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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재명이 정말 싫다.
kimera | 추천 (85) | 조회 (783)

2022-03-01 19:41

우선 몇 가지 확실히 하고 가자.

나는 객관적인 사람이 아니다. 특히나 정치에서는 상당히 편협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사람이다. 그러므로 글의 제목에서부터 정치색을 배제할 수 없는 사람의 이름을 적는다는 것은 앞으로 나올 내용이 더럽게 편협하고 한쪽으로 치우쳐진 글이 될 것이란 거다. 그러니까 그런 글이 싫은 사람은 그냥 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내가 쓰고자 하는 내용을 주절거리기에 앞서 이 글이 어느 쪽으로 치우쳐졌는지 대충이라도 파악하려는 사람에게 어느 정도의 언급은 해야겠다. 괜히 제목만 보고 신나서 들어온 사람도 있을 거고, 반대로 분노해서 들어온 사람도 있을 터이니 말이다. 난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이다. 노사모가 있기 전부터 노사모였고, 시민광장의 회원이었다. 참고로, 본적은 서울시 종로구 효자동이고, 9대조 선조께서 거기서 본적을 유지한 이래로 계속 서울 사람이었다. 증조할아버지는 조선 의병을 하시다가 평생 다리를 다치셨고, 할아버지는 효자동의 몇 안 되는 이발사셨다. 내 아버지는 대학 시절 시위하시다가 군대에 끌려가셨던 분이고, 외증조할아버지는 독립운동을 하시다가 작년에 독립유공자에 선정되셨다. (물론 돌아가신 지 무척 오래되셨고, 난 뵌 적도 없다) 증조할아버지끼리는 어느 정도 안면이 있으셨기에 손자 손녀 엮어주셨다. 그리고 난 좋은 시절 태어나서 최루탄 맞진 않고 살았는데 그럭저럭 반골 기질 좀 가지고 살았다. 여기까지 대충 적으면, 어떤 성격의 사람이라는 건 좀 알 거다. 나는 국민의 힘 계열의 정당 지지하는 일 없다.

 

나는 이재명이 싫다.

그의 개인적인 가족사가 싫다. 더럽게 싫다. 그의 이야기를 볼 때마다 나는 생각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위에도 슬쩍 이야기했지만 나는 친가나 외가나 독립운동 하던 집안이다. 그 일 하던 집안이 부자였을까? 그럴 리가. 물론 부자인 분들도 계시겠지만, 우리 집은 그러지 못했다. 특히 내가 어렸을 때는 더더욱 그랬다. 증조할머니 돌아가시고, 선산을 팔게 되었다. (할아버지들이 다들 일찍 돌아가셨다. 625가 가족의 한 세대의 평균 수명을 확 깎았다) 손자들끼리 그 몇 푼 안 되는 돈 때문에 별의별 욕을 다하고 싸웠다. 슬프게들 다들 그래야 했다. 증조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명절에 모여서 돌아가신 할아버지들 이야기 듣고, 손주들, 그 증손주들끼리 모여서 놀면서 즐거워했는데, 진짜 처절하게 싸웠다. 나는 이재명이 그 가족들과 싸웠던 동영상을 들으면서 그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이런 가족들의 이야기를 어디 밖에서 해본 적이 없다. 우리 가족이 콩가루라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나이 들어서 돌아보니 종종 있는 일이더라. 그런 과거가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친구가 되기도 하더라. 비슷한 일을 경험했음에도 내가 이재명이 싫은 이윤, 그가 넙죽 사과해서다. 왜 하냐? 가족 일인데, 그가 공적으로 어디 나가서 그런 욕을 한 것도 아닌데 왜 하나. 그럴 수밖에 없었던 가족 일인데, 사람이라서 감정이 터져 나와서 지른 건데 그걸 왜? 나라면 못할 걸 하는 그가 싫다.

 

나는 이재명이 싫다.

