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4개월만에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았는데 바로 엄청난 화제작인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입니다. 원래 2년 전에 마블의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개봉일에 DC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 개봉하기로 하면서 DC의 저스티스 리그와 마블의 어벤져스가 같은말 개봉하는 말 그대로의 정면 승부로 엄청난 기대를 모았는데요. 그러나 결국 배급사인 워너가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개봉을 2주 앞당기면서 정면 승부는 무산됩니다.
워너의 이 판단은 굉장히 현명했던 것으로 결판났는데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평단과 관객 모두 엄청난 혹평을 받으며 초반의 흥행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영화관 흥행수입으로 겨우 본전을 건지는 수준의 흥행 수입만을 올렸습니다. 반대로 마블의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평단과 관객 모두 엄청난 찬사를 받으며 엄청난 박스 오피스 성적을 거두기 시작했구요.
'배대슈'가 '시빌 워'와 같은 날 개봉했다면 제작비조차 회수하지 못하는 초유의 흥행 참패를 겨우 모면한 것이죠. 하지만 '배대슈'의 흥행 성적이나 관객 평가는 향후 진행될 DC의 저스티스 리그 영화들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 것은 분명합니다. 반대로 마블은 말 그대로 승승장구인 상황이구요.
물론 마블도 과거의 작품이 모두 대성공을 거둔 것은 아닙니다. 마블의 시네마틱 유니버스로선 '시빌 워'가 무려 13번째 영화로 이전 작품 12개의 영화 중에 미묘한 평가와 흥행을 올린 작품들도 있었습니다. '인크레더블 헐크'나 '토르: 천둥의 신', '아이언 맨 2',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 같은 경우 흥행이나 평가 모두 좀 미묘했지요. 그래도 DC가 저스티스 리그의 첫 작품으로 내놓았다가 완전히 말아먹은 '그린 랜턴: 반지의 선택'이나 이번의 '배대슈'와 비교하면 평가나 흥행이 좋았습니다.
게다가 이들 미묘한 작품들은 모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페이즈 1에 속하는 6편의 영화로 이후 진행된 페이즈 2 영화 6편은 모두 평단과 관객의 평가, 흥행이 대성공을 기록했습니다. 이번 '시빌 워'도 평가와 흥행 모두 대성공으로 가는 상황이니 마블 스튜디오는 프랜차이즈 영화 7편 연속 대성공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우게 된 것이네요.
'배대슈'의 개봉과 함께 DC의 저스티스 리그 영화들이 본격적으로 개봉하기 시작하면 마블의 독주는 끝날 것이라는 DC의 호언장담이 완전히 깨져버린 지난 한달이었습니다. 이렇게 DC의 저스티스 리그가 지지부진하면서 최근 마블이 슈퍼 히어로물 영화에서 독주 체제를 갖췄는데요.
20세기 폭스사가 마블이 자체 영화 스튜디오를 세우고 디즈니에 인수되기 전에 영화 판권을 구입해갔던 엑스맨 시리즈와 데드풀로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으나 판타스틱 4는 말아먹었고 이외에 콜라보해서 기용할 슈퍼히어로물이 없는 상황이어서 마블의 어벤져스처럼 콜라보를 통한 시너지가 불가능하고 소니도 마찬가지로 80년대에 마블에서 외부로 팔렸던 스파이더맨의 영화 판권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으나 콜라보할 다른 슈퍼 히어로물이 없어서 결국 하향세로 굴러떨어졌죠. 결국 소니는 어쩔 수 없이 스파이더맨 관련해서 마블과 합작하는 조건을 받아들여서 스파이더맨 영화에 다른 마블의 슈퍼 히어로를 출연시키고 대신 마블의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스파이더맨 출연을 허용했구요.
기본적으로 마블이 엑스맨이나 스파이더맨 등의 영화 판권을 팔 때 5년, 10년간 영화 제작을 않하면 판권이 마블로 회수되는 조건으로 판 것이라 아이디어가 부족해도 영화를 만들어야 판권을 지킬 수 있는데 이렇게 무리하다가 판타스틱 4는 말아먹었고 스파이더맨도 아이디어 부족 문제에 직면했던 겁니다. 그에 비해 마블은 자사 소유의 슈퍼 히어로를 얼마든지 콜라보로 출연시키면서 무제한적인 시너지 효과를 누리고 있구요.
