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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회사 복도 끝에 커피 자판기가 있고,
그 옆으로 긴 소파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잡념에 젖어듭니다.
간밤 마누라의 옹알대던 신음소리를 귀청에서 되살려내기도 하고,
둘째 아이의 과외비 마련을 걱정하기도 합니다.
며칠 전 단란주점에서 만났던 나가요 아줌마의 젖통을 떠 올려보기도 하고,
상무님 이사님 사장님의 뒤통수를 갈기는 상상도 해 보곤 합니다.
그리고
그 소파에서 커피를 홀짝이며,
아는 사람 혹은 모르는 사람과 별 영양가 없는 얘기를 나눕니다.
주가(株價)에 대하여,
나경원의 남편에 대하여,
미스 & 미스터 트롯 멤버들의 결혼 적령기에 대하여,
영부인의 옷이 몇 벌이나 되느냐에 대하여
이재용 부회장이 기소되느냐 마느냐에 대하여.
얘기를 나눕니다.
어느 때는,
경리과 미스 김의 팬티 색깔을 두고 히히덕거리기도 합니다.
이렇듯,
커피 자판기 옆 소파는
그 회사 사람들이 지친 심신을 풀어버리는 ‘쉼터’인 것입니다.
저는, 야문이 이러한 커피 자판기 옆의 소파와 같은 쉼터라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십 오년 훨씬 전에 야문에 입문했다가(그 무렵엔 제 ID가 ‘야무’가 아니었죠.)
팔년 만에 귀향한, 그래서 어느덧 ‘중늘그니’ 반열에 들어선 지금
저는 그 인식을 업그레이드 시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십년 전 쯤의 일이었습니다.
저의 컴퓨터에는 Win32.Nimda 바이러스가 침투하여 절 괴롭히고 있었습니다.
PC관리업체에 전화를 했더니 5만원을 들여서 프로그램을 몽땅 다시 깔아야 된다더군요.
그래서 빨리 와서 "몽땅 다시 깔라" 고 그랬죠.
그랬더니, 작업시간이 반나절이 걸리는 데 괜찮겠느냐고 묻더군요.
저는 당연히 안 된다고 했습니다.
반나절 동안 야문을 멀리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한 번도 들어가 보지 않은 야문 자료실 유틸리티에 들어가 고수님 제위에게 도움을 청했죠.
얼마 지나지 않아 몇 몇 분께서 도움을 주시더군요.
그 고수님들이 시키는 대로 했죠.
그랬더니, ‘감염된 파일 수 : 520’ 이 순식간에 ‘감염된 파일 수 : 0’이 되더군요.
야문이 단순히 ‘쉼터’만이 아니라
‘유용한 곳’으로 인식이 업그레이드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십일 년 전 쯤의 얘기입니다.
그 당시 병원에 입원하고 계신 "르네상스님"에 대한
전 야문인이 보여준 휴머니즘 ―.
그건, 사이버 상에서도 눈물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 준 야문만의 거룩함이었습니다.
너도나도 자신의 혈액형을 내세우며 르네상스님에게 헌혈에 나서겠다는
그 수많은 댓글들은 저의 눈시울을 붉히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었습니다.
야문은 커피자판기 옆에 놓인 소파처럼 단순한 ‘쉼터’일 수 없습니다.
야문은 ‘쉼터’이면서 ‘유용한 곳’이라고 함에는 표현이 부족합니다.
야문은 ‘쉼터"이면서 ‘유용한 곳’이고,
또한 ‘휴머니스트의 사랑방’이라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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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이 글은 며칠 전에 경험방에 올렸던 글입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댓글로 낙방에도 올렸으면 참 좋겠다하더군요.
그래서, 공지위반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렇게 낙방에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