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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고질라가 그렇게 망해버리고서 제작이고 뭐고 사람들이 달려들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전의 그 참치먹는 질라 같은 경우에는 굳이 말하자면 만화영화로 흥했는데 그 까닭은 영화 이후로 후속작이라든지의 내용에서 질라 주니어가 흔히 생각하는 불뿜기라든지 내구성이라든지를 겸비한 괴수로 등장할 예정이었던 걸 써먹어서입니다. 결과적으로 만화영화로는 흥했지만... 아쉬웠습니다. 정말 아쉬웠습니다.
그런 고로 사실 고질라 새로 만든다고 했을 때 사실 처음에는 기대 안 했습니다. 감독도 잘 모르는 감독이고 예고편만 보고서 믿기에는 질라 쪽 예고편이 잘 만든 편이기에 그랬습니다. 낚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예고편들이 나오고 슬슬 떡밥이 풀려가면서 기대치가 그래도 조금씩 커져가는 게 있습니다. 감독의 전작인 인디영화격인 작품을 보고서 살짝 안심한 게 그 처음이었습니다. 역시 괴수영화임에도 밀도 있게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풀어간다든지 하면서 안정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간 게 점수가 컸습니다.
그리고 다음. 예고편에서 슬슬 나오는 고질라라든지 대적하는 괴수 관련해서라든지 등장 대사들이라든지가 살짝 심상치가 않습니다. 무엇보다 고질라라는 존재 이전의 일본의 고지라를 대하는 태도처럼 상대 불가능한 미증유의 존재를 다루는 듯한 느낌이 큽니다. 석기시대로 돌려보내버릴 것이라는 말이 크게 점수를 벌었습니다. - 결과적으로 그 대상이 예상했던 것과는 달랐지만 좋은 떡밥이었습니다. -
그런 상황에서 영화가 나왔길래 봐 주었습니다.
그리고. 기대보다 더 잘 만든 작품이라는 사실에 처음에 고마웠습니다, 제작진에.
무엇보다 이야기가 개연성이라든지 흐름이라든지가 질라 떄와 비교하면 상대가 되지 않는 수준입니다. 말이 되는 고질라를 헐리우드에서 만들 거라고 기대조차 안 했었으니 기대치가 제로인 상황에서 '말만 되라...!'의 기대치가 한참 웃돌게 성립되어버리니 고마울 따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고질라를 만드는 제작진이 제대로 고지라 시리즈를 연구한 게 느껴질 정도로 잘 만든 느낌이 컸습니다. 초창기 고지라와 나중의 고지라를 비교할 때 초창기의 고지라는 공포의 대상으로서, 나중의 고지라는 살짝 다른 이미지를 가지는데 이번 고질라는 후기의 고지라와 비슷한 느낌이 컸습니다. 결론적으로 균형자로서의 이미지가 크게 부각되면서 일종의 선역화된 부분이 보기 부담되지 않게 고질라를 만들었구나 하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다음. 말이 필요없습니다. 질라는 어쩌다 운이 묶여서 했었던 아토믹 브레스를 뿜어재낍니다. 그것도 등뼈가 빛나며 브레스를 뿜어대던 고지라의 느낌 그대로, 혹은 고지라의 느낌보다도 더 괜찮을 수준으로. 덕분에 보다가 깜짝 놀라면서 박수 칠 뻔 했습니다.
어쩌면 감독의 공이 큽니다, 이 작품은. 대강 만들면 이 작품을 제대로 만들었다는 소리 하나 못 듣고서 욕만 먹다가 끝나버릴 분위기인데 결과적으로 준수 이상의 평가를 받을 작품을 만들어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후속작에서 감독이 빠진 게 아쉽습니다. 그래도 아쉬움을 달래는 건 감독이 후속작으로 고질라 대신 만든 게 스타워즈 로그 원이라서입니다. 아마 다른 영화 만들었으면 고지라 만들어주지 하고 크게 아쉬움을 가졌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성공을 발판으로 요사이 유행처럼 퍼져가는 시네마틱 유니버스로 고질라와 킹콩을 묶어 제작한다는 기획이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합니다. 킹콩도 단독 작품으로서 킹콩 스컬 아일랜드로 제작되고 그 이후에 고질라와 킹콩을 맞붙게 한다 하니 기대치가 상승 중입니다.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