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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와 스토리는 무슨! 액션으로 닥돌! <후드, 2018>
mrdouble | 추천 (0) | 조회 (486)

2019-02-05 17:04

장르 : 모험

상영시간 : 116분

개봉일 : 2018.11.28.

감독 : 오토 바서스트

주연 : 태런 에저튼, 제이미 폭스

등급 : 12세 관람가


수차례 영화로 제작된 원작이 주는 부담감


헐리우드에서 리메이크는 매년 반복된다. <드라큐라>, <로빈 후드>, <킹콩>, <배트맨> 등이 대표적이다. 새로운 영화의 흥행 불투명성과 상상력 빈곤이 원인이다. 이미 인지도와 인기를 확보한 전작에 기대서 쉽게 돈을 벌자는 저의가 엿보인다. 


문제는 리메이크도 절대로 쉽지 않다는 거다. 리메이크를 하면 오리지널과 비교를 피할 수 없다. 최소한의 기대 수준이 존재하는 거다. 감독으로서는 엄청난 부담이다. 이 관문을 넘어서기 정말 힘들다. 그 관문을 넘기 위해 무리수를 두거나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를 시도하다 나가떨어지는 리메이크작들도 부지기수다. <후드>도 이러한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제멋대로 날뛰는 캐릭터들


<후드>는 주연급 캐릭터의 일관성을 전혀 확보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야기에 집중할 수 없고 캐릭터의 행동에 의문만 갖게 만든다. 그나마 일관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이들은 추기경과 노팅엄 주 장관 등 악역들이다. 


전쟁터에서 로빈은 방금 전까지 목숨 걸고 싸웠던 리틀 존(제이미 폭스)의 아들을 구하기 위해 아군을 폭행하면서 항명한다. 마리안은 자주적이고 당당한 여성 상과 의존적인 전통 여성 사이를 오간다. 리틀 존은 종교와 의무를 버리고 적국에서 로빈의 멘토를 자처한다. 윌 스칼렛은 저항군으로 싸우던 중 마리안에 대한 질투심과 적개심으로 추기경의 주구로 돌변한다. 


오리지널과 다른 캐릭터 설정의 의도와 목표는 이해한다. 캐릭터의 변신은 색다른 이야기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 캐릭터들이 조울증 환자처럼 수시로 성격과 행동을 뒤집는 장면은 몰입을 방해하고 이야기의 개연성마저 허물 뿐이다.



상상에서 망상의 나래로 넘어간 설정


감독의 무리수는 추기경의 이슬람군 내통 음모론에서 절정에 달한다. 새로운 각색이라 하더라도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십자군 전쟁 당시 종교계 인사와 귀족, 왕들이 부패로 썩어 있던 것은 분명하지만 이들이 이슬람군에게 군자금을 지원한다는 음모론은 터무니없다. 이쯤 되면 상상이 아니라 망상이다. 


십자군 전쟁 당시 종교계 최고위층은 굳이 이슬람과 내통하지 않아도 충분한 권력과 부를 소유하고 있었다. ‘신’이야말로 왕 중심의 세속 권력에 맞설 수 있는 지지기반임을 알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들키면 모든 것을 날릴 수 있는 적과의 제휴를 감행한다? 미치지 않고서야 감행할 이유가 없다. 



‘배트맨’과 ‘애로우’의 액션 기시감


이 영화에서 그나마 볼거리를 뽑으라면 중세에 어울리지 않게 현대적으로 강화한 액션이다. 다만 볼거리가 화려하다 해서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들지는 못한다. 흥미롭기는 하되 비현실적이다. 중세의 무기로 실현하기에는 불가능한 압도적인 화력과 현대적인 전술 때문이다. ‘배트맨’과 ‘애로우’가 연상될 정도다. 


건물에 매복을 한 채 십자군을 기다리는 이슬람군, 기관총 부럽지 않은 연사속도를 자랑하는 화살 장착형 노궁, 현대 돌격소총 못지않은 파괴력의 화살, 로프와 말, 마차를 이용한 액션 등은 중세의 전투 장면이라기보다 현대 도시에서 벌어지는 특수부대의 전투를 보는 것 같다.



요리의 맛은 재료가 아니라 주방장이 결정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로빈 후드 이야기는 1450년에 쓰여진 <로빈 후드와 수도승>이다. 그 이후로 로빈 후드 이야기는 장르를 오가며 같으면서도 다른 이야기로 변화해 왔다. 그 와중에 동료애, 도적, 평등과 자유, 로맨스, 박애주의, 새로운 인물 등이 추가되며 그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로빈 후드 시리즈의 발전 과정은 한 가지를 의미한다. 시대가 바뀌면 이야기에 새로운 요소를 넣고 변화를 주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 과정에서 어떻게 새 요소들과 기존 요소를 섞고 버무려서 흥미를 자아내는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배우와 제작 요소가 있어도 영화의 퀄리티를 결정하는 핵심은 결국 감독의 역량이다. <후드>는 좋은 재료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요리사의 역량이 떨어지는 바람에 조미료로 맛을 낸 음식처럼 느껴진다. 중세 시대의 색다른 액션을 보고 싶다면 말리지 않겠지만 오리지널의 감성이 살아 있으면서도 리메이크의 특성을 살린 <로빈 후드>를 기대하고 있다면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라고 말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