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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12-04
작년부터 우리의 정신적 또는 말초적 관심을 끌고 있는 연예인 오현경, 백지연
그리고 서갑숙의 이야기는 한시대를 마감하는 1999년 마지막 달 12월에도 여전히
화제를 불러 일으키는 민감한 이슈들이다.
한국이란 사회는 여성들이 살기에는 아직도 불편한 요소들이 산재하다.
물론 중동 국가들의 여성들보다는 여성으로서의 지위가 높다고 볼 수 있지만
여성들이 그들의 삶을 독자적 혹은 객관적으로 꾸려가기에는 한국은 아직도
많이 부족한 나라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전직 미스코리아 오현경이란 인물을 생각할 때 한국이란 사회에 대해서 증오에
가까운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오현경이 왜 미국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무위도식하면서 숨어 지내야 하는가 ? 그녀가 뭘 잘못했는가 ? 그녀의 조국이
한국이란 단 이유 한가지 때문에 그녀는 숨어 지내야 하는가 ?
한때는 열렬히 사랑한 남자와 나눈 사랑의 증거가 남들에게 노출된 것이
한국에서 살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인 것이라면 우리 사회는 공동체가 아니라
약자 조센징에게 집단 이지메를 가하는 일본의 학교와 다를바가 없다.
백지연과 서갑숙은 과정은 다를지언정 한국 순결이데올로기의 또 다른
피해자임은 틀림없다. 다만 그들이 오현경과 상이한 점은 그들의 주장을
속으로 삼키기 보다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당당히(?) 내세워 해결할려고 하는
시도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몸부림은 순결 철벽사회 한국의 사회 분위기에
짓눌려 여전히 공허한 메아리만 울리고 있다.
딸과 비슷한 또래의 애들과 원조 교제를 하는 아버지가 그의 딸에게는 정숙한
여자로 자라길 원하는 사회한국, 순결 이데올로기가 아직도 미혼의 여자들에게
무시할 수 없는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사회 한국, 아파트와 창녀촌이 지근거리에서
공존하는 사회 한국, 독서실과 퇴폐이발소(?)가 같은 건물의 지하와 지상에 나란히
입주해 있는 사회 한국, 제주도 신혼여행지에서 이미 이혼을 결심하는 사회 한국,
남자의 성은 무한정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 한국, 여자에게 성의 억제를 제도적,
사회통념적으로 요구하는 사회 한국, 이것이 2000년을 맞이하는 한국의 희화적인 현실이다.
남성 본위의 성문화로는 한국의 현실은 암담할 수 밖에 없다. 성은 상대적인 것이다.
남자만 즐기는 성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 ? 서울 외곽지역에 엄청난 군락을
기형적으로 이루고 있는 러브호텔의 평일 주차장은 밤보다 백주에 차를 댈 수 없을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정상적인 남녀관계보다는 불륜관계에 있는 커플들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다. 여성들의 성을 업압한 결과는 성의 음성화이다. 겉으로는 유교적
순결 이데올로기가 지배하고 속으로는 성도덕의 붕괴가 이미 이루어진 사회가 바로 한국이다.
한국의 성문화는 개혁이 이루어 져야 한다. 사회개혁보다 성문화의 개혁이 더 시급하다.
지역감정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성의 음성화다. 남성 성우월주위는 이 사회를
좀 먹는 암세포다. 여성들이 그들의 성에 관하여 당당히 주장할 수 있도록 한국의
성문화는 개혁되어야 한다. 순결한 남성만이 여성의 순결을 요구 할 수 있다.
순결하지도 않는 남자가 여성의 순결을 당당히 요구한다면 한국 성문화의 개혁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오현경은 1999년이 가기전에 한국으로 돌아와야 한다. 새천년을 한국에서 맞이해야 한다.
그녀가 살 수 있는 곳은 한국뿐이다. 미국에서 아무리 꽁꽁 숨어 살아도 그녀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앙금은 평생 숨길 수 없을 것이다. 감히 본인 임권택이 오현경에게 공개적으로
요청한다. 한국에서 당당히 자기 주장을 펼치고 살아라. 그녀의 이야기로 책을 만들어서 팔고,
언론매체와 당당히 인텨뷰도 하고, 영화도 만들고 해서 돈을 많이 많이 벌어도 좋다.
성을 상품화 한다는 비난에 귀를 기울이지 말아라. 그것은 남성들이 그들의 성우월주위를
간접적으로 주장하는 방편일 뿐이다.
오현경이 한국에서 당당히 살 수 있을 때가 한국 성문화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