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의미에서는 배트맨 대 슈퍼맨보다 더 기대를 받은 건 예고편 하나만으로 전세계의 영화 팬들을 열광하게 한 그 모 캐릭이 나온 DC의 또 다른 영화였다 생각합니다. 철창 안에 갇혀있으면서 절묘한 라인을 자랑하면서 남심을 팍 흔들었지요. 게다가 그게 조커의 조수 겸 애인이라고 평가받으면서 그 단독 캐릭성이 요사이 들어서야 키워지기 시작한 할리 퀸이었다는 것이 더욱 그랬습니다.

우리나라 연예인들이 여럿 그 캐릭의 코스프레라든지 이미지 채용을 했고 그건 영화에 있어서 좋은 신호라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사실, 그닥 히어로 영화라든지 파고 들어서 소위 도사처럼 달달 외는 경우가 아닌지라 잘 아는 캐릭이 할리 퀸 하나 뿐인 그 영화가 과연 괜찮을 것인가. 가 궁금했던 영화기도 합니다. 윌 스미스가 나온다는 것에 흥행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 과연 얼마나 캐릭터를 잘 보여줄 것인가도 궁금했습니다.

예고편이야 기가 차게 나왔습니다.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와 예고편이 절묘하다 못해 완벽하게 싱크로를 이룬 것에는 몇 번이고 영상을 돌려보고 또 보면서 예고편 하나는 정말 잘 만들었다 생각하면서 영화의 기대감이 커졌더랬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배트맨 대 슈퍼맨이 나오고. 졸지에 이 영화는 DC 히어로 영화화에 있어서 큰 사명을 억지로 떠맡겨지게 됩니다. 자칫 잘못하면 엎어질 수도 있을 이 큰 판을 적어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 영화의 흥행이 무엇보다 큰 부분은 차지하게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그 부분에 있어서는 마블이 너무 영화를 잘 뽑아냈다는 게 악재로 다가왔는지 모릅니다. 만일 2000년대 초반에 DC가 이 영화화 계획을 시작했고 이어졌었다면 적어도 비판점이 지금과 같이 크게 오는 건 없었지 않나 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그런 기대와 우려들 속에서 - 물론 영화 자체에 대해서도 걱정이야 많았겠습니다만, 저는 기대하면서 - 영화는 그 막을 열어냈습니다.

그리고. DC 영화에 대해 또다시 실망하는 모양새가 되어버렸습니다.

무엇보다 영화 자체에 있어서 주목해야 하는 캐릭들은 주인공 격인 위치에서 활약해야 하는 팀원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팀원들이 못됐을지라도, 서로의 이득이라든지 생존을 위해서 국가에서 요구하는 행동을 하는 과정을 가히 못된 방식으로 풀어내주기를 또한 바랬습니다. 예고편에 나와서 사람들을 기대하게 했던 조커의 위치도 조금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주기를 바랬습니다. 아예 제 3 세력으로 깽판을 쳐주기를 바랬었지요. 최종보스한테도 깽판을 놓고 할리 퀸이 속한 팀에도 깽판을 놓고.

그래서 우선적으로 조커가 갑자기 로맨티스트가 된 게 멍 때리게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 물론 나중에 추가장면을 넣으니 그래도 고약한 조커 특유의 이미지가 드러나기야 합니다. - 일설에서는 찍은 장면에서 꽤나 많이 잘라냈다 하는데 그건 맞다고 생각하는 게, 아예 그렇게 되면 영화 제목을 바꿔야 하지 않나 싶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할리 퀸을 고문했던 극초반부의 회상에서 마지막에 달링. 하면서 나타나는 조커의 이미지는 가히 적응이 안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거기에 캐릭들이 꽤나 많으니 적절한 비중배분이라든지 캐릭성을 살리는 방식이 악당들답게 가기를 바랬지만 - 나름 만족한 건 불 뿜어대는 머리 민 문신남 정도랄까요. 영화에서 유일하게 멋지다고 생각한 캐릭이 그 캐릭 하나 뿐입니다. - 술 마시면서 짠짠 하더니 갑자기 뭉치십니다. 나름 우리도 좋은 놈들이다? 이런 느낌도 받고 했는데 나름 긍정이야 하겠습니다만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은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차라리 캡틴 부메랑이라던, 마지막까지 깽판치다 아무것도 못 얻고서 고함치던 그 캐릭처럼 다들 막 나가버리는 걸 바랬었는지도 모릅니다. 

아쉬움은 사실입니다. 떡밥을 던진 게 그리 많지도 않은 듯 느껴졌고, 스토리 자체에서 빡 하고 충격이 올 법한 부분이 배트맨 대 슈퍼맨보다도 적었습니다. 어쩌면 단독 영화로 딱 한 편만 나오고 끝나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습니다. 나왔던 캐릭들 중에 몇몇은 알아서 다른 영화에도 출연한다지만 - 할리 퀸. 단독영화 이야기도 있더군요.- 다른 캐릭들은 어떻게 될지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