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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닮고 싶어하는 농업 선진국 네덜란드는 유전자원 보유 순위는 보잘 것 없으나 세계 유통 화훼 분야중 44% 이상,
해마다 유럽시장에 유통되는 식물자원-신품종 기준 65% 이상을 차지하는 종자강국입니다.
반대로 한국은 보유량만 많을 뿐 세계적 종자기업 내지는 국가에 비해 상당히 뒤쳐진 상태인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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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량에서 일본을 제친 시점은 일제강점기에 유출된 종자를 07년부터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당시 조선의 식물자원을 무단 약탈한 국가를 상대로 반환신청, 회수한 약 1만여종이 포함된 시점부터입니다.
물론 다다익선이라 하여 그것도 토종자원을 다수회수한 것은 분명 반길 일이며, 보유한 것도 기꺼이 기뻐햐야 할 일은 맞습니다.
다만 이것보다는 종자산업의 특성상 10년 이상 걸릴 수 밖에 없는 연구를 국책적으로 지원해야하며, 영세한 한국 종자산업 구조를 집단-거대화하여 다국적기업과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는데 역량을 최우선적으로 투사해야 하는데 국내 여건상 상당기간 요원하다는게 안타까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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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산업의 현실을 몇가지 예로 접근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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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필리핀의 경우를 예를 들어도 설명 및 접근이 가능합니다.
쌀국가이기도 한 필리핀의 벼 종자 보유고는 우리보다 많은 약 1,000여 종이 넘어 아시아 1위 국가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자급율이 낮은 농업 후진국에 속하며 현재는 KOPIA 주관 - 농촌진흥청의 후원에 의해 한국 농업 인력이 파견되어 많은 부분에서 개선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벼농사 후진국이 되겠습니다.
한마디로 종자 개량이든, 농법 개량이든 한국에 종속된 상태라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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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접근은 국내의 양배추 시장을 들 수 있겠습니다.
일단 국내 양배추 종자 시장중 약 90% 이상은 일본 품종인 오가네(조생종)와 YR호걸(만생종)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시장 유통량 중 10개중 9개는 일본산 양배추로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말입니다.
인도의 양배추 시장중 약 30%는 국내 종자인 베이스볼(아시아 종묘)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와 중국남부 등을 중심으론 농우바이오의 솔리드 품종이 빠르게 양배추 시장을 잠식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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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이 빗어지는 것이 바로 그만큼 입맛을 사로 잡는데 있어 연구 이상의 지난한 세월과 시간이 필요하단 걸 역설하는 부분입니다.
그나마 양배추 조생종은 국내 대박나 품종이, 만생종은 국내 조선팔도가 보급되기 시작했지요.
이 사례는 많은 부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우수한 종자라 할지라도 기존 종자가 잠식한 시장을 빼앗는 것은 종자 개량에 필요한 약 10여년의 시간보다 더욱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한마디로 입맛의 식민지화 혹은 종자의 선점효과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단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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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때 뜬금없이 딸기 파동이 일어난 적이 있었습니다.
일본 여자 컬링대표가 우리 딸기를 먹고 "오이시, 오이시" 거리는 바람에 빚어진 촌극이 있었지요.
이는역으로 세계 딸기 시장 1위는 일본이 차지하고 있단 자부심과 한국의 딸기 종자 시장을 일본 종자가 지배하고 있단 자부심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확실히 한국 딸기 종자 시장은 불과 얼마 전인 2000년대 중반까지 레드펄(육보)와 아키히메(정희가) 약 90% 가까이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현재도 나이드신 분들은 아직도 육보가 최고의 딸기라 고집하는 분들 많을 정도입니다.
문제의 딸기 품종은 설향이었습니다.
과즙이 풍부한 설향은 비록 맛있기는 하지만 일본 품종인 아키히메와 레드펄할 교잡한 관계로 한동안 일본꺼라는 구설수에
오르기도 한 품종입니다.
어쨋든 현재 국내 딸기사장의 약 82%이상을 차지하는 대표적 한국산 딸기 1호기로 각광을 받고 있긴 하나 태생적 한계른
여전히 일본산인 셈입니다.
반면, 수출 효자는 설향이 아닌 매향이 되겠습니다.
설향은 분명 맛은 있습니다만 과즙이 많다보니 육질(이하 경도)이 단단하지 못해 쉬이 무르는 현상을 지니고 있어 수출이 어려웠습니다.
가까운 일본이라면 모를까나 멀리 떨어진 딸기 선호국인 동남아 등은 무리였던 것이지요.
수출전용이란 거창한 타이틀을 달게된 매향은 동남아는 물론 멀리는 러시아까지 수출되는 딸기로 적당한 당도와 과즙 단단현 경도를
지닌 품종입니다.
그러나 역시 태생적 한계는 어쩔 수 없어 일본 품종인 도치미네와 아키히메 교잡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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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1세대 격인 설향과 매향은 원뿌리는 일본에 두고 있다는 태생적 한계로 현재까지도 일본산이라는 구설수에서 자유로 울 수 없습니다.
아마 영원하지 싶네요.
그런데 이런 딸기 시장에 젊은 귀농인들이 뛰어 들면서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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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시 쌀 이야기로 빠져 봅니다.
통일벼가 처음 공개될 당시 박정희 대통령과 수행원이 참관했었습니다.
통일벼로 갓 지은 밥을 먹는 시식행사는 당연히 벌어질 수 밖에 없었는데 당시 수행했던 각부처장차관 및 국장들은
이게 뭐야 하며 눈쌀을 찌푸릴 정도로 푸석푸석한 식감에 치를 떨었지요.
