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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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10-28
글 참 잘 쓰시네요...
야문에 참 대단한 분들 많으시네요...갈수록 회원들의
문장 구사력에 혼이 빠질 것 같습니다.
lari.
HUN67 님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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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로 가는 비행기..
난 이 낙서를 다른 회원님들과는 다르게 받아들였다. 전투기 추락사건에 대한 사전정보가 전혀 없었던 나는 이 낙서를 읽는 순간 인류사의 역사를 바꿀만한 충격적인 소식인 물을 연료로 비행기가 난다는, 더구나 그 충격적인 시험이 한국에서 비밀리에 진행되어 왔다는 소식에 너무 흥분한 나머지 사실로 믿어 버린 것이다. 조금만 침착했으면 마지막 결정타까지 보았을 테지만 그때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국제 역관계의 지각변동"
"충격적 신기술을 보유한 한국을 중심으로 모든 국가 일렬로 줄서기" 등등
순간적으로 머리속에서 몇가지의 장미빛 폭죽이 대책없이 터져올랐다. 좀더 자세한 기사를 보기 위해 컴퓨터를 끄고 교내 신문게시판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사실을 확인한후 다리에 맥이 빠져 거의 주저 앉을 뻔 했다.
너무나 허망해서 그날 야문에 다시 들어오지 않았다. 그 다음날 야문에 들어와 물로 가는 비행기라는 그야말로 충격적인 낙서를 다시 보았다. 그리고는 웃고 또 웃었다.
반전..반전..
야문에서 세번의 반전을 겪었다. 두번은 웃고 한번은 울었다.
첫번째는 입대전날 자신의 과거를 회고하면서 보는 이의 심금을 울리다가 추신에 동원예비군 같이 가자고 해서 웃음의 핵폭탄을 투하한 낙서.
두번째는 달님(moon님을 허락도 없이 내 멋대로 이렇게 부르고 있다. 누가 뭐래도 계속 이렇게 부를거다.) 이 쓰신 글인데 이별의 편지를 백번 읽고 난후 그 의미를 깨닫는다는 내용으로 역시 반전이 있다. 사랑의 고귀함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지금 생각하면 좀 난감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여하튼 처음 읽을때 난 울었다.
세번째가 화제의 문제작 물로 가는 비행기이다. 참 절묘하기도 하다. 단 네글자로 이렇게.....참 절묘하다. 그 네글자가 이런 위력을 가졌을 줄이야. 이런걸 촌철살인이라고 하나보다. 낙서도 이정도 되면 예술이다. 초중고 국어교과서에 실었으면 하는 희망까지 들게 한다. 역설과 풍자로 일관하다가 육두문자 넉자로 반전을 만들어냈다.
반전(surprising ending)의 명수로 대개 오 헨리를 꼽는다. 마지막 잎새가 벽에 그려진 그림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독자는 묘한 살떨림을 겪게 된다. 오 헨리의 또 다른 작품으로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과거를 청산한 은행금고털이가 자신을 추적해온 형사 앞에서, 실수로 금고에 갇힌 어린이를 구하기 위해 정체가 탄로나는 것을 감수하고 실력발휘를 한 뒤 형사에게 은팔찌 채워 달라고 손을 내밀자 형사가 당신 누구냐며 외면하는 장면 역시 반전의 전형을 보여준다.
난 누군가 오 헨리 한 트럭을 실어와서 야문의 세분중 한 분과 트레이드 하자고 했을때 혹여 나에게 결정권이 있다면 절대 하지 않겠다. 오 헨리가 아무리 뒤집기를 잘 해도, 우리말로 더구나 육두문자를 동원해서 이런 절묘한 한판 뒤집기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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