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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전에 급성호흡곤란증이라는 폐렴으로 갑작스레 돌아가신 어머님을 보내면서 서글프게 울던 우리아버지..
당시 나이로도 80세이셨는데.. 당시 78세였던 그렇게 건강하셨던 어머니를 보내시고나서는 거의 6개월동안은 슬프게 계셨던 울아버지..
그리고 어느덧 11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에 아버지는 어느새 90을 넘긴 91세의 호할아버지로 변했습니다.
구부정한 허리에.. 여기저기의 검버섯과 함께 국그릇도 덜덜 떨면서 식사를 하시면서도..아직은 정신은 온전하시지만..
625참전용사로 이병으로 자원입대하셔서..중위로 제대하실정도로 오랜동안 군생활도 하셨습니다.
포병출신이라 수많은 포를 쏜탓에..젊은시절부터 약간 귀가 어두웠는데.. 이제는 보청기를 하여도 내 목소리는 잘 못알아 듣습니다.
여자처럼 카랑카랑한 주파수대의 목소리는 잘 듣기에..
대부분 아내와 여동생과 주로 대화를 합니다.
금술좋았던 부부중에서 배우자가 갑작스레 사망하면 곧바로 따라간다는 소리가 있어서..
어머니가 가시자마자 아버지를 모시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10년이 흘렀고..이제는 친구들도, 자주왕래하던 사람들도 대부분 고인이 되셨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비슷한 또래의 노인네들과는 식사도 잘하시지만.. 거동이 불편하니깐.. 집에 계시는 시간이 많습니다.
말귀가 어두우니깐.. 말과 행동도 틀리고..특히..배변활동이 불편하기에.. 우리 가족 모두 쉽지 않은 생활을 합니다.
그래서..가끔씩 아버지에게 야단도 치고..채근도 하면서 주의를 주건만..
이제는 가실날만 기다리는 그런 노인네로 변해있습니다.
오늘..
여자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의 욕조가 깨져서 새것으로 교체하기에.. 화장실 사용이 불편할듯 해서..
어쩔수 없이 아버지를 근처에 사는 여동생집에서 며칠간 계시라고 하셨기에....
오늘 아침식사 후. 작은배낭에..속옷부터..여러가지 며칠 있을때 필요한 물건을 넣고..꾸부정하게 나가시는 모습을 보니깐..
울컥.. 목이 메입니다. 언제 저렇게 늙어져서.. 뒷모습도 쓸쓸하게 보이는지.. 외로움과 함께.. 불쌍함이 교차합니다.
그동안 아버지하고 잦은 오해와..불편함으로 인해서 가끔씩 다툼도 있었는데..
이렇게 가방을 메고 나가는 노인의 모습을 보니.. 불쌍해 보이기도 하고..애뜻하기도 하네요..
살아계실때라도 잘해 드리리라고 다짐했지만..같이 살다보니..감정적으로 행동하는 내모습에 후회가 밀려옵니다
그래서는 안되는데..안되는데..혼자서 다짐 하면서도..막상 현실이 되면 또 다른 나의 행동에 아쉬움이 생깁니다...
목요일정도에 돌아오시라고 하였는데.. 자기집.자기방을 떠나서 다른곳에서 생활하다보면..불편한것은 생길 수 밖에 없을겁니다.
언제까지 살아계실지 모르지만..
한번 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곳이라.. 계시는 동안에는 정말로 성의껏 대하리라 생각을 다시 해봅니다.
가치관과 개성이 서로다르고..살아오신 시간동안에 몸에 밴 습관과 행동이 우리들과 다르기에..많은 불편함과 고통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에.. 많이 이해하고..배려를 하지만.. 말처럼 쉽게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더군요..
이곳에 오신 여러회원님들도 저처럼 부모님을 모시고 사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계신동안에는 내가 좀 희생한다고 생각하면서 불편하더라도.. 같이 사는것이 좋은게 좋은것이라고..
그런 단순한 생각으로 부모님과 같이 삶을 살아가는 그런 인생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