 말하기로 하고 이 영화에 대해서 말하자면 1989년에 일본 만화잡지 리본에 연재되었던 동명의 원작을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것인데 우연하게 1989년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구입한 만화잡지 리본에 연재된 원작을 하야오 감독이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게 된 원인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귀를 기울이면'은 콘도 요시후미 감독이 연출하였지만 처음 원작을 발굴한 것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었고 이후에 지속적으로 제작에 관여하면서 하야오 감독의 큰 영향하에 제작되었습니다. 귀를 기울이면 제작 당시에 워낙 하야오 감독이 요시후미 감독에게 부담을 심하게 준 탓에 요시후미 감독이 굉장히 힘들어했다고 하고 이후 1998년에 요시후미가 급사한 것이 자신이 너무 부담을 심하게 준 탓이라고 하야오 감독이 후회했다는 여담도 있습니다.
귀를 기울이면은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과 달리 바다가 들린다와 비슷하게 좀 더 현실적인 내용이지만 하야오 감독의 큰 영향을 미친 만큼 환상적인 내용이 없는 작품은 아니고 적절하게 조화된 극장용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바다가 들린다보다 좀 더 다양한 세대에 어필할 수 있는 내용이었던 이 작품의 성공으로 스튜디오 지브리는 하야오 감독의 은퇴하더라도 안심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생겼고 하야오 감독은 원령공주 제작에 착수하게 됩니다.
풋풋한 10대 중반 소년과 소녀의 첫사랑과 꿈에 관한 영화였는데 바다가 들린다에서 단련된 신진 애니메이터들이 귀를 기울이면에서 나오는 현실적인 배경을 잘 그려내었습니다. 스튜디오 지브리답지 않게 바다가 들린다와 귀를 기울이면은 현실에 존재하는 거리와 건물 배경을 동일하게 재현한 작품이었기도 합니다.
콘도 요시후미 감독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심한 간섭 속에서도 귀를 기울이면에서 자신만의 감성을 잘 녹여내었는데 이 작품이 유작이 된 것을 보면 참으로 아쉬운 일입니다. 결국 스튜디오 지브리가 콘도 요시후미를 대체할 인재를 길러내지 못하여 하야오 감독의 은퇴와 함께 제작 부문을 폐쇄하게 된 것을 생각해보자면 말입니다.
여담으로 한국에서 개봉은 제작된지 12년이나 지난 2007년에서야 이루어졌기 때문에 많은 관객을 동원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잔잔한 내용은 10대 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되살리는데 훌륭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