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노래 ... .
imper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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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9-07
가을편지
--김영재--
무덥고 가난했던 여름을 잊고
이젠 돌아와 편지를 씁니다.
당신은 등불의 심지를 갈아 끼우고
나의 가을 편지를 읽어 주세요.
여름밤에 지던 저녁 노을에게서
집 없이 떠돌던 바람에게서
밤새도록 빈 그물질만 하다 돌아오는 고깃배에서
나는 말하는 사랑보다
더 진한 사랑을 배웠고,
내 마음 속에 넓디 넓은 하늘을
간직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당신의 이름 석 자가 적힌
하얀 사각봉투,
가을에 띄우는 당신에게의 편지,
말 못하고 가난했던
지난 여름을 잊고
등불과 등불을 함께 밝혀
영글고 소중한 열매이고자
이렇게 밤새워
편지를 씁니다.
비번 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