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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합니다.
서슬퍼런 전장에서 흔들림 없던 장수였고,
당신을 능멸하던 무리속에서도 꼿꼿한 선비였고,
목덜미에 들이댄 칼 앞에서도
서슬이 퍼렇던 당신의 눈동자를 보고
당신에게 우리의 짐을 지워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도 같습니다.
틀림없이 당신은 신이 내린 자라고 굳게 믿었거든요.
당신이야말로 우리의 숙원을 풀어줄 수 있는 메시아적 존재로 믿었거든요.
그저께 밤이었나요.
새벽녘 늦은 퇴근에 격무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닌 녹초가 된 몸을 승강기에 실었습니다.
세상 힘든일을 다 치른 것처럼 한 구석에 몸을 기대고 무심히 기사한 꼭지를 눌러봅니다.
눈물이 납니다. 그저 주루룩 뺨을 타고 흐른 눈물은 닦을 새도 없이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케이크조차도 힘에 겨워보이는 어깨를 보고 설명조차 어려운 거대하고 무거운 것이 내 마음을 짓누릅니다.
급하게 승강기를 내려 달아나듯 화장실로 가 숨을 죽여가며 울었습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밀려드는 죄책감과 그 아비의 비통함을 떨치려 고해성사를 하듯 몇 번을 되뇌고 또 되뇌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리떼처럼 몰려든 사내들 속에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아내와
만신창이가 된 새끼들을 지키러 갈 수 없는 비통한 심정을 꾹꾹 눌러담으며,
그는 묵묵하게 오늘의 소임에 소홀함이 없었는지 챙겨봤을테지요.
아비된 자의 마음으로, 한 여자의 사내로서
늦은 밤 퇴근길에 망설여가며 고르고 고른 케익을 식탁 언저리에 두고
얼마나 속울음을 울었을까요...
새끼들의 생채기와 지어미의 피멍을 보듬고 달래주며
정작 자신의 찢겨가는 가슴을 내보이지도
부여잡지도 못한 채 몇 날 밤을 보냈을 겁니다.
조국 당신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나
나는 나와 우리의 정의가
인간 조국의 행복보다 우선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사회적 숙원이 당신 가족의 안위보다 더 우선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아비된 자, 사내된 자의 마음으로 보자면
당신은 나쁜 아비이자 못난 남편입니다.
더 이상 당신을 나쁜 아비로 둘 수 없겠습니다.
더 이상 당신을 못난 남편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이제...우리가 당신의 시간을 만들겠습니다.
앞으로 2년... 늘 비통한 아비로 남겨둘 수 없습니다.
같은 아비된 자의 마음으로...
같은 사내된 자의 마음으로...
저들의 숨통이 완전히 끊어질 그 날까지...
같이 싸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