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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살아계셨다면 지금 나라꼴을 보고 뭐라 하셨을까요.
pioneerhv | 추천 (12) | 조회 (1033)

2021-04-08 12:59

영원한 노무현의 지지자이며, 2008년 2016년 촛불을 들고 나갔던 입장에서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깨시민이니 뭐니 하며 파시즘의 형태를 띤 자칭 '후계자'들을 보며 지하에서 얼마나 혀를 차고 계실지.

 

노무현님께서는 퇴임 후 서거 직전까지 민주주의와 관용, 숙의를 이야기하시던 분입니다.

 

한일전이니 토착왜구니 뭐니...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죽일 것처럼 상대를 매도하고 깎아내리는 저열한 수작질은 그분의 방식이 아니었습니다.

 

상대방은 그렇게 하는데 나는 그렇게 하지 않기란 당연히 어려운 길이지요.

그러나 말 뿐 아니라 실천하려 했기에 노무현이 위대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고, 죽어서도 영원히 기억될 이름입니다.

 

나라 꼴이 이게 뭡니까.

'적폐청산'이라는 허울 좋은 미명 하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까.

 

호남과 비호남을 갈라놓고

남자와 여자를 갈라놓고

서울과 비서울을 갈라놓고

강남과 비강남을 갈라놓고

고용자와 피고용자를 갈라놓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갈라놓고

노조 가입자와 비가입자를 갈라놓고

부동산 소유자와 비소유자를 갈라놓고

부동산 임대인과 임차인을 갈라놓고

 

한번 고민해 본 적은 있습니까? 대체 '적폐'는 누가 정하는지, 과연 그 자에게 '적폐'가 누구인지 단정할 자격이 감히 있기는 한 것인지.

 

한 예로, 그놈의 토착왜구. 한일전, 민주화 이야기를 해볼까요.

 

그 정치세력의 흥겨운 노랫말에 따르면, 그들은 동학농민운동-항일독립운동-4.19 항쟁-5.18 항쟁-6.29선언을 이끌어낸 '완전무결한 정의의 사도'로서 마땅히 지지해야 합니다.

 

하지만 역사를 따져보면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동학농민운동 당시 농민을 이끌었던 동학세력의 상당수가 향후 일진회의 구성원이 됩니다. 일진회는 한일합방에 적극 협력한, 그들의 논리에 따르자면 '토착왜구' 매국노 단체입니다. 그리고 동학농민운동이 그토록 개혁하고 싶어했던 수구세력, 양반가 인물의 상당수가 독립운동에 투신하여 재산과 목숨을 다 바치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국외로 떠난 독립운동가들 사이에서도 권력투쟁이 횡행했고(북로군정서 김좌진을 암살한 자는 한인 공산주의자) 사회주의 계열 무장단체가 6.25 전쟁 당시 북한에 적극 협력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반대로 친일파로서 고등군사교육을 받은 이들이 남한의 군사력의 중추를 담당하고 한반도의 공산화를 막고, 휴전 이후에 이승만 독재, 유신정권의 폭압에 항거한 인물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현 민주당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면 한민당이 있고, 일제강점기 시절 일제 치하에 적극 협력한 지주나 자산가들로 이루어진 정치세력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이승만 독재를 끝장내는 민주화세력의 뿌리가 되지요.

 

(1) 동학농민운동-독립협회-친일매국노-6.25전쟁 유공자-민주화세력

(2) 구한말수구세력-항일독립운동-4.19항쟁-군사정권부역자

(3) 동학농민운동-독립협회-항일독립운동-북한군

(4) 구한말수구세력-친일파-4.19항쟁-민주화세력

 

이 외에도 단순히 어느 한 쪽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복잡한 케이스들이 수도 없이 존재합니다.

도대체 누가 정의이고 누가 부정의입니까. 누가 적폐이고 누가 비적폐입니까. 그리고 그것을 누가 감히 단정할 수 있습니까.

 

역사의 죄인들에게 면죄부를 주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공과를 논할 것은 논해야 하지만 당신이 믿고 있는 '아름다운 환상'과는 다르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는 저들부터가 '아름답지 않습니다'. 도덕적 우위를 선점하고자 좋은 것만 골라담아서 노래를 만든 것 같은데, 그것은 한민족이 걸어온 역사, 선조들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투쟁했던 치열한 고민과 투쟁의 기억을 왜곡하는, 질 떨어지는 모욕일 뿐입니다.

 

원래 상대방을 쓰레기로 매도하면 편합니다. 저 새끼는 나쁜 새끼다 결론을 내려버리면 더 고민할 필요가 없거든요. 그리고 그건 사상전의 광풍이 몰아치던 시절 군중을 선동하기 위해 권력자들이 자주 사용하던 기술입니다. '빨갱이'. 적개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얼마나 좋습니까. 내 조국과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답없는, 쳐죽여야 할 쓰레기들. 그런데 어딘가 비슷하지 않습니까. '토착왜구'.  21세기에도 정신적으로 한민족을 팔아먹은, 답없는 친일적폐들. 대화와 협력의 상대가 아니라 처벌과 처단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구호지요. 갈등이 깊어질 수록 스스로의 사상에 대한 확고함은 더욱 굳어집니다. 아주 효과적인 선동기술입니다.

 

노무현이 가장 혐오하고 뿌리 뽑으려 애쓰던 이런 공작정치에 목을 맨 쓰레기들이 제 탐욕을 가리고자 감히 '노무현 정신'을 논합니다.

적폐청산을 외치는 당신은 민주화 열사들이 피맺힌 음성으로 외치던 민주주의의 본질이 뭔지 고민해 본 적은 있습니까.

당신들이 하는 짓거리가 본질적으로 군사정권시절 반공을 명분으로 반대파를 처단하던 패악질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인지는 하고 있습니까.

 

생각과 이해관계가 다르고 입장이 달라도 모두가 평등한 주권자이고, 같은 공동체에 속한 이상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며 갈등을 해결하고 화합하고 타협하며 대안을 찾는 것이 민주주의의 본질입니다. '네 생각은 틀려먹었으니 우리 공동체에서 배제하겠다'는 건 독재, 파시즘에서나 통용되는 천박한 발상입니다.

 

껍데기만 뒤집어쓰고 노무현을 논하는 저들의 시커먼 탐욕이 정녕 보이지 않습니까.

모른다면 민주주의를 모르고 민주주의를 위하는 길이라고 선동 당하는 앵무새이고, 알고도 그렇게 한다면 위선자에 불과합니다.

죽어서도 욕을 보는 노무현이 정말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