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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숨 고르면서 적을 거 준비했다기보다는 사실 원하는 소설을 읽으려던 400포인트를 다 모아서... 요사이 좀 슬금슬금 글 적기에서 등한시해졌던 게 사실입니다. 아마도 앞으로는 하루 세편씩 열심히 적어서 포인트 모은다든지 하던 시절을 벗어난 고로 조금은 천천히 글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그래도 내용이 긴 건 여전하니 그 점에는 고개 꾸벅 숙이고서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어떤 의미에서 전글 3개에서 계속 거론했던 고질라 혹은 고지라와 대적할 만한 괴수는 - 고지라 시리즈에서야 잔뜩 나오고 잔뜩 물갈이된다지만 - 서양에서는 단연 이 쪽이 아닐까 합니다. 개인적으로 고지라처럼 불가항력적 범주에서 뛰노는 입장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사람의 손에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로 인해 여러 이야기거리를 만들어내게 했고 재해석 등등도 이루어지는 괴수? 아니 동물입니다.
애시당초 이 작품을 안 건 마이티 조 영이라는 작품이었습니다. 그것도 리메이크였는데 어릴 때 봐서 기억은 가물가물하다지만 결과적으로 그 작품에서 킹콩의 영향을 받은 거대 고릴라께서는 자유로운 삶을 살게 되었던지라 마지막에 초원 너머의 수풀로 달려가는 모습이 살짝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 기억이 가물가물한 건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
그걸 보고 나서 나중에 피터 잭슨이 킹콩을 만든다고 했을 때, 사실 원작이야 알고 있지만 이런저런 아류작이라든지 괴작들이 나온 게 사실이니 - 퀸콩은 아니지요, 퀸콩은! -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지 않겠는가 했습니다. 어쩔 수 없는 리메이크가, 떠안고 가야 하는 숙명적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크게 영화를 보면서 집중했던 캐릭은 3명 있습니다.
남자 주인공 격인 극작가 분도 계시지만 - 피아니스트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신 - 빼고.
첫번쨰로 곁다리 겸으로 적어보자면 앤디 서커스입니다. 영화상에서 배역을 맡아 선원으로서 등장하시는데 결말이 꽤나 고어틱해서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어째 그건 좀 거시기합니다. 하지만 앤디 서커스라고 굳이 이름을 적은 건 이 배우께서 감독 의 전작 시리즈에서 불세출의 캐릭을 - 절대악을 쓰러트렸습니다!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 불세출의 연기로서 소화하면서 각인되었던 게 클 겁니다.
역시나 킹콩에서도 모션 캡쳐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셨습니다. 바로 킹콩의 모션 캡쳐 역할이지요. 물론 이런저런 효과라든지를 주었을 테지만 어째 보통 사람으로서의 배역보다 왜 모션캡쳐하는 캐릭이 더 멋지게 나오는 경우가 더 많은 건 왜일지 모르겠습니다. - 그러고 보면, 이 배우. 완전히 모션캡쳐계에서는 마이더스의 손이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나중에 거론하겠지만 혹성탈출 리부트 시리즈에서의 주연도 이 배우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어벤져스부터 시작되는 헐크의 모션캡쳐에도 이 분이 관여되어 있고. 요사이는 스타워즈에서도 나오시고(스노든)... -
두번째로는 영화에서 제작자 역할로 나오는 잭 블랙입니다. 원래야 코메디 영화에서 주로 익살스런 역할을 맡는 게 많은 배우지만 왜 이 배우가 내공이 깊은지를 알 수 있는 영화가 킹콩이기도 했습니다. 속이 시커멓다 못해서 고약한 캐릭을 잘 소화해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옆에서 비서격으로 있던 캐릭마저 등을 돌리고 떠나가던 - 개인적 평 - 모습에서는 마치 이래서 이 캐릭이 비호감이다. 라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누가 죽으면 수익금을 누구의 가족에게 기부하겠다 뭐하겠다 하면서 결과적으로 자기가 다 먹어치운 느낌도 그렇지만. 킹콩이 죽은 뒤에 나오는 그 명대사 격인 그 말을 읊는 장면에서는 미녀가 죽인 게 아니라 욕심에 들끌어서 괜시리 끌고 오지 않고서 도망쳤으면 뙜을 일을 크게 만들어버린 네가 잘못한 거다! 라고 짜증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세번째로는 여주인공 격인 캐릭인 앤 대로우입니다. 확장판 - 이 영화도 피터 잭슨 영화답게 확장판이 있습니다. - 에서는 더욱 빈곤한 삶이 보여지면서 현실에 치여서 소외당하고 고단해져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 와중에 큰 기회를 얻어서 노력하는 모습에서부터 킹콩의 산제물? 혹은 강제반려? 그런 느낌으로 바쳐지게 되었음에도 강한 의지라 느껴지는 무언가로서 잘 지내...지는 않지만 아무튼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 도저히 공룡들에게 물려뜯기기 직전에 킹콩이 구해주는 장면까지 봐놓고 '잘 지냅니다!' 라고 하기에는 양심이 좀...! -
어쩌면 이런저런 이야기들처럼 킹콩과는 비슷한 측면이 있는 캐릭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비슷한 사람들끼리 상처입은 서로를 위로하면서 호의 이상의 감정을 느꼈겠다 싶습니다. 그건 마지막에 킹콩이 자신이 죽을 걸 알고 나서 앤 대로우를 내려보내는 부분에서 느껴집니다. 내려가려 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너무 크게, 대놓고 느껴지더군요. 하지만 앤 대로우를 받아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과는 달리 킹콩은 유일한 존재였고 그게 벽이 되었을 지 모릅니다. 적어도 한 쌍을 이룰법한 존재가 있었다면 애시당초 이 사단은 전부 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개인적 생각입니다. - 그렇대도 퀸콩은 아닙니다. -
영화 내의 재해석이랄까, 이런저런 생각하게 할 이야기 - 왜?라고 생각할 거리가 두어개 정도 있었습니다. 위에서 거론했던 잭 블랙의 대사라든지, 과연 킹콩와 앤 대로우의 호의가 어느 느낌으로 다가오는지 등등. - 모두를 생각해보면 오리지널을 리메이크하면서 원작훼손이다 하는 이야기에서도 벗어나면서 영화 자체로서 완성도를 더욱 올린 것이라는 느낌이 컸습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이 명작이다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겠다 싶습니다.
그래서. 사실 콩 스컬 아일랜드는 걱정입니다. 킹콩의, 어쩌면 리메이크일 수 있고 캐릭을 빌려서 거대화시킨 것일 수도 있지만 자칫 인간과의 교감이라고는 전혀 없는 괴수로서의 이미지가 너무 부각되어버리면 되려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입니다. 물론 여기서 킹콩에 대한 이런저런 떡밥을 쌓아서 고질라랑 한 번 제대로 붙여야 하는 게 자작사의 계획이지만, 콩 스컬 아일랜드가 잘 만들어져야 그것도 성립됩니다. 애시당초 교감이라든지 너무 크게 바라지는 않으니 적어도 인간에 적대적인 느낌만 가진 채로 영화가 끝나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여기까지 적어보니 드는 생각을 딱 하나만 더 적고 끝내봅니다. 과연 고질라랑 어떻게 싸우게 할 생각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