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감상영화는 2001년작인 '에너미 앳 더 게이트'입니다. '에너미 앳 더 게이트'는 '장미의 이름', '연인', '티벳에서의 7년'으로 유명한 장 자크 아노 감독이 연출하고 주드 로가 주연으로 출연하고 레이첼 와이즈와 에드 해리스가 조연으로 나옵니다.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의 전투 중에 가장 처절한 전투였던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배경으로 이 전투에서 벌어지는 저격수에 관한 스토리이죠.
당시 막 할리우드 스타로 떠오르던 주드 로가 연기하는 바실리 자이체프는 일반 소총병으로 스탈린그라드 전투에 투입되었으나 전투 중에 저격에 대한 소질이 발견되면서 소련 측의 저격수로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게 되자 당시 암울한 전세를 가리기 위한 영웅화 선전으로 저격수로서의 엄청난 명성을 쌓게되는 인물이고 할리우드의 중후한 연기파 배우 에드 해리스가 연기하는 역은 이런 소련측 저격수를 잡기 위해 올림픽 사격 메달리스트 출신의 독일측 저격수로 파견되어 쾨니히 소령인데 영화의 중후반부는 이들 두 저격수의 대결이 그 주요 내용입니다.
저격수들간의 긴장감 넘치는 대결도 실감나지만 이 영화는 초반부부터 엄청날 정도로 관객들을 질리게 하는데 당시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소련군들이 어떤 식으로 전투를 벌이고 있었는지 보여주는데 그 장면들이 진짜 처절합니다. 일단 스탈린그라드가 볼가강에 면한 지역을 제외하곤 독일군에게 완전히 포위되어서 병력이나 보급 지원이 볼가강을 건너서 해야했는데 영화 초반부에 어떤 대공 방어도 없이 독일군의 근접지원 공격기의 공격을 받으면서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장면부터 시작해서 스탈린그라드 시가전에서 일명 소련군의 우라돌격 장면도 나오는데 당시 스탈린그라드 전투에 관해서 모르는 관객에겐 나름 엄청난 쇼크를 주는 장면들이 연이어집니다.
영화는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정말 실감하게 묘사했는데 아쉽게도 전세계 흥행은 제작비도 건지지 못하는 실패였습니다.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소련 측 시점으로 영화가 보여지는데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사실상 서방에겐 독일과 마찬가지로 소련도 적국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비록 소련이 해체된지 10년이 지난 후였어도 소련 측의 시각으로 보여주는 블록버스터 전쟁 영화의 흥행은 어려울 수 밖에 없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렇긴 해도 스탈린그라드 전투나 당시 제2차 세계 대전에서의 소련군의 전투 방식에 관심이 있는 전쟁 사학에 관심이 있는 관객이라면 나름 흥미있게 영화를 관람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