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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대장암4기 입니다. 벌써 수술만 두차례 항암은 20차례 이상....
mys2507 | 추천 (202) | 조회 (1221)

2021-04-09 18:31

안녕들 하셨는지요.

 

야문에 글 남기는건 참 오랜만이네요.

 

이번 선거에 다들 투표는 하셨는지요? 저도 사전투표로 한 표 행사했습니다. 지금까지 투표를 빼먹은 적은 없는데요.

이번에 한 투표는 저에게 마지막이 될지 다음 투표를 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더 소중했던 것 같습니다.

 

제목에서 알다시피 제가 대장암4기 거든요..

지금 판정받은 건 아니고 작년, 2020년 3월에 배가 너무 아파서 집 근처 병원에 CT를 찍으러가니...

맹장염+대장암4기 라고 합니다. 자기는 수술 못한다고 큰 대학병원 가라더군요.

 

처음엔 서울 아산병원에서 수술 받을려고 인맥 동원해서 승인까지 받았는데요.

맹장까지 터지니 몸에 열이 나는데, 그때가 코로나19가 대구에서 워낙 심할때라 병원에서 코로나19 검사받고 오라더군요.

근데 그거 검사받고 결과 나오기 기다리기에 맹장터진게 복막염이 될랑말랑 해서 급하게 부산에 있는 학병원에서 수술받았습니다.

 

수술 전 CT 결과 대장->간에 전이가 있었고 간은 손을 못대고 맹장터진거 수술하고 대장을 잘라냈습니다.

간에 전이된건 항암으로 잡기로 하고 20차까지 항암을 했는데 잘 안되었어요.

 

올해 MRI검사, PET CT 검사를 해서 몸을 정밀검사를 해보니 골반에 파종된 부분이 있는게 확인 되었습니다.

간에만 전이된게 아니라 골반쪽에도 전이가 되었는데, 직장, 전립선 쪽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이번엔 직장을 일부 잘라냈습니다.

 

현재는 외과에서 아예 암종양 전문으로 하는 센터에서 항암 중인데 벌써 2번이나 했네요.

항암 입원하고 다음날이 4.7 재보궐 본 투표날이라 미리 사전투표했는데, 제가 다음 선거 그 다음선거에 투표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몸이 아프고 일은 접고 쉬고 있는데, 다행히 건강할때 이것저것 생명보험에 암보험에 실비에 여러개 알차게 들어둔게 다행입니다.

당연히 저는 지금처럼 노력하고 노력해서 암을 완치하고 이겨내려고 합니다만 만약 제가 세상을 떴을때 남겨진 가족들이 눈에 밟히잖아요..

스물 디섯에 결혼해서 우리 딸이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인데요. 눈에 널어도 안 아픈 내새끼 시집갈때 옆에서 손잡고 식장에 들어갈만큼 살 줄 알았는데 이제 서른 여덟에 대장암4기로 수술을 두번이나 받으니 저도 참 지칩니다.

 

특히 검사해보니 가족력이 있다고 하는데, 가족력이 있는지는 작년에 처음 알았습니다. 어머니쪽 가족력인거 같더군요.

어머니가 작년부터 현재까지 저만 보면 우십니다. 제가 어머니 위로한답시고 재활운동을 더 씩씩하게 하고 자주 웃으니 좀 나아지셨네요.

제가 암을 극복못하고 세상을 뜨면 어머니까지 저 따라 오실까 참 걱정됩니다. 그래서 더 이겨내려고 하는 중입니다.

 

예전에 야문에서 눈팅할 때 보니 한 야문회원 분이 투병생활로 돌아가셨다는 글을 본 기억이 납니다. 그분이 누구인지는 기억이 안나네요.

그때 글을 보고 참 안되셨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제가 암으로 투병을 하고 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 합니다.

그래도 전 그분과 달리 가족을 위해서라도 이겨내야지 내야지 하고 이를 악물고 있는 중이네요....

이상하게도 아프고 나서 가족들 앞에서 저 혼자 있을때라도 울어본 적이 없어요. 제가 울게되면 제가 스스로 무너질거 같아서 그런건지도....

 

제가 건사해야될 부모님, 처자식, 아직 시집 안가서 부모님이랑 사는 우리 누나도... 다 지켜주고 싶은 가족인데...

이제는 가족들이 제 눈치를 보니 참 가슴이 아픕니다. 그래도 아프고나서 가족들과 오히려 대화하는 시간이 늘어서 오히려 더 잘웃고 지냅니다.

그래도 이렇게 웃는건 정말 진짜 웃음은 아니겠죠. 울 수 없으니까 다같이 웃으면서 불안감을 날리는 거죠.

암을 완전히 극복하는 날 가족들과 함께 여행가서 정말 원없이 웃고 싶네요.

 

이번 선거끝나고 나서 결과물 때문에 야문 낙서장이 좀 시끄러운 거 같습니다. 예전에 몸이 성했던저라면 이런저런 토론에 참여해서 각축전에 한몫했을거 같습니다만.... 몸이 아프고 나니 선거나 정당이나 나라 사정이나 저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더군요.

당장 제가 암을 극복할지 무너질지 모르니까 말이죠. 내 딸이 아빠없이 클지 아빠랑 함께 클지 모르니 세상 모든게 제 알바가 아니게 되었답니다.

지금 저에게 남은 당면과제는 암을 이겨내고 가족들과 해피엔딩을 맞는 겁니다.

 

다른 분들도 건강검진 철저히 하세요. 저같은 경우는 분명히 2019년 여름에 건강검진 할때는 암이 없었는데요.... 의사말이 2019년 연말에 용종이 생겼던거같고 그게 젊으니까 확 빠르게 퍼진거 같다고 하더군요.... 가족력이 있어서 갑작스럽게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입니다.

가족력 있으신 분들은 일년에 최소 2차례는 하시는게 좋다고 해서 적습니다.

 

참 적다보니 우울한 내용이지만 이상하게 작년부터 지금까지 완치될거라는 희망으로 씩씩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전에는 세상살이에 정치에 사회에 관심가지고 이것저것 글도 쓰곤 했는데 아프고 나니 다 소용이 없고 건강이 제일 이더군요.

건강을 잃으면 모든걸 잃는다는 속담이 정말 말그대로 인것 같습니다.

 

야문회원님들 다른 정치나 사회에 관심 기울이는 것도 좋지만 가장 건강부터 챙기시고 하시길 적극 권합니다. 건강이 제일입니다.

회원님들 시간나실때 댓글로 암을 이겨낼 수 있을거라는 격려의 댓글 한번씩 달아주시고 기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지긋지긋한 대장암4기를 완치하는 날 완치했다고 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