최근의 마블의 대성공은 슈퍼 히어로 각자의 프랜차이즈 영화를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즈 1에서 개봉한 후 페이즈 2의 시작 영화로 어벤져스를 만들어 대성공과 함께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누리고 다시 이 시너지 효과를 각자의 프랜차이즈 영화에 활용하면서 극대화된 것이죠. 뒤늦게 DC가 저스티스 리그를 어떻게든 성공시켜볼려고 아둥바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구요. 어찌되었든 현재 상황으론 디즈니가 2009년에 40억 달러로 마블을 인수한 것이 정말 신의 한수가 되었네요.
영화 외적으론 이 정도로 이야기하고 영화 내용으로 넘어가서 스포가 있습니다. 이후 스포를 원하지 않으시는 분을 읽지 마시기 바랍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어벤져스 2에서 벌어졌던 상황의 후폭풍이 주요 내용입니다. 하지만 슈퍼 히어로의 출연 면면을 보면 어벤져스라는 제목이 붙어야 할 것 같은데 마블은 캡틴 아메리카를 선택했는데요. 영화 내용을 보면 이것이 일리가 있는 것이 어벤져스는 인류의 적을 지구의 슈퍼 히어로들이 단합해서 막아내는 내용이죠. 하지만 시빌 워는 슈퍼 히어로들이 자신의 신념대로 편을 갈라 싸우게 되는 내전이니까 어벤져스가 될 수 없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영화 자체적으론 제목에 캡틴 아메리카가 들어가지만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 맨의 대결이 주 내용이 됩니다. 사실상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와 아이언 맨 시리즈의 후속편이라고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 내용적으로 구멍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긴 한데 사실 마블의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 전편과 같은 시간대로 진행되는 미드 '에이전트 쉴드'를 모두 보았다면 큰 문제는 없습니다.
캡틴 아메리카가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와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를 거치면서 가지게 된 신념을 생각해보면 캡틴 아메리카의 행동이 충분히 납득이 가고 마찬가지로 아이언 맨도 아이언 맨 시리즈와 어벤져스를 거치면서 가지게된 생각의 변화가 이해가 되니까요. 혹자는 너무 슈퍼 히어로 각자의 개인적인 선택으로 신념이 나뉘는 것 아니냐하고 비판할 여지도 있으나 슈퍼 히어로라고 해서 무조건 대의에 동참해야 할 의무도 없죠.
게다가 이런 신념의 대결 못지 않게 영화의 액션신도 슈퍼 히어로 각자의 능력을 최대한 고려하여 스펙타클하면서도 충분한 재미를 뽑아냅니다. '배대슈' 애기를 여기서 하기는 뭣하지만 '배대슈'는 심지어 이런 적절한 액션 활용에 대한 고민도 너무 없어서 더 '시빌 워'의 비교에서 쓰레기 취급을 당하게 된 것 같으니까요.
어벤져스 2가 평가나 흥행 모두 성공적이었으나 조금 영화 내용적으론 미묘했는데 앤트맨과 시빌 워의 연속된 성공으로 마블을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전혀 일반 영화팬에겐 알려지지 못한 슈퍼 히어로들이 나왔음에도 작년의 가디언즈 갤력시나 앤트맨의 성공도 그렇고 하반기에 나올 닥터 스트레인지도 마블의 슈퍼 히어로라는 것만으로 이젠 기대가 됩니다.
스파이더맨의 출연이 불가능하면 시빌 워의 영화화는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있었으나 결국 스파이더맨이 폭망하면서 소니가 어쩔 수 없이 마블과 협상하여 합작하게 되어 시빌 워가 나올 수 있었는데요. 그렇다면 한편으로 엑스맨도 마블이 판권을 회수해서 어벤져스 대 엑스맨의 실사화가 될 날이 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엑스맨 시리즈는 리부트 이후 잘나가는 상황이어서 이런 날이 오기는 힘들 것 같은 것이 또 한편으론 아쉽네요.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이 성공하면서 지금과 같은 슈퍼 히어로물 영화 시리즈의 대대적인 영화화와 성공이 가능했고 정말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 시리즈를 재미있게 즐기지만 한편으로 어벤져스 대 엑스맨이 정말 보고 싶은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