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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감상평]영화 감상평 - 터미네이터 제네시스(5편)
waterest | 추천 (0) | 조회 (518)

2017-01-11 00:35

앞에서 굳이 뒤로 미루었지만 영화 자체로 따지면 3,4편까지 거치면서 영화의 이야기들이 제대로 꼬여버립니다. 이 설정으로 가자니 요상해지고, 저 설정으로 가자니 또 꼬여버리는 게 심해집니다. 액스맨 시리즈에서 설정충돌이 되는 부분들을 생각하자면 답이 쉬이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새로이 판을 짤 생각으로 제작한 터미네이터 제네시스는 아예 이야기를 일정 시점부터 아예 리부트를 시켜버립니다. 어떤 면에서 이 영화는 일종의 터미네이터 리부트 1편이라고 봐도 지장이 없을 듯 합니다. 


그 기준점 중의 하나는 기존 캐릭터들의 캐릭성 변주입니다. 가장 크게는 역시 존 코너이겠습니다만 그건 좀 뒤로 미루고. 미래에서 과거로 시간여행을 가는 와중에 충격적 사건과 조우하면서 일종의 변곡점 한가운데서 과거로 떨어져버린 카일 리스는 예지자적 위치에 처하게 되고, 철없을 레스토랑 웨이트레스일 사라 코너는 일찌감치 전사로 각성해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카일 리스와 사랑에 빠지기를 거부하려는 모양새. 


하지만 무엇보다도 캐릭성의 변모를 준 건 다름아닌 팝스의 존재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사라 코너를 지켜왔다는 설정 하에 아놀드 형님의 노년의 모습까지 설명하게 해 준 노화하는 터미네이터의 그 모습은 어떤 의미에서는 이제 곧 어디서 기어들어온 딴 놈팽이한테 곱게 길러온 딸을 내줘야 하는 아버지의 고뇌와도 엮여있다고 느껴지는 모습도 있달까, 자신의 노쇠해가는 육신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기계가 아직 쓸만하다고 이야기하는 그런 모습이랄까... 이런저런 의미로 다가오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캐릭성이 완전히 뒤바뀌어버린 건 존 코너입니다. 설마하니 그런 모양새가 되리라고는 그 누구도 인정하기 싫었겠지만 사실 캐릭성의 변주에서 존 코너가 그렇게 되어야 하는 건 이야기를 풀어가기에는 괜찮은 반전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애시당초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는 하나씩의 반전은 크게 던지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1편에서는 알고 보니 사라 코너를 지키라던 미래의 수호자와 그녀가 관계를 맺어서 태어나는 게 미래의 영웅인 존 코너라는 것. 2편에서는 1편과 같은 모습의 그 터미네이터가 알고 보니 미래에서 보낸 수호자 역할이었다는 것. 3편에서는... 터미네이터가 여자라는 것하고... 결국 전쟁을 못 막았다는 것? 4편에서는 마커스 라이트가 터미네이터였다는 거. 그걸 그런 식으로 반전을 주려 한 거야 쉬이 이해는 하겠습니다.


하지만 하필이면 캐릭이 존 코너였습니다. 구세주, 영웅. 미래가 완전히 뒤집혀버리고 꼬여버리는 모양새가 되어버렸습니다. 더욱이 그런 존 코너를 알기 전에 만악의 근원인 스카이넷을 만들어지기 전에 부숴버리겠다면서 시간여행을 해 버리는 바람에 카일 리스는 그렇다손 쳐도 사라 코너까지 기존의 시간점과 어떤 의미에서는 엮이지 못하는 캐릭이 되어버립니다.


시간선에서 단절되어버린 캐릭들이 미래를 위해 활동하지만 결과적으로 미래가 이런 식으로 이어져야만 존재하는 캐릭들이니 후속작에서 뭔 식의 이야기가 나오든 별 상관이 없다고 보여질 수 있으면서도 이야기를 대체 어떻게 풀어야 후속작에서 미래와 엮일 수 있겠느냐는 답으로 이어지게 되더군요. 후속작을 대체 어떻게 만들어낼 꺼냐. 여기서. 완전히 이야기라든지 시간선이 꼬이다 못해서 다 박살내버리고서 풀어낼 생각인 건 아는데 대체 어떻게?


결과적으로 후속작 이야기도 또 쑥 들어갔다지만, 그래서 후속작을 내 봐라. 이런 생각도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이야기를 잘 풀어내게 되면 잘 만들었다고 박수받을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감독의 역량도 인정받고 말입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그러기 조금 어렵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어쩌면 후속작에서도 어른이 된 존 코너가 또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5편에서 그렇게 보호역할이었던 팝스가 알고보니 진짜 악역이었구나! 하면서 뒤통수를 후려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이 영화시리즈는 2편서 끝을 냈어야 하는 영화를 지리멸렬하게 끌고 온 결과로 캐릭성이 거진 제로에 가깝게 되어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어쩔 수 없이 가지는 스스로가 존재하더군요. 


그래도 결국 가서 또 이 시리즈 최신작이 나오면 보겠구나 하는 저 또한 있겠습니다만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