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 유머 | 성인유머 | 음악 | PC | 영화감상 | |
게임 | 성지식 | 러브레터 | 요리 | 재태크 | 야문FAQ |
‘협상’이라는 소재 선택의 의미
‘협상’이라니? 한국 영화계에서 협상을 소재로 범죄 영화를 찍다니 감독이 누군지 궁금하다. 으흠. 이 영화가 입봉인 초보감독이다.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초보다운 패기로 밀어붙일 셈인가. 감독의 프로필은 안심 반 우려 반의 예상을 하게 한다.
협상을 영화로 잘 만들기는 매우 어렵다. 범인이 전문 협상가와 대치하는 상황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협상가와 인질범의 대화 밀도가 짱짱해야 한다. 대사로 관객을 단숨에 사로잡아야 한다. 어설픈 대사로는 관객의 비웃음을 사기 좋다. 주도권 대결 과정에서 개연성을 확보하면서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 연기가 피를 튀듯 치열해야 함은 물론이다.
손예진/현빈 투톱에서 예상되는 영화의 전개란?
이런 상황이니 당연히 주인공이 영화 수준을 좌우한다. <협상>의 주인공이 현빈과 손예진인 것을 보고 영화가 산으로 가겠다 싶었다. 협상 영화는 로맨스 영화가 아니다. 캐릭터와 연기로 승부를 해야 한다. 남녀 주인공의 마스크로 승부를 보려는 생각은 ‘협상’을 액세서리로 본다는 의미다.
감독의 의도가 뻔히 보였다. 경찰 협상가 손예진과 인질범인 현빈이 대치를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는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 짐작했다. 어쩔 수 없는 초보 감독의 한계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흥행을 염두에 둔 제작진의 입김이었을까.
협상는 지리멸렬, 뻔하디 뻔한 부정부패 이야기만 남다
인질극이 벌어진 자리에 술을 마신 하채윤(손예진)이 등장하는 모습은 그녀의 역할이 프로 협상가와는 멀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그녀가 협상 중에 돌입한 기동대의 무리한 작전 이유는 후반부에서 드러난다. 반전 아닌 반전을 염두에 둔 작위적인 구성이다.
영화는 시간이 흐를수록 협상의 본질에서 멀어진다. 하채윤은 협상의 목적도 모른 채 꼭두각시가 되어 민태구(현빈)와 마주 앉는다. 이름뿐인 협상뿐이다. 민태구 또한 제거하고자 하는 부패세력의 눈을 속이기 위해 하채윤을 이용할 뿐이다.
중반이 지나면 영화는 협상이라는 거추장스러운 테마를 집어던지고 본색을 드러낸다. 이 영화는 부패세력을 처벌하는 범죄 영화였다. <베테랑>의 성공 이후 등장했던 수많은 한국 영화들과 궤도를 같이 하되 ‘협상’을 내세워 다른 척할 뿐이다.
한국의 <네고시에이터>가 되었어야 할 영화
1998년에 제작된 케빈 스페이시와 사무엘 잭슨 주연의 <네고시에이터>라는 영화가 있다. 경찰청의 프로 인질 협상가이던 사무엘 잭슨이 경찰 복지기금을 횡령한 동료들에 의해 파트너 살해 누명을 쓴 후 결백함을 증명하기 위해 경찰들을 인질로 잡은 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 영화의 백미는 사무엘 잭슨과 경찰 측 협상가인 케빈 스페이시의 대립 과정이다. 경찰의 인질극 진압 프로토콜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두 인물의 대립은 말 그대로 협상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협상을 제목으로 뽑을 정도였다면 최소한 <네고시에이터> 정도의 역량은 보여주었어야 했다.<협상>이 마케팅으로 요란만 떤 ‘족보 없는 맛집’이었다면 <네고시에이터>는 아는 사람만 아는 진짜 맛집이다. <협상>을 보고 실망한 관객이라면 <네고시에이터>의 일람을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