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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평양냉면 성지
FoRuM69 | 추천 (20) | 조회 (601)

2022-03-09 12:22

아주 오래전 평양냉면 맛을 전혀 모를 때 이야기 입니다.

의정부가 고향인 여인을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이뻤습니다.

착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무지 무지 바쁠 때 만난 여인입니다.

 

하루는 의정부에 오라고 합니다.

맛있는 것 사주겠다고.

차를 한시간 넘게 몰아서 갔습니다.

멀건 찬 국물에 면이 들어 있는 평양냉면이었습니다.

엄청난 집이라며 자랑을 했습니다.

너는 이런 집 모르지? 그녀의 눈에서 면부심 뿜뿜 장난 아닙니다.

 

한젓가락 입에 넣습니다.

밍밍한 맛 뿐입니다.

처음으로 접한 괴이한 맛입니다.

맞은편에 앉은 그녀는 너두 반드시 나의 이 황홀오르가자미 잡은

표정을 지어야 한다는 압박을 주는 듯합니다.

이쁜 그녀를 실망시킬 수 없습니다.

졸라 바쁘게 급하게 한 방에 후다닥 먹습니다.

맛없는 음식을 먹을 때는 그냥 입안에 빨리 쳐넣는 것이 최상이니까요.

 

그렇게 처음 접한 평냉은 저의 기억 속에서 반드시 지우겠다는 일념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쉬운 놈이 남자라고 그녀가 보고 싶을 때면 어쩔 수 없이

만나 평냉을 먹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길들여졌습니다.

 

먹다 보니 슴슴함의 뜻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떠나고 나도 떠나고 남은 것은 의정부 평양냉면 입니다.

그 후 혼자서 그집에 가는 저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맞은 편에 그녀가 아닌 다른 여인이 평냉을 먹고 있기도 합니다.

 

평냉은 슴슴한 맛이 진리인줄 알았습니다.

무식한 놈이 용감하다고 슴슴하지 않고 육향이 강하면 뭐 대단한

식객이라도 된양 지적질을 하는 덜 떨어진 놈이 되기도 합니다.

 

출장을 많이 다니다 보니

북한에서 나온 전문팀이 하는 북한 식당에 가게 되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진짜 평양 원조 냉면을 접합니다.

어여쁜 여인이 듣기 좋은(?) 목소리와 손짓으로

평양냉면 먹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다대기 팍팍 넣어 있는 벌건 평양냉면입니다.

슴슴한 맛? 그런 것 없습니다.

얼큰하니 해장국으로 쥐깁니다.

 

그래! 촌놈 주당인 나에게는 슴슴한 맛 개나 줘라 해!

의정부 그녀가 가르쳐 준 슴슴한 맛은 이제 저의 입안에는 없습니다.

그곳으로 출장을 갈 때면 북한식당이 자리하고 있는

호텔에 일부러 체류합니다.

며칠 연짱으로 평냉을 먹으러 갑니다.

소주 안주에도 좋고 독주에도 좋고 역시 면이랑 술은 궁합이 좋습니다.

 

자주 가니 종업원들도 엄청 반겨줍니다.

그이들도 매출을 올려야 하는 압박이 있는지

이것 먹어 봐라, 저것 먹어 봐라 권합니다.

그리고 가끔씩 와서 술도 한잔 따라 주고 가기도 합니다.

어쩜 말투도 그렇게 귀에 착착 감기게 잘도 하는지.

 

의정부 그녀가 가르쳐 준 평양냉면의 맛도 좋았고,

타국 북한식당에서 먹는 평양냉면 맛도 좋습니다.

그러나 꼭 남북 자유왕래가 빨리 실현되어서

평양에서 현지 냉면을 먹고 싶습니다.

대동강변에 앉아서 밤야경 보면서 대동강 맥주도 마시고 싶습니다.

 

코로나 전에는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 베트남에 우리나라 여행객들이

자유롭게 가서 놀고 먹고 마시고 싸고 했습니다.

돈을 뿌리다싶이 한 사람도 많았구요.

중국, 베트남에서는 되는데 같은 땅덩어리에서 안된다? 이상하잖아요.

 

비행기 타고 돌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내차 몰고 가서 북한 맛집투어 하고 싶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혹시나 모르니

북한에서 로맨스도 만드....아...아닙니다.

자꾸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데.....

 

어쨌던 그냥 죽으면 억울할 듯합니다.

그래서 저는 '1번' 입니다.