그러나 이를 강력히 추진했던 박정희 대통령 왈 "임자, 이것 맛있구만, 개발하는데 고생한 연구원들에게 금일봉 하사 해"
하는 바람에 통일벼는 맛과 상관없이 국내 쌀 자급율 100%(수치상으로 만)를 달성하는데 혁혁한 공헌을 세우게 됩니다.
대신 입맛 까다로운 분들을 중심으로 아끼바레, 고시히카리 등 일본품종이 빠르게 자리했으며 경기미의 99% 이상은 이들 품종으로
재배하기 시작했고 현재까지도 쌀하면 두 품종을 들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물론 현재까지도 수많은 연구가 거듭되어 이를 능가하는 국내 개량종들이 등장했으며 삼광 등이 각광받는 것은 사실이나
길들여진 입맛을 쉬이 바꿀 순 없는게 현실입니다.
결국 아끼바레와 고시히카리는 2023년을 끝으로(혹은 2023년부터) 강제적인 종자보급 중단을 결정하게 됩니다.
기껏 우수한 품종 개발해 봐야 보급되질 않으니 강제 종료 후 쌀시장 자체를 리셋시켜 버리는 것이지요.
이렇게 한번 길들여진 입맛을 바꾼다는 건 매우 힘들며 최소한 1세대는 걸러져야 가능한게 현실임 적시한다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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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딸기시장을 장시간 지배해왔던 육보와 정희를 물리친 설향과 매향이 단시간에 국내 및 해외의 딸기 시장을 석권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가 없는 것이지요.
쌀 시장은 아예 강제로 리셋시킬 지경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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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뛰어난 설향과 매향도 일본 종자 교잡종이라는 태생적 한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언급했습니다.
주지의 사실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젊은 농업인을 중심으로, 농업기술원을 중심으로 태생적 한계를 뛰어 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벌인다 언급한 바도 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게 금실입니다.
금실은 매향과 설향의 교잡종으로 확실히 2세대에 속하는 품종입니다.
(할어버지, 할머니가 일본딸기일 뿐이지요)
공교롭게도 금실은 설향의 풍부한 과즙과 매향의 단단한 경도 등 장점만 지니고 있어 홍콩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란
반가운 소식도 있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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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실은 안타깝게도최소한 국내 시장 지배력은 형편없습니다.
워낙 설향과 매향의 시장 반응이 좋고, 이미 여기에 길들여진 입맛으로 인해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를 찾을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며,
생산자 역시 이에 귀속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기 때문입니다.
금실 종자는 진작에 개발되었으나 아무도 찾는 이가 없던 중, 농업기술원 직원과 안면있던 농업인이 읍소와 도전으로 진주 대평면에 처음으로
씨앗이 뿌려졌지요.
육보를 뛰어넘은 설향이 오히려 특이한게 되겠고, 금실은 폐쇄성을 지닌 소비자의 입맛에 된서리를 맞은 격이 되고 말았습니다만...
다만 과거와 달리 온라인 판매 및 블로그 등을 통해 빠르게 시장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특이점이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찾는 소비자도 인터넷에 능한 젊은 층이 중심이 되다보니 아래에서 위로 입맛을 개선시키는 조금은 더딘 효과를 보는 중입니다.
(지금까진 주로 위에서 아래로 대물림되던 구조였지요)
인터넷이 아니었다면 설향과 매향의 자리를 쫓는데 하세월이 걸렸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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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양배추, 쌀(벼), 딸기 등을 예시로 육종(육성 개량 품종)되는 품종들의 시장 지배력의 한계를 말씀드렸습니다.
하고 픈 이야기는 이겁니다.
유전자원 보유고가 높은게 중요한게 아니라 육종(育種)이 중요한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종자회사의 규모 및 시장 파이를 키워야 하는 것이며, 이는 정부의 지원없인 절대 불가한게 현실이라는 걸 말입니다.
현재 국내 1위가 농우바이오라지만 국제 종자시장에선 이제 갓 태어난 햇병아리 수준에 지나지 않습니다.
무지에 의한 외면의 결과, 제조업과 대기업 양산에만 매달린 결과물인 것이지요.
그리고!
워낙 종자시장이 폐쇄적인데다 소비자들은 아예 패쇄를 지향하기 때문이라도 농우바이오의 갈 길은 바람과 달리 요원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급증하는 농업인의 태반이 명민한 젊은 층이며 과거와 달리 인터넷에 능한 명민한 젊은 층이 소비의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기에
선택만 탁월하다면 이를 쉬이 극복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웃프게도 1인 가구가 큰 힘이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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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1)
그나마 다행인 것은 2008년, 종자산업의 밑작업이랄 수 있는 유전자센터를 개설하여 국내 여러 곳에 흩어졌던 종자를 일원화하여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더불어 국제 종자저장고- 노르웨이령 스피츠베르겐섬에 위치- 에 약 13,000여종의 자생 종자를 보관키 시작했다는 것과 경북 봉화에 소재한 백두대간 수목원 내에 영구종자( 보관시설인 지하터널형 시드볼트를 만들었단 점이 되겠습니다.
특히 시드볼트는 국제 종자저장고(아시아 중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 곳이지요.
이의 의미는 종자 선진국과 동등한 위치에서의 협업이 가능하단 상장적 의미와 함께 국가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종자산업을 우선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들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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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2)
굳이 이리 장황설을 늘어 놓지 않았어도 대부분은 알고 계실터이고, 특히나 가족 혹은 지인 중 농업인이 있다면 보다 자세한 상황까지 파악하고 계실 듯 합니다만 단지 보유량 5위에 현혹되서는 아니되겠기에 이리 글을 남기게 됩니다.
덧 3)
물론 5위라는 순위를 달성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펼친 관련 종사자들의 노고가 폄하되서는 아니되겠고요.
충분히 기뻐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