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ap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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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10-13
얼마 전에 야비군 훈련 갔다 왔다. 음... 가을답지 않게 추워진 날씨도 날씨려니와,
모포 두장만의 지급으로 오들오들 떨면서 잠을 잔 결과 어렵지 않게 감기에도 걸려왔다.
군대라.... 내가 제대할 때는 비가 왔다. 대기기간 그렇게 맑은 하늘이었는데... 갑자기 겨울비라니.
그 시절을 생각하면 정말 행복했다. 사단장한테 "169연대 2대대에서 근무했습니다."라고 하며
악수 한번 하는 것이 신고식의 마지막...
요즘 들어와서는 그 행복감이라는 것이 참 비굴하기 짝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꼭 어린 창녀가 어느 날 포주의 하혜와 같은 은총으로 손님을 받지 않기에...
푹~~~ 쉴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행복해하는 것처럼... 내가 느낀 행복감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
아무튼 그렇다.
사실 야비군 훈련 갔다 오신 분들은 다 아실 것이다. 거의 뻔한 일과들...
적과의 대결을 위한 훈련이라기 보다는 자기의 인내심과 끈기를 단련하는 곳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그렇다. 그건 정말 나 자신의 인내심과의 싸움이다. 그러면서도 만원 가까운 돈을 받았다.
아까운 血稅여...
오늘은 날씨가 환상적이었다. 낮에 흘러가는 구름을 보았는지.
가을하늘만이 가지는 그런 넉넉함과 여유로움을 느낀다!
생각 같아서는 소주 하나 꿰어 차고 가까운 공원이라도 가고 싶은 그런 날씨였다.
음... 가끔 영원한 그 무언가를 찾아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영원불멸의 사랑,
영원불멸의 우정,
영원불멸의 진리...
뭐 그런 것들을 찾아 떠나고 싶을 때...
그렇지만 삶이란 것은 그런 것을 찾아 떠나기 보다는, 매일의 변화와 진동을 소중하게 여기게 한다.
유목민의 자유로움이랄까?
그래... 떠날 수 있을 거 같다.
비번 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