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 37번째 감상글인데 추억의 영화라고 하지만 스노우맨이라는 이 영화는 30분 분량도 않되는 단편입니다. 그것도 무려 1982년작에다가 정말 희귀한 페이퍼 애니메이션 작품이죠. 일단 페이퍼 애니메이션이 어떤 것인지부터 설명해야겠네요.
픽사의 등장과 함께 1990년대 중반을 넘어설 즈음부터 애니메이션의 주류는 기존의 셀 애님메이션에서 컴퓨터 애니메이션으로 바뀌었는데요. 1990년대 중반 이전에 애니메이션의 주류였던 셀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은 배경 화면 셀에다가 움직이는 등장 인물이나 동물, 또는 물체를 그린 셀을 올려놓고 찍어서 만들어지는 것이었습니다. 24분의 1초가 한 커트로 찍어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1초만 해도 움직이는 셀을 24장이나 그려야 하죠. 하지만 주류였던 셀 애니메이션 말고도 클레이 애니메이션과 페이퍼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클레이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은 점토 인형을 24분의 1초인 한 커트씩 찍으면서 조금씩 움직여서 찍는 방식입니다. 점토 인형을 많이 이용하기에 클레이 애니메이션이라 불리지만 팀 버튼 감독이 디즈니에서 1992년에 내놓은 크리스마스 악몽처럼 점토 인형이 아닌 일반 인형으로도 클레이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단지 제작 편의상 점토 인형이 더 제작이 쉬워서 대부분 점토 인형을 이용하기에 클레이 애니메이션으로 불리게 되었죠.
비록 셀 애니메이션이 미국에서 극장용 애니메이션 제작에선 거의 밀려나서 주류에서 밀려난 것으로 보이나 일본 애니메이션은 현재도 대부분 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고 있고 클레이 애니메이션도 아드만 스튜디오 같은 전문 스튜디오가 꾸준히 제작을 하고 있어 가끔 새로운 작품이 나오는데요.
그러나 과거에도 현재에도 거의 만들어지지 않는 제작 방식이 페이퍼 애니메이션입니다. 페이퍼 애니메이션은 말 그대로 그림을 종이에 그려서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됩니다. 셀 애니메이션과 비슷한 것 같지만 셀 애니메이션은 배경 장면을 그린 셀을 배경 화면이 바뀌지 않는 한은 계속 사용하면서 움직이는 셀만 그려서 제작할 수 있으나 페이퍼 애니메이션은 한장의 그림을 배경화면을 포함해서 완전히 그려서 만들어야 합니다.
즉, 셀 애니메이션과 비교해서 훨씬 더 비효율적인 제작 방식이라고 할 수 있지요. 미국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제작에서 과거 주류였던 셀 애니메이션이 컴퓨터 애니메이션에 밀려나게 된 것도 제작 방법에서 애니메이션 작품의 퀼리티를 올리는데 컴퓨터 애니메이션이 셀 애니메이션보다 비용이 더 적게 든다는 점이 컸던 것을 감안하면 셀 애니메이션보다도 제작비가 많이 드는 페이퍼 애니메이션이 드문 이유를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이 스노우맨이라는 작품도 사실 상업적인 작품이라고 보긴 힘듭니다. 다이앤 잭슨 감독이 만들었는데 돈 벌기 힘든 이런 애니메이션에 투자할 회사가 없었던지 같이 작업한 애니메이터 한명과 함께 두명이서만 30분이 않되는 분량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무려 6년이나 만들어야 했다고 하니까요.
사실 페이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려면 그림 한장한장을 종이에 따로따로 그려야하니 1초에 24장, 1분에 1440장, 30분이 않되는 단편 애니메이션이라지만 말 그대로 수만장의 그림 한장한장을 다 새로 그려야했으니까요. 하지만 덕택에 동화같은 멋진 화면이 이어집니다.
스노우맨이라는 애니메이션이 눈사람에 관한 동화같은 이야기를 그리는 것을 감안하면 페이퍼 애니메이션이 이런 애니메이션의 주제를 훌륭하게 표현해준 것은 분명합니다. 너무 짧지만 동심으로 돌아가는 훌륭한 애니메이션입니다. 작년 크리스마스에 최첨단의 컴퓨터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되는 컴퓨터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되는 겨울왕국의 각 장면이 너무도 멋졌지만 가끔 이런 과거의 명작들을 보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