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a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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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11-25
장본인
잡지나 책 같은 것을 읽다가 피식피식 웃음이 새나올 때가 있다. 하지만 결코
즐거운 웃음이 아니다. 글쓴이의 의도는 결코 그것이 아님이 분명하지만, 글쓴이는
누군가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그것도 단 하나의 낱말로,
'장본인'이라는.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아무개는 방송언어에 무관심한 풍토에 젖어있는 이들에게 새로운 눈을 뜨게
한 '장본인'이다." 이 말대로 한다면 이 아무개 씨는 사람들이 방송언어에 관심을
갖도록 한 아주 나쁜 사람이 된다. 즉, 말이 안 되는 말이다. 아무개씨가 한 일은
올바른 일이다. '장본인'은 '일을 꾀하여 일으킨 사람'으로 대개 바람직하지
않은 일의 중심인물을 말한다.
'뇌물 수수 사건의 장본인'처럼. 위 예문의 아무개씨는 훌륭한 일을 한 '주인공'
이다. '생일잔치의 주인공'처럼 '주인공'은 좋은 일의 중심인물을 가리킨다.
말을 잘 한다는 것, 글을 잘 쓴다는 것. 그 시작은 적절한 낱말을 적절한 곳에
쓰는 것 아닐까? 낱말과 문장이 '부적절한 관계'가 되지 않도록 조금만 더
관심을 갖자. <자료제공, 문화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