음주운전 전과 있는 이재명이 싫다. 나는 헌병이었다. 내가 있던 부대의 헌병대에는 중사 하나가 있었는데 미친놈이었다. 술 처먹고 그렇게 운전을 해댔다. 그가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되면, 그래서 딱지를 떼이거나 경찰서에 잡혀가면 나는 말도 안 되는 가짜 서류를 만들어서 그를 데리러 가야 했다. 부대에 중요 사건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비상호출을 했다. 그래서 그가 음주운전을 한 거다. 그러니까 봐주라. 같은 글을 주절주절 적었다. 사실 나는 군 생활 당시 그 미친놈을 싫어하진 않았다. 아니 좋아했다. 술을 처마시다가 내 생각난다고 안주 싸 오는 인간이었고, 그렇게 경찰서에서 빼올 때는 고맙다고 해장국 사주고, 내가 휴가 나갈 때는 용돈 하라고 몇만 원씩 돈도 줬었고, 외할머니 돌아가셨을 땐 나를 태우고 강릉에서 창원까지 데려다 줬던 진짜 형 같은 사람이었으니까. 근데, 내가 전역하고 나서 몇 년 안 됐을 때 그렇게 음주운전 하다가 죽었다. 혼자 죽었으면 모르겠는데, 형수랑 애랑 다 같이 죽었다. 전역해서 학교 다니던 나한테까지 전화해서 네 조카 태어났다고 자랑했었는데. 애가 아파서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운전하다가 사고 났다고 했었다. 나는 그 뒤로 음주운전은 고사하고, 술도 잘 안 마신다. 그리고 음주운전 하는 사람은 다 사람으로 안 본다. 이재명은 자꾸 그 사람 생각나게 한다.

 

나는 이재명이 싫다.

그는 툭하면 사과한다. 사소한 것까지 자기가 잘못했다고 인정을 하면 사과한다. 나는 그게 진짜 싫다. 적당히 뭉개고, 퉁 치고, 대충 넘어가면 될 건데, 사과한다. 그 덕에 그를 보고 있으면 내가 되게 작아진다. 난 평범한 사람이다. 그래서, 사과하고 싶지 않을 때는 안 한다. 그래서 헤어진 친구도 있고, 의절한 가족도 있다. 다시 얼굴 안 보는 사람도 몇 있다. 나는 사람이니까, 좀 나약하니까, 적당히 그대로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재명은 계속 사과한다. 그 덕에 내가 요즘 좀 괴롭다. 며칠 전에 좀 안 좋게 거리를 두게 되었던 선배에게 전화해서 그냥 아무 일 없이 사과했다. 그냥 궁금했다. 내가 싫어하는 저 인간이 저렇게 사과를 하는데, 그게 아무런 효과도 없을 거 같은데, 왜 저렇게 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나도 해봤다. 위에 적었지만 난 술 별로 안 좋아한다. 그 선배가 계속 술 먹자고 전화한다. 그리고 얼마 전 생일에 선물도 보내더라. 뭔가 멍했다. 어쩌면 되게 쉬운 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여전히 난 이재명이 싫다. 그는 종종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자들에게도 사과하니까 말이다.

 

나는 이재명이 싫다.

그는 약속을 잘 지킨다. 공약을 잘 지킨다. 뭔가 해야 하는 일이 있으면 해낸다. 그래서 난 그가 싫다. 사람이 다이어트를 한다고 결심을 했다가도, 포기할 수 있는 거다. 영어 공부를 좀 하겠다고 계획을 세웠다가도 못할 수 있는 거다. 매일 청소기를 돌리겠다고 약속을 하고도 못 돌릴 수가 있는 거다.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는 거다. 그런데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하려고 한다. 지키려고 한다. 그리고 종종 잘 지켜낸다. 그리고 뭔가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는 나보다 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나보다 힘들게 공부했고, 나보다 더 열악한 신체조건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나보다 잘났다. 그리고 난 나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어서 이기적으로 살려고 하는데, 그는 나랑 비슷한 감정적인 폭발을 가진 사람이면서도 이타적으로 살려고 노력한다. 객관적으로 그는 나보다 나은 사람이다. 그걸 그는 삶으로 나에게 느끼게 한다. 난 편협한 사람이라서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 그가 싫다.

 

나는 이재명이 싫다. 진짜 더럽게 싫다.

그런데, 그렇다고 그가 나의 대통령이 되는 게 싫은 건 아니다. 그냥 그를 통해서 돌아보는 나의 부끄러움이 싫은 거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무리 이재명이 싫다 한들 근간이 친일파에서부터 시작한 정치 세력을 뽑진 않는다. 이건 집안 내력이다. 이름을 아무리 많이 바꾼들, 외부에서 어떤 인물을 데려왔든,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그들에게 정해진 미래는 파멸밖에 없어야 한다. 그들이 계속해서 득세하면 증조할아버지들이 날 그냥 안 둘 거다. 꿈자리가 뒤숭숭해진다.

 

이재명은 더럽게 싫은데, 그래도 그걸 위해서 내 나라를 망가트릴 순 없다.

 

 

from kime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