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a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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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10-27
철로 위의 일본말 [소화물, 대합실]
배낭여행을 갑니다. 일본의 기차역에도 '대합실'이란 말이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일본어로는 '마찌 아이 시쯔'라고 하고, 줄여서 '마찌 아이'
라고도 합니다.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에 가면 타고 갈 차나 동승할 사람을 기다리는 장소가
있는데, 바로 대합실(待合室)입니다. 그런데 이 '대합실'이라는 말도 실은
일본에서 건너온 말입니다. 이 '대합실'은 자동차나 기차뿐만 아니라 약속한
사람이나 어떤 차례를 기다리는 장소라는 뜻도 갖고 있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사람이나 차례를 기다릴 때는 '대기실(待機室)', 기차나 버스를 기다리는 곳에
한해서는 '대합실'이라고 쓰고 있습니다. 이 '대기실'이나 '대합실' 모두
'기다리는 곳' '기다리는 방'으로 현판을 고쳤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우리의 언어 습관도 그렇게 바꿔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 하나의 예가 있습니다. 기차에 보면 '소하물'칸이라고 해서 짐만 싣는 칸이
있는데 '소하물'이라는 것은, 기차 편에 손쉽게 부칠 수 있는 작고 가벼운 짐을
뜻하는 것으로, '소화물'이라고도 합니다. 기차역 구내에 보면 '소하물 집하장'
이란 곳이 따로 있는데 그걸 보는 많은 사람들은 혹시 '소화물'을 '소하물'로
잘못 쓴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기도 합니다.
'소화물'과 '소하물' 이 두 가지 말이 한가지 뜻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착각입니다. 이 '소하물'이란 말은 기차에 싣는 작은 짐을 가리키는
일본말 '고리모쯔'의 일본식 한자어입니다. 대륙침략의 식민지 경제수탈을
목적으로 우리 나라 철도를 놓고 관리했던 일본에 영향을 받아서 쓰게 됐던
것입니다. 지금부터는 '잔 짐' 혹은 '작은 짐'으로 바꿔 써 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자료원, TBS교통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