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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출신 히어로들의 영화를 다룸에 있어서 가장 먼저 다루어야 하는 것은 역시나 배트맨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물론 캐릭성이 장난이 아닌 캐릭인 것도 사실이지만 슈퍼맨을 다루는 건 살짝 뒤로 미루었다가 배트맨 대 슈퍼맨까지 한꺼번에 다뤄버리자 하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튼. 먼저 이야기를 진행하자면 팀 버튼 감독의 작품들을 우선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물론 아담 웨스트 쪽도 있기야 있습니다만. 감히 제가 그 쪽 작품을 다룰 수 있겠습니까. 리스펙트하면서. -
팀버튼 감독이 조금 흥행이 안 좋다고는 한다소곤쳐도 사실 팀버튼 감독의 영화는 나름 자신의 방식대로 캐릭이라든지 영화의 내용을 비틀고 있고, 그리고 그것에 있어서는 감독은 출중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배트맨 1과 배트맨 2, 즉 배트맨 리턴즈를 보면 팀버튼 감독이 캐릭을 어떻게 비트는지를 잘 알 수 있지요.
원래 배트맨의 부모님을 죽이는 건 나중에 적을 배트맨 비긴즈에서 나오지만 조 칠이라는 캐릭입니다. 그것도 나중에 알아서 골로 가 버리고 배트맨의 비틀린 인생에 한 몫 단단히 하지요. 근데 팀 버튼은 그걸 다른 캐릭으로 설정해 버립니다. 물론 배트맨이 되는 거야 알아서 잘 되니 상관은 없지만, 배트맨이 된 이후 브루스 웨인은 악당들을 제압 중 어떤 인물을 화학약품 통에 떨어지는 것을 구하지 못하고 맙니다. 겨우 살아나긴 했지만 악영향을 끼쳤던지 피부가 탈색되고 얼굴이 굳어져버리지요. 웃는 얼굴로만.
네. 팀버튼은 조커가 배트맨을 창조하고, 배트맨이 조커를 창조하게 만들어버립니다. 무서운 감독이지요. 서로가 서로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되고,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설정해버린 겁니다. 그리고 제 생각 안에서는. 결국 배트맨은 배트맨 1의 마지막에 불살을 깨버리고 맙니다. - 물론 직접 죽인 것도 아니고, 죽게 놔뒀다. 라고 봐야 할 것도 같지만. - 그 순간에 완전히 배트맨 안의 브루스 웨인은 배트맨을 벗어날 수 없는 상태로 고정되어버렸다. 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불살의 가치를 고수하면서 조커를 처리했다면 배트맨을 잘하면 벗어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살짝 가져보는 저로서는 배트맨이라는 캐릭성은 좋아하지만 브루스 웨인의 비극성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여친이라고 겨우겨우 구해놨더니 다음 작품에서는 헤어져버립니다. 그 후에도 여러 여성하고도 만남을 가진다지만 제대로 이어지는 모습 하나를 보여주지를 못하지요. 나름 그걸 바람둥이의 이미지로 나중에는 설정하지만 결과적으로 배트맨에서 벗어날 수 없는 브루스 웨인의 비극성을 보여주는 작은 설정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서로가 비틀려버린 존재들끼지 맡붙어버리는 배트맨 리턴즈에서는 가히 팀버튼의 영화비틀기가 극에 달해버립니다.
배트맨이야 이미 제대로 비틀려버렸지만,
팽귄의 캐릭터를 - 사실 그렇게까지 망가진 모양새가 아닌데도 - 아예 팽귄처럼 생긴 기형의 존재로 만들고,
캣우먼은 상사에게 죽임을 당했는데 불가사의한 계기로 부활해서 반쯤 미쳐버린 것 같기도 한 존재가 되고.
서로가 서로의 정체를 눈치채버리는 배트맨과 캣우먼의 캐릭성이, 바로 그 직전까지 서로가 어울리는 한 쌍이 되기 직전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또 이런 비극이 없지요. 잘하면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올 법도 한 가능성도 있었으니 말입니다. 팽귄은 그런 존재조차 없이 결국 비틀린 채로 악역으로 고정되어버립니다.
(하지만 사실 배트맨에서 악역은 팽귄이 아니고 캣우먼도 아닌, 한 사업가입니다. 팽귄을 이용해서 이미지 메이킹을 주도하고, 자기 여부하를 밀어죽여버렸더니 캣우먼이 되어서 전전긍긍하면서도 결국 최후까지 남는 악당은 그 사업가입니다. 제대로 된 악당다운 최후를 맞이하는 것도 그 사람이고).
결국 팽귄은 악당이 아닌 피해자같은 모습으로 사망합니다. 팽귄들이 그를 자신들의 보금자리 안 수영장 안에 수장시키는 모습에서 물론 악당같은 마지막 모습을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세상과 어울리지 못한 채 거부받던 팽귄은 그렇게 악역밖에 될 수 없는 채로 삶을 마감합니다.
하지만 배트맨이나 캣우먼은 팽귄과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복장만 벗으면 브루스 웨인이나 셀리나 카일로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지요. 그렇기에 배트맨은 복장을 벗어내면서 캣우먼이 아닌 셀리나 카일을 설득합니다. 그걸 거부하는 것은 셀리나 카일이 아닌 캣우먼이지요. 그 때 그녀는 그렇고 그런 캐릭에서 영화상에서 여성으로서 독창적인 캐릭성을 창조하는 것에 성공합니다. 마지막 배트시그널 나올 때 나오는 모습에서는 살짝 소름도 돋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